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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Oct 30. 2020

한국에는 왜 라이프스타일 호텔 브랜드가 없을까?

소셜클럽 '호텔로 보는 라이프스타일의 미래'를 진행하며

현재 강사로 몸담고 있는 여행 산업은, 학문만으로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급변하는 분야다. 그래서 세상에 없는 지식과 경험을 스스로 쌓는 법을 택했다. 전 세계 수 백곳의 호텔과 컨퍼런스, 포럼을 취재하며 산업의 변화를 수집하고 분석해 두 권의 책을 내고, 매주 강의와 방송을 하고 있다.

강사를 7년간 해보니, 이 일은 스스로 배움을 쌓고 새로운 문제를 발견해야만 '상업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일이다. 코로나 이후 해외 출장을 갈 수는 없지만, 독서모임은 새로운 지식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살아있는 공부의 ' 되어 준다. 이번에 연 '호텔로 보는 라이프스타일의 미래' 모임은 2차, 3차 추가 신청 링크를 열만큼 인기였다. 국내 전역의 호텔을 상시 투숙하는 호텔 '찐' 덕후 10분이 모임에 참여하고 계신다.


원래 이 모임은 '호텔리어' 분들이 함께 고민을 했으면 하는 취지로 만들었다.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를 쓸만큼 호텔에 특별한 애정을 갖고 있고, 코로나로 어려워진 호텔 문화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현재 참여자  호텔리어는 1 뿐이고, 대부분 순수하게 호텔을 사랑하는 소비자 분들이다. 물론 호텔에서 퇴근하고도 호텔 얘기만 나눌 '덕후'가 얼마나 되겠냐만은, 호텔의 주체들이 관심을 갖기를 바랬던 나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럼에도 이미 엄청나게 진화한 한국의 호텔 소비자들이 국내외 라이프스타일 호텔에 대한 깊이있는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굉장히 날카로운 토론이 이어지고 있다.



브런치의 유명 호텔 리뷰어 '체크인'님의 후기(오른쪽)


1회차 문제의식: 왜 호텔 뉴스레터는 읽을 거리가 없을까요?

첫 모임 주제는 '호텔과 라이프스타일의 미래'였다. 간단한 아이스 브레이킹 후 언택트로 달라진 업계의 소비 트렌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고 토론도 이어갔다. 그런데 문득 궁금한 것이 생겼다. 평소 국내 호텔의 뉴스레터와 소셜 미디어 운영 방식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 업계 입문하던 2006~7년과 지금의 호텔 보도자료에는 다른 점이 없다.  보도자료 내용을 경어체로 바꿔서, 소셜 미디어에 그대로 올린다. 글로벌 브랜드 뉴스레터는 세일 정보만 확인하는 수준이고, 그나마도   열어본다.


우리 모임에는 호텔을 세우고 싶다는 분들부터 호텔 전문 리뷰어까지 그야말로 호텔 덕후들이 모였기 때문에, 평소 국내 호텔의 SNS 계정과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쭤봤다.

답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처참한 수준'이다. 호텔 관계자분의 첨언으로는 최근 고용 악화로 홍보 인력도 줄면서 마케팅이나 영업 파트에서 채널을 관리하는 곳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플랫폼 경제 하에서 소비자에게 가격과 시설 외에는 차별화를 노출할 요소가 거의 없어진다.  


이전에 아코르의 권대욱 전 사장님을 뵈었을 때, '지금의 호텔에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필요하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일방적인 소식 전달이 아닌 소셜 커뮤니케이션에 특화되고, 우리 브랜드에 충성하는 고객을 하나의 커뮤니티로 관리하는 숙련된 매니저를 말한다. 지금의 교육 과정이 이런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호텔 브랜드 1세대, 에이스 호텔과 호시노야. 내 강의에서는 2020년 현재 주목할 브랜드 및 구독경제와의 관계를 다루었다.


2회차 문제의식: "왜 한국에는 에이스 호텔같은 '브랜드'가 나오지 않을까요?"

첫 토론 때 카푸치노 vs. 레스케이프에서의 경험을 비교하면서, 독창적인 호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 얘기가 나왔다. 이번 모임의 주제가 에이스 호텔 & 호시노 리조트로 보는 1세대 호텔 브랜드의 현재와 미래여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이어가 보기로 했다.


한국에는 진정한 의미의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존재하는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고유의 호텔 브랜드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면, 왜일까? 그 이유에 대해 각자가 바라보는 흥미로운 시각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설득력있는 설명 중 하나는 한국의 호텔 경영이 '브랜드' 철학을 내세우기에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대형 호텔은 해외 체인을 들여와 운영을 하기 때문에 실제 오너(소유주)와 체인(운영사)의 관계가 복잡하다. 호시노 리조트나 에이스 호텔처럼 오너가 브랜드를 직접 개발하여 글로벌 확장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의 대기업 브랜드는 '체인 호텔'이지 독자적 철학을 가진 라이프스타일 호텔로 느껴지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또한 기존 업계보다는 F&B나 IT 등 MZ세대의 변화에 민감한 타 분야 혁신가에 의해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할 확률이 높다고 보았다. 최근 오픈한 안테룸 서울이나 디앤디파트먼트 제주 투숙 경험을 통해, 외국(일본)의 시각으로 우리 지역을 해석한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장단점도 이야기해 보았다.

3회차 모임에서는 또 어떤 이야기가 나올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타이베이에서 머물렀던 로컬 숙소 오리진. TV 대신 LP 플레이어가 있어 현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 호텔에 필요한 핵심 역량, 콘텐츠

일본의 한 호텔 오너가 쓴 '라이프스타일 호텔이 LP 플레이어를 두는 이유는?이란 글을 본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화제가 된 도쿄의 K5 호텔이나 트렁크 호텔이 객실에 LP 플레이어를 두고 있다. 그런데 이 흐름을 시작한 호텔이 바로 라이프스타일 호텔의 시조새, 에이스 호텔이다. LP 플레이어는 당시에는 일반적 호텔 비품과는 거리가 멀었고(무한도전 뉴욕 편에도 등장한 적 있다, 상단 이미지 참고) 지금도 그렇다. LP 플레이어는 호텔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럭셔리한 비일상과는 반대 지점에 있다. 오히려 우리의 일상에 밀착해서 주변 지역의 감각을 읽고 이를 여행자에게 체험하게 해주는 호텔에 가깝다. 따라서 LP 플레이어는 브랜드 철학을 이야기해주는 장치적 역할을 한다. 나는 지금도 타이베이를 생각하면 숙소의 레코드 판으로 들었던 대만 가수의 음악이 떠오른다. 지금의 라이프스타일 호텔은 자신이 속한 지역의 감성을 호텔에 적용시키는 로컬 트렌드 편집력이 새롭게 요구된다.




더 나아가 오볼로 호텔을 예로 든다면, 오볼로는 호텔의 기능적인 디자인이나 인테리어 소품으로만 브랜드를 설명하지 않는다. 오볼로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며 호텔 브랜드 최초로  지점 레스토랑의 채식화를 선언했다. 또한 브랜드 관점에서 고른 음악을 스포티파이 리스트로 팬들에게 공유한다. 뉴스레터에서는 위트있는 문구와 콘텐츠로 호텔과 지역 소식을 전달한다. 작년 ILTM CHINA 2019 상하이에서 만난 오볼로의 관계자는 유창한 한국어 인사와 함께 '저 한국 회사에서 근무했었는데'라며 작은 기념품을 유쾌한 웃음과 함께 건네 주었다. 응원해주고 싶은 브랜드와 공감해주고 싶은 브랜드 철학은, 결국 그들 스스로가 만들어간다.


매일 여행업 교육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이제는 고교와 대학의 교육과 업계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여행과 호텔업계가 필요로 하는 역량은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나라에서 무료로 시행하는 여행 관련 교육은 꼭 받기를 추천한다.(관광공사, 한국여행업협회 검색!) 여행사와 항공사 분들은 많이 수강하는데, 호텔쪽 참여는 전무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종사자 교육 과정에서 관광업 트렌드를 담당하고 있으니, 궁금한 점은 유튜브에 댓글로!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기업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호텔 칼럼니스트와 여행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좀더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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