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속죄에 대한 생각
사람의 죄는 어떻게 없어질 수 있을까.
죄는 법에 의해 형사적으로 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사라질까.
어린 시절 범죄를 저지르고 처벌을 받았다면
그 일은 단순히 ‘과거의 문제’가 되어버리는 걸까.
그렇다면 강력 범죄자들에게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살인, 강간을 저지른 사람들도 법적인 책임을 지면
죄에 대한 책임에서 해방되는 걸까?
피해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법은 정의를 행한다고 하지만 완전하지 않다. 그리고 애초에 완전할 수도 없다.
법은 질서를 회복할 뿐, 죄 그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
죽음 또한 속죄가 될 수 없다.
이 말은 사후에 심판을 받게 된다는 종교적인 차원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죄를 짓고 목숨을 스스로 끊는다고 해서, 그 죄가 세상에서 삭제되지는 않는다.
피해자는 범죄에 의한 후유증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
피해자는 사건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후유증은 평생 끝나지 않고, 기억은 의지와 무관하게 반복된다.
그렇기에 가해자가 자신의 죄에 대한 책임을 피해서 자신의 목숨을 끊어 지옥으로 가는 것은
가장 명예 없는 비열한 방식의 회피일 뿐이다.
그렇다면 속죄는 무엇일까?
나는 속죄가 법적 처벌이나 죽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삶을 중심에 두는 태도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속죄는 가해자가 끝내는 문제가 아니라,
피해자의 삶이 계속되는 동안 끝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