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 실무자, 창업자, 고교생까지
4월 책 <여행의 미래> 출간 이후, 본업인 기업 여가 설계 교육보다는 관광업계 내에서 다소 무거운 역할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은 관광업계에서 나름대로 기여할 분야가 있다는 것 자체도 감사한 일이다. 덕분에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를 커리큘럼 화하여 최대한 다양한 교육으로 공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나라 관광 교육에는 커다란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체감했다. 어쩌면 여행의 미래를 논하기 전에, 교육부터 바뀌어야 하지 않나 싶다. 코로나 사태 이후 참여한 교육 대상의 주체를 크게 3가지로 나누어, 지금까지의 교육 상황과 보완이 필요한 점을 리뷰해 본다.
- 여행 소비, 이제는 여가 시간을 점유해야
관광협회의 최고경영자 아카데미, 여행업협회 실무자 역량강화교육, 관광해설사 교육 등 관광업계의 주체를 재교육하는 프로그램에서 '여행산업 트렌드'와 '언택트 관광의 시대'를 강의하고 있다. 특히 여행사나 항공사에 종사하는 실무자 교육은 기업과 개인의 방향 전환을 위한 아이디어와 사례 위주로 구성한다.
현업 분야의 가장 큰 이슈는 해외여행에서 국내여행으로 성공적인 피봇팅을 하는 법일 것이다. 그래서 해외보다 국내 사례 중심으로, 새롭게 주목할 여행상품의 사례나 소비자들의 최신 구매 패턴(D2C)을 주로 다룬다.
그런데 현업 분들조차도 2030이 주로 쓰는 여가 액티비티 플랫폼을, 내 강의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들 한다. B2B나 MICE 업체라면 몰라도, B2C라면 야놀자같은 여행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여가(취미) 플랫폼 간의 특성과 수익구조, 타깃 소비자, 이들이 기획하는 여행상품에 대해 더 늦기 전에 파악해야 한다. 앞으로 작은 여행사들은 직접 상품을 판매하기보다는 특정 플랫폼에 효과적으로 입점하는 것도 생존전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내가 해본 여행이 여행의 전부가 아니다
상반기에 비중이 높았던 또 하나의 프로젝트는 공사의 관광창업 심사와 컨설팅이다. 관광업계가 위축되고 있지만, 미래 산업인 관광 분야에서 창업은 지속적으로 지원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나는 주로 스마트 관광과 체험 관광 분야에서 해당 아이템이 사업성이 있는지, 소비자(여행자) 타깃을 잘 설정하고 있는지 등을 검토했다. 120개 업체의 사업계획서를 이틀만에 평가한다거나, 이미 창업한 팀에게 적절한 처방과 조언을 건네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도 내게 컨설팅을 받았던 팀들이 도움이 됐다고 연락을 해오거나 추가 질문을 해올 때는 보람을 느낀다.
공통적인 조언은, 여행을 너무 좁게 보지 말라는 것과 시장분석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2030 창업자들은 해외여행 대중화 세대다 보니 '내가 해본 여행이 보편적인 여행'이라는 기준으로 아이템을 찾는다. '혼자 여행은 외로우니 동행을 필요로 할 것'이라거나, '모두가 현지인 같은 여행을 추구할 것'과 같은 정서적 고정관념이 그 예다.
물론 시장이 무엇을 원하는지는, MVP 서비스를 돌려보는 과정에서 더 정확히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면 체계적인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유사한 서비스가 해외에는 정녕 없었는지, 왜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둔 케이스가 없었던 것인지 등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이미 창업 후 컨설팅에 와서야 내가 알려주는 유사 서비스를 처음 들어본다는 창업자가 부지기수다. 시장분석을 철저히 하지 않고 감에 의존하거나, 업계 변화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교육의 문제도 있다.
- 트래블 테크 전반, 새로운 접근이 필요
관광 및 호텔 고교와 대학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너무나 클 것이다. 최근 전공 학생들이 털어놓는 고민 내용을 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몇십 년 전 낡은 사례와 이론으로는 업계 진출을 하더라도 버틸 경쟁력이 없다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내 팟캐스트를 매주 들으며 공부한다는 학생들도 있었다ㅠ 관광업계의 교육에는 여전히 학문으로서의 관광만 남고, 현상으로서의 '여행'은 빠져 있다.
이들을 위해 준비하려는 교육은 제대로 된 '트래블 테크' 교육이다. 책 <여행의 미래> 5장에서도 새롭게 생겨나는 직업과 커리어를 소개하기는 했지만, 기술 변화로 인한 신생 직업을 충분히 소개하지 못했다. 그래서 항공, 호텔, 플랫폼, 교통, 모바일, 지속 가능한 관광 전반에서 직업의 속성을 바꾸는 첨단기술을 분석하고, 여기서 생겨나는 전 세계의 서비스와 직업을 소개하는 7~8주 정도의 교육 과정을 준비하려 한다. 어쩌다 보니 IT 스타트업 1세대 종사자로서 다양한 테크 기업을 홍보했던 경력이, 지금의 일에 큰 밑거름이 된다.
교육 과정이 완성되면 누구든 수강할 수 있는 형태, 또는 다양한 교육 기관 및 학교과 협업하려 한다. 혹시 관심있는 교육 기관이 있다면 문의는 여기로.
- 20대 호텔리어가 구축하는 신개념 관광 교육
지금 하는 다양한 일을 굳이 거창하게 알리려던 건 아닌데, 일본의 한 사례를 보며 생각을 바꾸었다.
코로나 이후 일본 관광업계에서 새로운 물결을 주도하는 혁신가는, 호텔 쉬(Hotel She) 등을 운영하는 L&G의 대표 류자키 쇼코다. 그녀의 사업 분야는 너무 다양해서 별도로 분석글을 올리기로 하고, 우선 지난 6월에 다룬 방송을 참고해 보기를 추천. 바로 가기
코로나 이후 그녀는 여러 프로젝트를 신속하게 만들어냈다. 호텔업계를 위해 D2C 판매 및 바우처 판매를 대행해주는 서비스, 칠린을 만들었다. 또한 자가 격리 및 피난처를 자처하는 호텔이 예약을 받도록 연결해주는 '호텔 쉘터'는 고안한지 10일만에 완성하여 150개 호텔이 몰려 들었다. 여행 칼럼과 호텔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는 온라인 매거진도 개설했다. 96년 생의 20대 창업가가, 패닉에 빠진 일본 관광업계에 끼친 선한 영향력은 실로 민첩하고 스마트했다.(그러나 일본 정부의 무능한 Go-to 정책 때문에 제대로 실행 못한 것도 있다)
그중에서 가장 혁신적이라고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관광 학교'다. 교토 대학 및 기관과 협업하여 '새로운 호텔 개론', '관광 사업 전략론', '관광 인재 육성 강좌' 등의 과정을 개설했다. 분야를 초월하여 관광의 미래를 지탱할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한다는 글을 보며, 이런 교육 혁신은 우리에게도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도 테크, 라이프스타일, 도시재생 등 타 분야와 융합한 새로운 관광 교육이 만들어져야, 혁신 창업도 더 많이 탄생할 수 있다. 그래서 진행 중인 많은 커리큘럼을 잘 정비, 보완해서 우리 환경에 맞는 여행의 미래 교육 과정을 잘 구축하려 한다. 최근 프립과 함께 개설한 '커리어를 변화시키는 여행의 기술', '호텔로 보는 라이프스타일의 미래' 4주 과정도 이러한 교육 콘텐츠의 씨앗이다. 함께 하실 현업 분들도 직접 찾고, 차근차근 모임 형태부터 만들어보려 한다.
우선 다음 주부터는 책 <여행의 미래>를 1주에 1장씩 저자와 함께 읽어보는 유튜브 시리즈를 작게나마 시작할 예정이다. 그동안 북토크를 하면서 정작 책 내용은 언급을 안했던 것 같아서, 책에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발췌해서 읽고 비하인드나 새로운 사례를 덧붙여 소개해보려 한다. 함께 책 읽어보고 댓글로 질문이나 참여를 하실 분들은 유튜브 채널 바로 가기.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기업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호텔 칼럼니스트와 여행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좀더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인스타그램 @noni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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