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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호 상하이 Sep 05. 2022

아, 드디어 중국 상하이에도 요즘 K-식당, K-푸드!

다양함이 평범한 사회 

풍요 속의 아쉬움

서울과 비행기로 1시간 30분이면 왕래하는 상하이에는 나를 포함한 거주하는 한인도 많고, 따라서 한국 음식점이 참 많다. 한인타운이 워낙 잘 조성되어 있어서 언제든 여러 종류의 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상하이 생활의 장점 중 하나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보통의 한국음식점의 콘셉트가 대부분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한국스러움'을 너무나 잘 담고 있다는 것이다. 삼겹살, 감자탕, 된장찌개, 찜닭 등 메뉴에 따른 식당별 차별화가 있긴 하지만 청사초롱, 한복 등의 한국스러움에 고정되어 있었다. 나도 한국을 떠난 지 5년이고, 코로나로 인해 한국에 다녀온 지 3년이 되어 가는 바람에 '요즘 한국의 힙'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게 전부지만, 코로나 전에는 한국에 가면 요즘 인기가 많다는 식당이나 카페를 다니며 이런 것이 요즘의 K 감성이구나 하며 문화도 흘러야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곤 했다. 비록 오랫동안 한국에 방문하진 못했지만 소셜미디어나 대중문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는 요즘 한국의 힙스러움에 '와, 멋지다'를 외치며 사진 속, 영상 속 고국의 문화에 대한 환상에 가까운 동경을 갖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럴수록 상하이에 있는 한국 식당에 다닐 때마다 아쉬움이 많았다. 지글지글 삼겹살, 보글보글 된장찌개가 얼마나 요즘 힙할 수 있는지 '퓨전'이라는 이름 하에 얼마나 새로운 장르와 메뉴가 생겨날 수 있는지, 외국인의 관념에 생긴 '한국음식'의 정형을 깰 수 있는 식당이 있으면 좋겠다며  바람만 가져보곤 했었다. 물론 한인타운이 아닌 시중심에는 이런 바람을 현실화한 한국 식당 브랜드 '벨로코(BELLOCO)'가 있어 상하이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같은 회사의 '제주 사계(JEJU SAGYE)'는 중국의 미슐랭, 흑진주 식당으로 선정되어 명성을 떨치고 있다. 다만,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다고 이런 곳이 조금 더 다양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원하면 당신이 하면 되지 않냐고? 흠, 그러게나 말이다. 항상 먹을 줄만 알지, 바람을 실행으로 옮기기란 쉽지가 않은 중생이다.) 



드디어 일이 났다.

그런데, 드디어 일이 났다. 한옥 인테리어의 식당과 카페가 그것도 대형으로 생긴 것이다. 위치 또한 놀라웠다. 시 중심도 아닌 지우팅(九亭)이라 불리는 다소 외곽지역으로 한인이 주로 거주하는 동네 삼 대장(홍첸루虹泉路, 구베이古北, 지우팅九亭) 중 하나인 지우팅에 위치한 지우리 공방(久里工坊)은 기존의 공장터를 업사이클링한 문화공간으로 넓고 큰 붉은 벽돌 건물이 모여 있는 곳인데 이곳 11번째 건물 하나에 통째로 자리한 것이다. KOREAN BISTRO라는 이름을 달고 공사 중이라는 간판을 봤을 땐 미안하지만 또 무슨 어설픈 식당이 생기려나 싶은 의심 어린 눈빛으로 바라본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좋은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그리고 얼마 뒤, 예상치 못한 봉쇄를 겪었고 또 얼마 뒤 일상을 되찾은 상하이에 드디어 이곳이 문을 열었다. 1층에는 '아늑함, 편안함이 주는 행복'을 모토로 하는 카페 11 BLOCK이, 2층에는 '사치스럽지 않은 화려함'을 주제로 하는 '소문 SOMOON'이 자리했다.  




감탄의 연속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시작된 감탄은 식당과 카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내내 끊이질 않았다. 식당과 카페라는 기능적인 부분을 제외하고서라도 이곳은 공간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해서 마치 박물관에 온 느낌이었다. 탁 트인 천장과 넓은 창, 그리고 원목의 따뜻함과 광목의 하얀색의 조화로 만들어진 포근한 분위기에 이곳저곳에 자리한 은은한 도자기와 소품들, 테이블로 사용되는 자개 호족반까지, 검은색의 개량 한복을 닮은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 또한 이 공간의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삼계탕, 고기국수, 수육 등 기존의 한국 음식에 조금씩의 변화나 이국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만든 약간의 차이를 만들어 익숙한 새로움을 만들어 낸 메뉴는 시각, 촉각, 후각, 미각 모두를 만족시켰다. 개인적으로 한옥의 나무문을 따서 만든 계산서와 나무 가지 모양으로 만든 화장실 휴지걸이가 여운이 많이 남았다. 계산서나 휴지 걸이 같이 어쩌면 굉장히 사소한 물품에도 설계자와 디자이너의 섬세함과 고민이 느껴졌다. 나뭇가지처럼 살짝 위로 향하게 한 것 만으로 휴지가 떨어지지 않고 금방 걸고 뺄 수 있게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놀라기 바빴던 방문이었다.




다양함이 평범한 곳 

이곳뿐만 아니라 요즘 상하이 곳곳에 다양한 한국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식당, 카페가 생겨나고 있다. 꼭 ‘한국’이라는 이름을 앞세우지 않고도, 청사초롱이나 한복, K-pop, 화장품 등 기존의 한국스러움으로 알려진 것들을 내세우지 않고도 아름다운 다양한 한국 감성을 만날 수 있다. '나는 한국인입니다.'라고 말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확장되고 있다. 애국을 강조하지 않고도, 신토불이를 외치지 않아도, 김치는 우리 것이라며 쌍심지 켜고 싸우지 않아도, 한국인이니 응당 이래야 한다를 들이대지 않아도 우리는 이제 문화를 알리고 교류할 수 있다. 식당 소문과 카페 11 BLOCK이 그저 상업시설에 그치지 않고 더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우리의 사회적인 범위를 한국인이라는 것에 제한하지 않고 세계의 일부로서 확장하고 있다는 숭고한 의의를 더해본다. 그래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정수를 잘 담아 브랜딩을 잘해나가며 한인타운 홍첸루의 한국식당들과는 다른 포지셔닝을 해나가는 한국 사장님들의 브랜드가 더욱 돋보인다. 사실 한국스럽다는 말은 굉장히 광범위하고 해석의 여지가 많으니 어떤 식으로든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하고자 하는 게 분명하다면 이런저런 콘텐츠를 잘 조합해서 또 다른 창작을 이뤄내면 그게 또 넥스트 월드(NEXT WORLD) 아니겠는가. 그래서 다양한 게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고 매력적이다. 풍부한 맥락에선 어떤 것도 나올 수 있다. 다양성이 평범한 사회가 지극히 정상적인 사회다. 그게 가능하고 평범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도시, 상하이에서는 오늘도 누군가의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을 것이다. 




위치: 沪亭北路218弄九里工坊11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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