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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농만 Nov 24. 2022

30년 후에 대한민국 지역 절반이 사라집니다.

“이대로 가면 다 사려져..”

매년 인구가 감소하다 결국 인근 지역과 통폐합되고 말 거라는 예측에 속한 지역들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전체 지역 중 89곳입니다. 2020년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지역의 46%가 30년 후에 소멸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이런 지역들을 예측하기 위한 지표가 ‘소멸위험지수’입니다.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수를 해당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수로 나눈 값’으로, 이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특히 강원도는 18개 시·군 중 춘천과 원주, 속초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멸 고위험 지역입니다.


이러한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89곳의 지역에 매년 89조원씩 투입하겠다는 예산안을 확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직면한 지역 소멸의 위협에서 우리는 어떤 대책을 취해야 할까요?


대책을 모색하기 전에 먼저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들춰 봐야 합니다. 도대체 왜 청년들은 그들이 나고 자란 고향을 떠나고 있을까요? 지금의 사회구조 속에서 어찌 보면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양질의 교육과 다양한 직업을 위해 청년들은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철원군에서 만난 한 청년의 말이 떠오릅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고향이 좋아서 철원에 다시 내려왔어요.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지역 소멸 문제가 커지면서 청년과 정부의 입장 차이도 생겨납니다. 청년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이기에 지역을 떠나가고, 정부는 지역에 청년이 없기 때문에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더 이상 만들지 않습니다. 이런 패러독스 속에서 ‘여행 산업’을 통해 지역 소멸 문제에 접근하려는 벤처기업들의 움직임도 있습니다. 필자가 운영하는 기업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역 소멸을 여행 산업으로 풀고자 하는 벤처기업의 낙관론은 이렇습니다.


1. 소멸 위험 지역을 트렌디한 관광 지역으로 만든 후 청년 여행객을 유치한다.

2. 지역에 유입된 청년들이 지역의 가능성을 보고 지역에서 다양한 일들을 벌이게 한다.

3. 이들이 만든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또 다른 청년 여행객을 유치한다.


위의 세 단계를 하나의 사이클(cycle)로 돌리면서 지속 가능한 지역을 만들겠다는 움직임입니다. 현재 필자의 기업 역시 철원 양지리 마을에서 위 사이클을 적용해 지속 가능한 지역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철원군의 양지리라는 대북 선전 마을을 청년들이 오고 싶어 하는 마을로 만들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철원 양지리 마을에서 몇 년간 방치되던 곡식 창고를 리노베이션(renovation)해 지역 주민과 여행객들을 위한 ‘프라이빗 영화관’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프라이빗 영화관 인근의 다른 방치 공간들도 같은 방식으로 관광 상품화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필자의 기업은 지역의 방치 공간을 활용해 관광 클러스터(cluster)를 만들며 기업 단위로 지속 가능한 지역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이 직면한 지역 소멸 문제는 세 가지 범주가 함께 작동할 때 해결 가능합니다. 첫째로 정부에선 소멸 위험 지역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지역에 인재를 유치할 수 있는 생산 분권화(수도권에 몰려 있는 교육과 직업을 지역에 분배한다는 의미)를 만들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기업은 지역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업 가설을 테스트하고 검증하며 지역을 테스트 베드(test bed)로 활용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어딘가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는 무조건적인 수도권 찬양을 버리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삶의 지역을 좀 더 적극적으로 탐험해 봐야 합니다.


지역 소멸 문제의 대안은 그 지역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지만, 그 미래 세대가 우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_낭만농객 김농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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