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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Jan 02. 2019

2019년 글로벌 여행 트렌드 - 호텔 편

호텔이 찾은 새로운 역할, 소셜라이징

오랜 세월 동안 호텔은 현실 세계에서 잠시 단절되고 싶을 때 찾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난 10여 년간 급성장한 저가항공 시장의 확대와 공유경제의 흐름은 전 세계의 여행문화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특히 기존 패키지여행에는 없었던 '숙소 선택'의 자유가 생기면서, 규격화된 객실을 가졌던 호텔은 로비와 객실의 디자인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최근 호텔은 또 하나의 변화를 마주하고 있다. 소위 '라이프스타일 호텔'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호텔은 디자인이나 아트를 접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과 긴밀히 연계하여 새로운 여행을 제안하고 차별화된 이야기를 발신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주요 소비자인 밀레니얼 세대가 여행에서 얻고자 하는 효용이 단순한 휴식이나 현실 도피를 지나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여행을 통해 삶의 질 상승이나 새로운 문화의 학습, 새로운 삶의 방식 체험(1달 살기) 등을 추구한다. 또한 숙소라는 플랫폼을 통해 해당 지역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려고 한다. 자연히 숙박시설의 역할과 의미도 이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목시 호텔의 공홈 메인 화면. 투숙객들의 인스타그램 포스팅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다가올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큰 흐름은 '소셜라이징', 즉 새로운 만남이나 지역사회와의 교류를 매개해주는 역할이다. 메리어트는 이러한 흐름을 재빨리 읽고, 소셜라이징을 주제로 한 비즈니스호텔 목시(Moxy)를 론칭했다. 목시의 공식 웹사이트는 첫 페이지의 절반이 고객들의 SNS 인증샷으로만 채워진다. 투숙객이 #atthemoxy 태그를 포함한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 호텔에서 열리는 각종 이벤트나 멋진 인테리어가 오직 투숙객의 참여만으로 실시간 업데이트된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만남과 인맥을 위한 애플리케이션인 '범블(Bumble)'과 제휴를 맺고 온라인 만남의 오프라인 장소를 후원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12월 12일, 뉴욕타임즈의 기사. 투숙보다 업무를 위한 호텔 방문이 늘어나는 최근 트렌드를 보도했다. 


또 하나의 흐름은 일과 휴식을 함께 하는 공간 '코워킹 스페이스'다. 세계의 트렌드를 깊숙이 조명하는 영국 잡지 '모노클'은 2017년 9월 '워크 앤 라이프 밸런스', 소위 워라밸을 커버스토리로 다루었다. 사무실을 떠나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변화에 주목하고, 이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몇몇 도시를 지목했다. 이들에게 여행은 더 이상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라, 일과 삶을 병행할 수 있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따라서 호텔은 단순히 잠을 자고 밥을 먹는 숙박시설에서 탈피해야만 새로운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각자 일하면서도 상호 교류를 원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해, 호텔업계는 '원격 근무'라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나름의 답을 하나둘씩 내놓고 있다. 




출처: 이튼 호텔 웹사이트 https://www.eatonworkshop.com


이러한 현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반영한 호텔은 홍콩의 이튼(Eaton) 호텔이다. 세계적인 특급 호텔인 랭함(Langham) 호텔 그룹 창업자의 딸인 캐서린 로(Katherine Lo)는, 부모 세대의 호텔로는 밀레니얼의 시대를 대비할 수 없다고 판단해 새로운 브랜드 '이튼'을 론칭했다. 미국에서 사회운동가로 활동했던 그녀는, 호텔이 지역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역할과 책임에 눈을 돌렸다. 2018년 워싱턴 DC와 홍콩에 개장한 이튼 호텔은 로컬 창작자와 1인 기업가가 일할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한다. 또한 지역사회를 이끄는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다양한 세미나와 워크숍을 연다. 호텔을 '소셜 허브(Social hub)'로 만들겠다는 이튼 호텔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출처: 마마웍스 웹사이트 www.mamaworks.com


유럽의 호텔 시장도 코워킹 스페이스에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의 '마마 쉘터(Mama shelter)'는 독특한 디자인과 브랜딩으로 인기를 끌면서 성장해온 부티크 호텔 체인이다. 아코르 호텔그룹에 인수되면서 미국까지 진출한 마마 쉘터는, 지난 2017년에 리용과 보르도 호텔 내에 코워킹 스페이스 '마마 웍스(Mama works)'를 오픈했다. 로프트 스타일의 안락한 라운지와 와이파이, 미팅 룸을 갖춘 시설을 6시간, 1일, 1달 단위 요금제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호텔의 공유공간 비즈니스는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일하며 현지 문화와 교류하려는 밀레니얼 세대의 부상과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다영/호텔 칼럼니스트) 




이 글은 삼성카드 VIP매거진 <Magazine O> 2019년 1월호에 기고한 컬럼 '오늘의 호텔, The New Wave of Hotels in the world'의 원문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에디팅된 기사는 매거진오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여행 인플루언서.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전 세계 여행산업 행사를 취재합니다. 2018년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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