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에 대한 단상
나는 고등학교 때 일본으로 수학여행을 간 것이 첫 해외여행이었다. 일본이랑 중국 중에 가고 싶은 나라를 할 수 있었고 그리고 설악산이라는 선택지도 있었다.
처음 나갔던 해외라서 많은 기대를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반 친구들과 일반적인 관광 코스를 돌아다녔다. 오사카에 가고 오사카성을 구경하고 나라에 가서 사슴공원에 들렀다.
그런데 사진은 다 날아갔고…
일본 여행을 하면서 무엇을 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밤에 호텔 밖으로 나갔다가 교감에게 빠따를 맞은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일본 편의점에서 쉽게 성인 잡지를 샀었던 기억, 일본 여고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일 등등 친구들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
지금 같으면 수학여행으로 가고 싶은 곳을 선택의 방식으로 나누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해외 대신 설악산을 선택하는 것은 경제적 격차가 보이는 선택 지였을 테니.
요즘 운동회에서는 승자가 없고,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는 상장을 나누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나의 학창 시절 때, 경쟁을 부추기던 선생들이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아이들이 불편할 수 있을 수 있기에, 보이는 경쟁을 줄이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계급이 나뉜다. 예를 들어서, 학교 안에서는 상처받지 말라며 운동장에서 순위를 없애고 상장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주지만, 체험학습(여행)을 어디로 가느냐로 아이들의 계급이 나뉘는 것이다.
누구는 싱가포르나 유럽으로 학기 중에 여행을 가는데, 어떤 이들은 집안에 여유가 없어서 아무 데도 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학생들 간의 경제력 차이를 자연스레 보여줄 것이다.
옛날에는 개근이 미덕이었다. 나도 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학교에 가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생각해서 아파도 무조건 학교에 갔었는데, 요즘에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오히려, 요즘에는 계속해서 개근을 하며, 체험학습 등으로 해외로 나가지 않는 애들을 보며 개근거지라는 멸칭을 붙인다고 한다. 경쟁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보이지 않게 바뀌었을 뿐이다.
지금처럼 해외로 자주 다니는 애들은 보기 힘들었지만, 당시에도 방학이면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를 가는 애들은 있었던 것 같다. 미국이나 캐나다로 유학을 가거나 다녀왔다는 애들을 보면서 저런 세상도 있구나 하면서 이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가계에 여유가 없어지면서, 그리고 가정환경도 좋지 않아 지면서(경제적인 환경과 서로 관련이 있겠지만) 여행을 가는 것을 생각할 만큼 여유가 있지 않은 집안이었다. 중학교 당시에 가장 친했던 친구가 이민을 갔고, 그래서 안팎으로 좋지 않은 중학교 시절을 보냈다.
여러모로 수학여행이든 체험학습이든 학창 시절에 다양한 경험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교 공부만 중요하다고 강요하는 사고는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고, 언제 어떤 능력이 필요할지 모르는 세상에서 시대착오적인 사고일지 모른다.
물론, 나는 학교공부는 어느 정도 중요하고, 수학능력시험은 중요한 시험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를 공부하든 간에 있어서 학습능력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국어나 영어를 이해할 수 있고, 새로운 지식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지식을 갖는 것은 그 기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공부의 분야인 것 같다. 한 분야만 깊이 공부해서는 살아남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우물을 팔려거든 넓게 파야한다`는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서 넓게 팔 수 있는 자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게 다양성이 필요한 미래를 대비하는 사회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