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여행 시장은 얼어붙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선 해외여행 인증샷이 사라졌고 코로나19 직전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승자라고 불릴 정도였습니다.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던 해외 중심의 여행은 팬데믹 당시 항공권 비용 증가, 필요 절차 증가 등의 이유로 거의 사망 선고를 받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여행은 어땠을까요?
2020년 5월 한국관광공사는 “밀레니얼 세대의 77%가 올해 안으로 국내 로컬트립을 희망한다”는 통계를 공개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의 여행객들은 정형화된 여행보단 현지 탐사를 선호한다고 밝혔고, 그에 맞게 코로나 이후 로컬트립에 대한 수요도 계속 증가했습니다.
해외는 세련되고 국내는 촌스럽다는 선입견은 이미 벗어난 지 오래입니다. 한국은 매력적이고 힙한 나라로 부흥했고 굳이 유학을 가거나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외국인과 접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코로나 위기에서 여행산업은 전반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여행으로 기회를 잡았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고 자연 친화적인 여행을 바라본 것입니다.
로컬 경제 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일차적으로 세계화에서 지역화로 변화하는 과정을 언급했습니다. 또한 세계화에서 지역화가 주목받는 지금 안정적인 지역화를 위해서는 지역에서의 고용 창출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에 대한 근거로 “앞으로의 지역은 고용 없는 성장 경제를 위한 경쟁적인 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환경과 문화, 그리고 지역화한 경제에 맞게 변할 것”이라며 “지역에 맞는 농업과 건축, 적합한 일자리를 제공하면 기본 수요를 충족시키는 생산 분권화가 더욱 진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가 제시한 ‘지역화와 고용 창출의 상관관계’는 모든 지자체와 거주민들이 고민하고 공감할 주제입니다. 그렇다면 지역화, 고용, 양극화, 도시, 지역이라는 다섯 개 단어의 연결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람입니다. 사람이 모이면 시골이나 도시가 만들어지고 고용이나 양극화 등 사회현상이 일어납니다.
이러한 ‘로컬’의 중심에는 ‘로컬크리에이터’가 있습니다.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할 의지와 아이디어를 겸비한 행동가로 그들이 사는 지역의 무형자원과 유형자원 및 커뮤니티 등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합니다.
하지만 로컬크리에이터가 한 지역을 발굴할 때 무조건 다른 지역 사람들을 유치하는 게 과연 그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되는 일인지, 지역의 물가 상승, 환경 문제 등의 부정적인 문제를 불러오지는 않을지에 대한 문제들에 직면합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계속해서 해답을 찾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한국에는, 특히 강원도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영감을 일으키는 자연, 역사, 문화자원이 무척이나 풍부하니까요.
춘천은 내륙에 위치해 산, 강, 호수가 어우러져 있으며 젊은 감각의 로컬크리에이터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춘천과 원주에 거점을 둔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등의 사업이 이런 동향을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강원도만의 특색이 가득한 로컬잡지도 창간되고 있습니다.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발간하는 매거진 ‘east’가 대표적입니다.
매거진은 ‘지방 도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지역 ‘로컬’들이 직접 강원도 곳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상과 이야깃거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와 문학, 미술, 음악, 로컬푸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강원 로컬크리에이터 덕분에 강원도는 타 지역과의 차별점이 확실하게 드러나며 살아 있는 도시의 냄새를 풍깁니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이라는 말은 지금 다른 방면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세계의 젊은이들이 한국의 전통문화와 로컬 자원을 감탄하고 있습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세계를 볼 수 있는 로컬, 생생하게 살아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지역에서 창조하고 있는 다양한 경험들은 해외여행을 미뤄둔 우리에게 다시 다가올 ‘여행의 봄’을 선사할 것입니다.
_낭만농객 김농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