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지 못하는 아쉬움

가짜 자유, 여행, 그리고 일탈

by 농농이네

휴가철이다. 휴가철만 되면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오른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에 항상 휴가철이 되면 공항이 미어터진다. 하지만 이미 휴가철인데, 나는 아직도 여행 계획이 없다. 계획이 아직까지 없다는 건, 이번 여름 해외여행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뜻이다.


여행을 왜 하고 싶은가?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이국적인 곳에서 일탈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탈을 '가짜 자유'라고 부르고 싶다. 비행기만 타도 일상으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진 느낌이 든다. 하지만 여행을 간다는 것은 철저히 계획으로 묶이고, 안전이 보장된 일탈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가정이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책임에 묶여 있기에, 지킬 수 있는 선 안에서만 즐겨야 한다. 이런 제약 안에서 여행은 내가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일탈이기에 나는 여행이 좋다.


어디로든 여행 가고 싶다. 지금 당장 간다면 베트남

가고 싶은 나라는 너무 많다. 아마 200여 개 국가 중 가고 싶지 않은 나라가 더 적을 것이다. 시간 여건만 충분히 된다면, 그리고 경제적인 여유도 지금보다 나아진다면 내게 생소한 남미나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대륙도 가고 싶다.

하지만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요즘, 멀리 떠날 여력은 없지만, 가까우면서도 색다른 낯섦을 느낄 수 있는 곳이 간절하다. 그런 관점에서 베트남은 내게 딱 맞는 여행지이다. 다녀왔던 나라들 중 베트남만큼 이런 니즈를 충족시켜 준 나라는 없는 듯하다.



일상 속에서도 일탈은 가능할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부터 휴가=해외여행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그렇기에 항상 휴가만 되면 해외여행을 통해서 일탈을 즐기기 바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여행이 아니어도 일탈은 가능하다. 매일 출근하던 일상을 잠시 멈추고, 하고 싶던 작은 일을 해보는 것. 그것도 일탈이다.

이를테면, 평일 오전에 느긋하게 서점을 둘러보고, 햇살 좋은 날 오후엔 아무 약속 없이 카페 창가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고 분주한 사람들을 바라봐보는 것. 그런 일들도, 바쁜 삶 속에서는 분명한 일탈이 된다.


이번 여름, 여행 대신 찾는 작은 자유

물론 이번 여름에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일주일이라도 베트남에 다녀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설레는 만큼 아쉬움도 더 크지만, 나는 그 아쉬움을 상상의 여행으로 달래 보려 한다.

다음 여행을 위한 계획을 세워서 노션에도 정리해 보고, 여행 유튜브를 본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떠날 그날에 내게 허락된 `가짜 자유`를 더 넓고 깊게 즐기기 위해서 외국어도 꾸준히 공부하려고 한다. 이 과정이 단순히 자기 위안일 수는 있겠지만, 그래도 여행을 가고 싶은 욕구를 자기 계발로 승화시킬 수 있고 준비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 이번 여름엔 멀리 떠나는 대신, 지인들과 계곡에 가서 발을 담그고, 책 한 권과 함께하는 조용한 시간을 보내며 만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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