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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Jul 04. 2020

호텔리어에게 '울컥했어요'란 DM을 받았다

책 300권을 임직원에게 선물한 호텔, 그 후

2020년 들어 코로나19는 해외여행을 잠시 중단시키는 선에서 그친 게 아니라, 반년 가까이 장기화되면서 여행산업의 구조를 바꾸고 있다. 해외여행의 대체재로 국내여행이 활성화되면서 호텔업계는 항공과 여행사에 비해 최악은 면했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특히 올봄에는 다중이용 시설 자제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많은 호텔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 즈음에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판사에서 오랜만에 연락을 받았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임직원 전원에게 선물할 책 300여 권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있을 임직원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려는 경영진의 뜻이 전해져서 새삼 집필의 보람도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책이 얼마나 도움을 드릴 수 있나 싶어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출판사에 방문해 요청받은 몇 권의 책에 사인을 해두고 나왔다. 




호텔리어의 '울컥했어요'란 한 마디, 그리고

그런데 몇 주 후, 인스타그램에서 뜻밖의 DM을 받았다. 이 호텔의 임직원이 보낸 메시지였다.

프라이버시상 전체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많은 호텔리어들이 공감할 대목이 있어 일부만 소개해 본다.


"호텔에서 일하다 보면 발생하는 다양한 일과 스트레스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일적인 권태기까지 겹쳐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지난주 총지배인님으로부터 호텔의 모든 직원이 이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오늘도 마음을 가다듬자는 마음으로 문득 책을 들었는데, 저희 호텔 체인(해외)을 '공간이 아닌 시간에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었다'고 쓰신 대목에서, 원인 모를 스트레스에 지쳐있던 마음이 고요해지면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울컥함을 느꼈습니다.

저 역시 많은 나라를 돌며 여행과 관광업계에서 일했는데, 왜 작가님과 같은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돌아보게 되었고, 이 브랜드의 일원으로서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 메시지를 읽으면서, 저자로서 뒷통수를 맞은 듯한 깨달음을 얻었다. 어쩌면 지금 여행업 종사자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불확실한 미래를 그럴 듯하게 해석한 트렌드나 정보보다는, 그들을 그 자리에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따뜻한 찬사가 아닐까. 그들의 존재 가치를 발견하고, 알리고, 더 잘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어쩌면 지금의 내게 주어진 역할이 아닐까 싶었다. 그제서야 내가 책 서문에 썼던 마지막 문장이 떠올랐다.



호텔보다는 호텔을 이루는 사람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 책은 그 분들을 향한 애정어린 찬사와 응원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서문에서



다행히 <여행의 미래> 출간 이후 새롭게 주어지는 역할 또한, 변화와 기회를 발견해 업계에 알리는 일이다. 한국관광공사를 시작으로 협회, 연구원, 재단 등 수많은 유관기관과 협력하여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고, 강의를 하고, 공모전 심사와 컨설팅에 참여하면서 새롭게 알아낸 것들을 최대한 공유하려고 노력 중이다. 작년 10월에 시작한 팟캐스트 ‘김다영의 똑똑한 여행 트렌드’ 또한 업계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기 위해 시작한 방송이다. 물론 5개월이 넘게 포스트-코로나 여행만 다루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



일과 여행의 미래를 관찰하며
큰 이변이 없다면, 여행업계는 올 하반기에 대규모 감원과 함께 큰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단지 해외여행뿐 아니라 여행과 여가 전반, 라이프스타일 업계는 올 여름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요즘 나는 프립 독서모임 '경험을 콘텐츠로 바꾸는 여행의 기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하반기에는 여행과 유관업 종사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리뉴얼하려고 한다.


호텔업계와도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할지 고민하고 있다. 몇몇 체인 호텔은 리뷰차 곧 방문할 예정이다. 단순 리뷰나 에세이보다는, 장소를 옮겨서 일하는 업의 특성을 살려 호텔을 새로운 삶과 일의 도구로 실험해보려 생각 중이다. 나의 본업은 기업 임직원들에게 '여행'을 가르치는 강사다. 연수원이 수도권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 연수원은 속초나 대전, 제주 등 전국에 걸쳐 있기 때문에 지역 곳곳에 출장을 다닌다. 일을 하러 가서 여행을 함께 할 수도 있고, 아니면 호텔을 업무 공간이나 레지던스처럼 거주 대용으로 실험해볼 수도 있다.


여전히 아쉬운 것은, 큰 호텔 체인의 홍보팀일수록 '인스타 올려주실 수 있나요? 블로그 몇 건 가능하신가요?' 이런 부대시설 리뷰 제안에서 그친다는 것이다. 이런 콘텐츠는 나 말고도 할 사람 많지 않나? 호텔은 이제 숙박업을 넘어서, 재택근무나 코워킹과 같이 급변하는 일과 여가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할 것이다. 조금 일찍 이러한 형태의 일을 시작한 1인으로써, 이제는 호텔 리뷰나 칼럼을 넘어서 호텔의 역할과 영역을 넓히는 협업을 해보고 싶다.


수 년간 호텔 칼럼을 위해 호텔리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취재를 해온 내겐, 현장 호텔리어의 전문성과 서비스 정신이 호텔 선택의 큰 기준이 된다. 호텔도 호텔이지만, 호텔을 이루는 사람들과 호텔을 둘러싼 스토리가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 그것이 '인스타그래머블'에 모든 관심과 클릭이 집중된, 다소 기형적으로 흘러가는 국내 여행업계가 새롭게 주목해야 할 방향이 아닐까 싶다.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기업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호텔 칼럼니스트와 여행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좀더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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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noni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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