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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Feb 01. 2021

UCC 영상 공모전, 관광 홍보에 진짜 도움이 될까?

+170억 들인 관광홍보 영상, Z세대 외면받은 이유

책 <여행의 미래> 집필 당시 딱히 책에 넣기 애매해서 빠졌던, 웃픈 사례가 있다. 국가가 자국의 관광을 홍보하기 위해 만드는 투어리즘 애드(tourism ad) 영상의 실패 사례, 이어서 국내 지자체의 관광 영상 공모전에 관한 단상을 이어본다.



호주 관광청의 2019 투어리즘 캠페인 영상. 팝스타 카일리 미노그가 출연했다.


진정성 없는 관광 홍보, 결국 패러디 대상으로

관광산업이 호황이던 2019년 말, 호주 관광청은 1,500만 달러 (한화 170억 원)의 엄청난 예산을 투입해 글로벌 캠페인 영상을 제작한다. 호주 출신의 세계적인 팝스타 카일리 미노그가 캠페인 영상의 주인공과 주제가를 맡았다. 개인적으로 카일리의 팬이라 우연히 위 영상을 접하면서, 이 캠페인의 전말을 알게 됐다.


안타깝게도, 많은 예산을 들인 'Matesong'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이걸 누가 승인했냐', '100% 진지한 거냐 패러디냐' 등의 혹평이 댓글창을 뒤덮었다. 가장 웃지 못할 댓글은 '카일리는 호주가 너무 좋아서, 영국에서 사는군요'라는 댓글이다. 한 마디로 셀러브리티의 대중성에 너무 의존한 나머지 대중의 높아진 수준을 고려하지 못한, 관 주도 프로젝트의 전형적인 한계가 드러난다. 게다가 Z세대는 여기서 참지 않는데....




Matesong을 패러디한 영상. 시니컬한 래핑으로 호주의 관광 홍보를 비판한다.


호주의 10대 크리에이터 타라 벨로즈는 Matesong이 나온 지 4일도 안되어, 이를 날카롭게 패러디한 '현실적인 호주 관광 광고'를 올린다. 호주 사회에 만연한 문제를 지적하고, '기후 정책이나 바꾸라'는 일침을 날린다. 이렇게 MZ세대는 진정성과 철학이 결여된 홍보를 보면, 쿨하지 않다(구리다)고 직관적으로 느낀다.

Matesong 캠페인의 최후는 어떨까? 영상 공개한 지 한 달도 안되어 20년 1월 호주 산불 사태에 코로나까지 겹치며 광고를 중지하고 말았다. 두둑한 출연료를 챙긴 카일리 좋은 일만 시켜줬다는, 슬픈 결말이다.

 

반면, 한국은 코로나 19로 관광산업이 멈춘 2020년에도 창의적인 관광 홍보 영상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3 뷰를 넘긴 '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 예산은 보도 따르면 2 여원 수준이다. 호주가 170억 예산을 들인 Matesong이 겨우 187만 뷰에 그친 것에 비하면 한국은 엄청난 효과를 거둔 셈이다. 


우리의 결정적인 성공 요인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창작자에게 콘텐츠 기획의 주도권을 넘겨주어 역량을 자유롭게 발휘하게 한 것, 두번째는 MZ 세대의 관점에서 한국 여행의 목적이 유형에서 무형의 자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걸 이해한 콘텐츠다. 우리가 가진 역동성이나 창의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 자원을 진정성있게 구현해, '쿨하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관광 홍보와는 차별점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전국의 지자체 관광 정책은 이러한 성공 요인을 잘 분석해서, 제 2, 제 3의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를 육성하고 있을까? 최근 찍어내듯 똑같은 우승자를 선정하는 UCC 공모전들을 보니, 갈 길이 먼 것 같다.




구글에 UCC 관광 공모전이라고만 쳐도....이렇게 쏟아져 나온다.


UCC 관광 공모전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관광 트렌드 교육이 업이다 보니, 며칠 전에도 강의를 준비하다가 한 지자체 유튜브에 올라온 UCC 공모전 수상작을 보게 됐다. 연관 영상으로 다른 지자체 수상작까지 연이어 보다가, 음, 이게 뭐지? 싶은 걸 발견했다.


최근 2~3년간 전국의 UCC 관광 공모전의 수상작 중, 대상과 최우수상  제법  받은 사람이 모두 '동일인'이었다(....) *실명 포함된 링크는 제외

단양 - 대상

군산 - 최우수상 https://www.youtube.com/watch?v=9xtBVhrgo-0

순창 - 최우수상 https://www.youtube.com/watch?v=MqlQ8-_sQR8

홍성 - 금상

공주 - 은상


이 분은 관광 만이 아니라, 유튜브에 이름 + UCC로 검색해 보니 수십 곳의 정부기관 UCC 공모전에서 똑같은 '드로잉(손그림)' 컨셉의 영상물로 입상했다. 물론 행사 취지에 맞게 공들여 잘 만들었으니 상을 받은 것일 게다. 한 개인의 실력이나 진정성에 대해 논하려는 게 아니다. 묻고 싶은 것은, 지역마다 복사판처럼 똑같은 콘셉트의 홍보 영상을 양산하는 것이 관광 UCC 공모전의 주된 목적인가?


핵심 문제점은, 같은 사람이 여러 대회에서 수상을 했다는 점이 아니다. 이 수상작들은 지자체 홈페이지에 소개된 관광 명소와 먹거리 소개를 빠짐없이 집어 넣었다. 한마디로 관이 소개하고 싶어하는 스팟만 충실하게 들어가 있다. 반면 MZ 세대가 왜 그 여행지를 선택하며, 지역을 여행 후 어떤 변화를 느꼈는지 등을 진정성있게 스토리텔링한 영상은 대부분 이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양산된 공모전 당선작의 유튜브 조회수는?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애초에 바이럴 홍보도 안 되는 영상이라는 것이다. 많은 예산을 들여 여는 UCC 공모전은 누구를 위한 대회인가? 공모전의 문법을 꿰뚫은 공모전 헌터, 드론 등 영상 장비를 갖춘 전문가 소수의 단골 먹잇감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그리고 심사 시에 당연히 해야 할 기본적인 서치를 왜 거치지 않고 모든 지역이 같은 당선작을 뽑는지도 궁금하다. 요새는 유튜브에 UCC 공모전의 모든 당선작이 업로드되니, 한 번만 찾아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관광 분야 교육과 컨설팅을 하는 입장에서, 2021년의 관광 영상 공모전은 조금 더 나은 방향이 되기를 제안하고 싶다. 특히 관광/여행 분야를 공부하고 진로를 준비하는 이들이 코로나 이후 어려워진 상황에서 새로운 가능성기회를 찾는 공모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림 잘 그리고 영상 잘 만드는 사람은 관광 공모전 아니어도 상 받을 곳 많지 않나?

관광 영상 공모는 영상미나 완성도가 아닌, 지역 관광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이 더 중요하다. 영상이 조금 어설프더라도 지역을 여행하는 유니크한 코스를 제시하거나 왜 수많은 곳중에 꼭 이곳이어야만 했는지 등 구체적인 내면의 동기를 담은 콘텐츠가 더 진솔하고 여행자에게도 유용하다.


애초에 UCC(라는 말도 시의성에 한참 뒤떨어지지만) 공모 사업을 꼭 해야 한다면, 바이럴 홍보 영상을 생산하기 위한 것인지, 새로운 지역 관광 루트를 제시하려는 것인지 등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2021년에는 관광공사 글로벌 캠페인의 성공을 반면교사 삼아서, 영상 공모전의 취지와 기준도 진화했으면 좋겠다. 잘 모르시겠으면 불러주세요. 심사 배점 항목과 기준부터 다시 짜드림.


* 본 글은 국내외 어디에도 보도되지 않았고 직접 조사하고 취재한 내용으로, 무단 인용 및 기사화 불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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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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