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분야로 진로를 고민하는 이들과의 Q&A
4년 전 블로그에 "여행 에디터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글을 올린 후에도, 끊임없이 같은 질문을 받고 있다. 누군가 여행작가/여행 에디터를 업으로 삼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을 때면, 나는 주로 직업 자체에 대한 본질적인 조언을 해주는 편이다. 그동안 방명록을 통해 진지한 질문을 해온 세 분과의 Q&A를 조금 다듬어 소개해 본다. 비슷한 고민과 궁금증을 가진 이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브런치를 통해 여행 관련 진로에 대한 답변을 계속 연재할 예정이니, 고민 상담을 원한다면 블로그 방명록에 비밀댓글을 남겨 주시길.
Q. 저는 전문대 재학 중이고 여행/글쓰기와 무관한 전공자입니다. 졸업 후 여행잡지사에 들어가고 싶은데요.
공모전이나 글쓰는 실력을 기른다면 입사할 수 있을까요? 전문대라서 잡지사 두어 군데 밖에 지원이 안되더라구요. 제 전공이 이렇더라도 준비한다면 가능할까요?
A. 지금은 에디터 뿐 아니라 대부분의 직종에서 높은 스펙을 요합니다.(이 사실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이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지원 자격은 말 그대로 자격일 뿐이니, 자신의 현재 처해진 상황을 최소 요건에 맞추지 마시고, 그쪽에서 먼저 스카우트해가는 인재가 되기 위해 지금부터 학력, 전공, 어학 실력을 모두 조금씩 높여가시면 어떨까요. 아직 20대 초반이실 듯 한데, 앞으로의 직업 세계는 매우 멀리보고 준비해야 하니 지금부터 시작하시면 충분하실 것 같아요. 자신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개발하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Q. 저는 지리교육과에 재학중인 남대생인데요. 교사가 되고 싶어서 사범대에 진학했는데 군대 때 여행에 크게 꽂혀서 여행을 업으로 삼고 싶어졌습니다. 지구를 죽기전에 최대한 많이 보고야 말겠다는 저만의 꿈을 직업을 통해 실현시키고 싶어서 여행잡지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글쓰는 것과 사진 찍는 것도 너무 좋아해서요.
그런데 여행잡지사 연봉을 볼 때 흔들리는 게 사실이거든요. 교사도 많은 봉급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정년이 보장되어 있는 직업이잖아요. 좋아하는 여행은 방학 때 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급여나 정년 등 조건을 제하고 직업적인 것만 보면 여행잡지사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앞서 말한 것들 때문에 확고하게 뜻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어느 직업에 사명감과 역량을 더 갖추고 계신지 판단하시면 뜻을 정하실 수 있습니다.
글과 사진을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잘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교사에 뜻을 품고 전공을 택하셨는데 그 직업을 포기하실 만큼 기자라는 직업에 사명감을 지니고 계신지, 연봉에 흔들리는 마음이 진지한 열정인지 다시 한번 깊게 고민해보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여행 기자라는 직업에서 실제 업무에 비중이 가는 일은 '기자'라는 직무 자체입니다. 즉, 여행기자가 비행기를 타는 것은 '여행'이 절대 아닌데, 많은 분들이 이 부분을 착각하고 계세요. 여행을 업으로 삼는다는 건 여행을 더 이상 취미로 즐기지 못하는 것과 동일한 의미입니다.
여행을 업으로 삼는다는 건, 더이상 여행을 취미로 즐길 수 없다는 것.
직업과 직장에 대한 제 개인적인 견해는, 진정한 의미에서 정년을 보장해주는 직업은 이제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스스로 가장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며, 이를 위해 지금부터 많은 준비와 경험을 쌓아야 합니다. 이제 직장 자체가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시대는 끝났다고 봅니다. 평균 수명이 80세를 훌쩍 넘은 지금, 65세 정년 퇴직이나 원치 않는 조기 퇴직 이후에는 어떤 삶을 사실 것인지요?
자신이 평생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판단하시면, 다른 부수적인 고민은 큰 문제가 아닐것 같네요.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Q.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 때 일주일간 혼자 여행을 다녀온 후로 여행에 대한 꿈이 커지더라구요. 지금은 생각보다 빨리 취직이 된 상태라 꿈을 이룰 여유가 안되서 여행 관련 진로를 찬찬히 준비중이에요.
영어 회화는 회사 다니시면서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셨나요? 영어는 맘처럼 쉽게 되지 않더라구요. 문제는 회화여서 전화영어를 할까 생각 중인데 Nonie님은 입사 후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셨는지 궁금하네요.
A. 해외파가 아닌지라, 영어회화는 비교적 시간이 많은 대학생때 집중적으로 공부했어요. 주 5회씩 1년 과정의 회화 전문 S모 어학원 최종 6레벨까지 마쳤구요. 토익은 따로 공부하진 않고 스터디나 온라인 실전테스트를 활용했어요. 개인적으로는 토익은 단기간에 졸업하시고 장기적으로 회화에 오랜 시간 투자하시길 권하구요.
사회 나와서는 직업이나 출장 때문에 어쩔수 없이 영어를 써야 할 일이 많았고, 평소에는 미드나 영화, 음악, 영어 라디오 등 특별히 공부라 생각하지 않고 매일매일 영어를 접하게끔 환경을 만들어 두었어요. 영어나 미국문화를 워낙 어릴때부터 좋아했어요. 언어는 먼저 문화에 흥미를 가지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전화영어도 물론 좋겠지만 전화로 회화를 할 때도 '소재'가 필요하고, 일방적으로 내 얘기만 하다보면 금방 지루하고 같은 말만 반복하게 되니까요. 영미권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좀더 언어에 대한 배경지식을 높여가시다 보면, 미국이나 영국에 놀러가서도 당당하게 대화를 나누실 수 있을거에요.:)
# nonie Says..
위의 케이스 외에도 고등학생부터 다른 업종 경력직까지 여행작가나 기자를 하고 싶다는 문의를 많이 해오신다. 하지만 좀더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지금 국내에 발간되는 여행 미디어는 몇 종 되지 않는다. 월간/일간지에 업계 전문지 다 포함해도 이 매체에 글을 기고하거나 취재하는 이들이 몇 명이나 될까. 그나마도 타 분야 경력 에디터들이 커리어 전환을 위해 잠시 거쳐가거나 서로 돌아가며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한 지 오래다.
올드 미디어 산업의 수익구조는 크게 위태로워져서, 중도에 폐간되고 사라진 매체가 셀 수 없다. 업계에 몸담은 입장에서, 가까운 미래에 '광고수익'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방송, 출판 등) 업종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본다. 좋아하는 일이니 낮은 연봉과 불안정한 고용은 감수한다고? 자신의 가치를 쉽게 재단하기엔 당신은 아직 젊다.
레드 오션에 비집고 들어가겠다는 막연한 꿈을 갖기 전에, 여행으로 자아실현을 하는 길은 기자가 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이룰 수 있다. 만약 여행 작가가 되고 싶다는 장기적 계획을 세웠다면, 시중에 떠도는 "2주만에 니 이름으로 전자책 뽑아줄께"와 같은 속성 강의에 현혹되기 보다는 "글을 제대로 쓰는 법"부터 스스로 공부하면 좋겠다. 내 경우에는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덕에 혹독하게 배울 수 있었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블로그'를 꾸준히 쓰면서 글쓰기 훈련을 할 것을 추천한다. '여행글쓰기, 블로그로 시작하자' 를 참고하자. 가장 중요한 건, 글쓰기 실력은 독서량과 비례한다. 좋은 책을 오랜 시간 많이 읽지 않는다면, 아무리 용한 작문법을 배운다 해도 무용지물이다.
원문: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
글쓴이 : 여행 콘텐츠 디렉터 nonie는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여행법'을 제안합니다. 전세계의 멋진 호텔을 중심으로 테마여행을 하고,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에 특화된 강의를 합니다. 자세히 보기
※ 9월과 10월, 서울-경기 롯데백화점 아카데미 총 7개 점에서 직장인 여행작가 입문/스마트여행법 강의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자세한 일정은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