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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Aug 01. 2020

현대미술 속 여행은 어떻게 그려지고 있을까?

히치하이커 뉴스레터 #15.

세화미술관의 <아티스트로 살아가기> 전시를 관람하면서, 가장 오랫동안 저의 발걸음을 붙잡은 전시가 있습니다. <대왕트래블 칭쳰투어 : 2019 김첨지 리바이벌>이라는, 거의 30여분의 긴 영상물입니다. 대왕트래블의 패키지여행 상품을 통해 가상의 휴양국가 '칭쳰'으로 떠난, 병약한 노인 김첨지의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영상을 보는 내내, 2006년 취재로 다녀온 중국 계림 패키지 여행이 떠올랐습니다. 촌스러운 원색의 조명으로 가득한 동굴 3곳과 동물원을 돌고, 서커스를 보고, 기념품점을 돌고, 가이드가 가라는 대로 가고 먹으라는 걸 먹었던 전형적인 패키지 여행이었죠. 작품 속 칭쳰은 가상의 국가지만, 중국의 유명 관광지가 가진 클리셰를 다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만든 류성실 님은 노년 세대의 한국적인 토착성이 21세기 자본주의와 만나는 지점을 블랙코미디로 풀어내는 아티스트입니다. 그런데 그 현상을 반영한 소재로, 왜 하필이면 '여행사'를 골랐을까요? 

책 <마케터의 여행법>에서는 "현대 미술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이나 생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얘기합니다. 저는 이번 전시에서 현대 미술을 왜 봐야 하는지를 크게 느꼈습니다. 정보가 부족했던 시대에 '관광'을 목적으로 구성된 패키지 여행은, 스마트폰 세대에게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으로 비춰집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세대와 시각의 차이를 여행을 매개로 보여주는 것으로 저는 해석했습니다.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한국 여행산업의 주류는 여전히 여행사입니다. 현재 코스닥에 상장된 여행 종목도 모두 기성 여행사와 항공, 호텔 관련주입니다. 반면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이용하고 수백 억을 투자받은 마이리얼트립이나 야놀자같은 여행기업은 여전히 'IT 스타트업'으로 분류합니다. 코로나 이후, 우리 소비자에게 과연 누가 '생산자'의 역할을 할까요? 


여행산업 매체들은 여전히 여행사라는 틀에서 산업을 분석하고, 세계 각국의 관광청은 여행사 직원에게만 교육을 제공합니다. 공공기관에서 진로 교육을 설계할 때도, 학교에서 관광 전공을 설계할 때도 여전히 항공업, 호텔리어, 여행사의 틀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지금 관광을 전공하는 이들이 당장 나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 너무 당연합니다. 지금의 여행업계야말로 산업과 현실의 괴리가 뚜렷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에서 또 하나 주목할 지점은, 관광에 참여한 소비자와 생산자가 지역성보다는 '참여' 그 자체만 집중하는 현상을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관광지의 환상을 소비하기 위해 투어에 참여한 노인들은, 정작 그곳이 '어디인지'는 전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 현상은 자유여행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입니다. 여행의 효용성이 인스타 피드 꾸미기에 치중되면서, 가는 장소는 물론 찍는 사진과 인증샷 위치에 포즈까지 비슷한 웃지못할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추후에는 예술가들이 여행의 이런 현상을 풍자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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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호 뉴스레터의 전체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세요.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국내에서는 기업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호텔 칼럼니스트와 여행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좀더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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