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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Jan 13. 2021

윤스테이로 본, 2021년 국내여행의 변화 해법

갈수록 더 중요해지는, 고객 여정의 설계

고객 여정 설계의 중요성

에어비앤비가 진단한, 국내여행의 빈틈

지난 11월 경향일보가 에어비앤비와 협업으로 만든 '[ 떠나 재택 in 공주]‘재택이라 쓰고 ‘여행이라 읽는다' 기사를 우연히 접했다. 지면 기사뿐 아니라 영상 콘텐츠에서는 기자가 충남 공주의 숙소로 떠나 재택근무와 여행을 하며 현지 종사자의 인터뷰를 담았다. 뜬금포로,  영상에서 기자가 내내 들고 다니는 책은 <여행의 미래>...;;



출처: 재택이라 쓰고 여행이라 읽는다(경향일보) - 영상 속에서 뜬금없이 마주친 내 책.


이 기사를 통해, 에어비앤비가 '한국인의 국내여행(인트라바운드)' 시장에서 어떤 문제의식을 갖고 있으며 무엇을 공략하려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평소 내 생각과도 비슷해서 가볍게 정리해본, 현재 국내여행 시장과 실제 소비자의 간극은 크게 3가지다.


1. 해외여행 경험이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후 국내 여행을 통해 지역(로컬)을 재발견하고 있다. 여행 소비자의 수준과 눈높이가 매우 높아졌다.

2. 재택이든 휴가든, 사람들은 도시 밖으로 탈출을 꿈꾸고 있다. 이들은 기존에 누리던 여행의 대체재를 '경험'에서 열심히 찾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비인기 지역, 낯선 경험에는 선뜻 발길이 가지 않는다.

3. 국내여행 수요는 확실히 늘었지만, 유명 여행지가 아닌 대부분의 지역에는 여전히 양질의 공간(숙소 포함) 경험이 매우 부족하다. 특히 다양해진 소비자의 취향을 맞춰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재택이라 쓰고 여행이라 읽는 '여행의 재분배'(여행자가 비관광지로 흩어지는 현상)가 가속화되고 있다. 독채 렌털이 늘고, 호텔도 체류 상품과 렌털 서비스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뉴욕타임스 2020.12.31 '다른 사람과 마주치지 않는 방법? 호텔을 통째로 예약하세요)  

그렇다면 한국은? 70%의 기업은 재택근무를 지속하거나 도입할 계획이 없다.(한국일보 20.09.07 '한국 기업은  재택근무를 꺼릴까?') 2030의 체류형 여행은 길어야 1~2주로, 프립의 '제주살기' 상품 정도가 현실적이다. 재택이 가능하다 해도, 제주나 강원 대신 '여행지로 선택하지 않았던'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지기는 다소 어려워 보인다.


왜 우리의 여행지는 다양해지지 못할까? 첫 번째 이유는 지역(로컬) 경험의 층위가 얇다. 위 영상에 등장하는 충주도 숙소, 카페, 서점이 경험의 전부다. 1박 2일이라면 몰라도 지역을 경험하기에는 조금 단조로워 보인다. 두 번째,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유튜브에 유통되는 여행 콘텐츠의 관점이 단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소 소개와 인증샷에 초점이 맞춰진 콘텐츠는 '와! 예쁘다, 나도 가볼래' 정도의 환기는 일으킬 수 있지만, 눈높이가 높아진 소비자에게 여정을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있는 완성형 여행의 모델을 제시해주지 못한다. 지역의 삶과 서사가 잘 녹여진, 몰입형 여행 롤모델이 부족한 것이다.





윤스테이가 보여주는 고객 여정의 중요성

2021년에 국내여행은 어떤 방향으로 진화해야 할까? 최근 tvn '윤스테이'를 보면서 문득, 그 실마리를 '고객 여정 설계(Customer Journey Mapping)'에서 찾았다.  '반드시 찾아와서 해보고 싶은, 세련된 로컬 경험'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세련된'이란, 돈을 많이 들인 멋진 시설(하드웨어)가 아니다. 고객을 슬그머니 찔러 설계한 여정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는 '넛지' 전략이다. 마치 고객이 능동적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전략은, 숙박 경험을 더욱 매력적으로 기억하게 만든다.


특히 윤스테이가 보여준 숙박 경험에 주목한 이유는, 이 지역이 비인기 관광지인 '구례'이기 때문이다. 구례는 이곳을 찾을 이유가 있어야만 일부러 찾아오는 곳이다. 이렇게 '와볼 이유를 만들어야만 하는' 지자체 관광지는 속초, 강릉, 제주 외 주요 대도시 빼고는 거의 모든 곳이 해당된다. 코로나 이후 여행 경험의 이상적인 구조를, 윤스테이 1회를 보며 4가지 포인트로 정리해 봤다.


1. 고객의 최초 경험, 차량 픽업 - 완벽한 영어와 능동적인 커뮤니케이션
2. 객실에서 발견한 예상 밖의 장치 - 친환경 어메니티, 웰컴 기프트(자석, 수첩, 손거울, 직원 캐릭터 담긴 팝업카드), 로컬 특색이 반영된 고무신 등
3. 능동적 경험 유도 - 숙박시설 지도를 주어 스스로 주변 산책과 사진 촬영을 할 수 있게 유도한다.
4. 차별화된 F&B 서비스 - 손수 만드는 한식 저녁과 아침 식사 (일본의 료칸 서비스와 유사, 관광지가 없어도 미식으로 지역 체험이 가능하다)


종사자들은 이런 장치를 그저 '방송용, 연출용'이라며 비현실적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우리 호텔도 지도나 어메니티는 다 주는데?'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지역, 그 숙박시설에 가야만 만날 수 있는 경험이 있는가? 있다면 그 경험을 고객에게 어떻게 안내하고 유도하는가? 어메니티는 해당 지역의 정체성을 어떤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는가? 구례가 동백꽃이 유명하다고 해서 동백꽃이 수놓아진 고무신을 고안하는 숙박시설이 과연 몇이나 될까? 개인적으로는 국내 도시(목적지)와 숙박시설에서 만족스러운 '고객 여정'을 만난 기억이 거의 없다. 2021년의 TV 예능에서는 당연하게 연출하는 '로컬 경험'이 실제 우리의 여행에서는 낯설다는 자체가, 아직 국내여행이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보여준다.


더 큰 문제는 정책이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작년 10월에 열린 외국인 관광도시민박업 사업자 공청회에 직접 참석해 취재한 적이 있다. 기재부는 현행 외국인만 이용 가능한 도시민박업을 내국인 숙박에도 허용하는 대신, 영업일수를 연 180일로 제한한다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해가 안 됐던 부분은, 당국이 민박업 전체를 아직도 '부업' 취급한다는 것이다.(관련 규정) 이들에게 아마추어 수준의 숙박업만 하라고 제한을 두면, 제도로 보호하는 호텔과 숙박업의 경쟁력이 저절로 높아질까? 오히려 그 반대라고 본다.


지역의 숙박시설이 '윤스테이' 수준의 로컬 브랜드성을 갖춰서 여행자를 지역에 찾아오게 만들려면, 숙박업의 각 주체를 경쟁시킬 것이 아니라 각자의 핵심자원에 맞춰 지원하고 교육해야 한다. 지금 소비자들이 원하는 로컬 경험은 오래된 집에서 하룻밤 자고 농가에서 과일 따는 수준의 여행이 아니다. 작년 내내 관광사업의 컨설팅을 하면서도 느꼈지만, 개별 여행자의 페르소나를 어떻게 설정할 것이며, 어떤 여행의 시작과 끝을 제공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작업이 2021년에는 깊이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년 전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의 해외여행 시장을 잠식했던 것처럼, 국내여행도 플랫폼이 '설계'한 대로만 흘러갈지도 모르겠다.  


이에 대한 국내외 사례는 계속해서 팟캐스트뉴스레터 등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작년에도 두 번의 독서모임을 통해 이 분야를 둘러싼 토론을 했는데, 올해도 함께 공부할 분들을 곧 모집할 예정. 관심 있는 분들은 뉴스레터 신청을 잊지 마시길. :)


1월 28일 로컬관광 웨비나 소식: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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