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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Feb 03. 2021

클럽하우스, 정서적 상실감을 채우는 SNS의 출현

여가시간의 점유율 관점에서 본, 클럽하우스 열풍

미국의 신생 스타트업이 만든 오디오 기반 소셜미디어 '클럽하우스'의 열풍이 거세다. 특히 락다운(lockdown)을 겪는 미국과 유럽, 일본에서는 초대장을 사고팔 정도의 사회적 현상이 되고 있다. 며칠 전 클럽하우스에 들어와서 서버를 마비시킨 일론 머스크는, 최근 게임스탑 주식 사태에 대해 로빈후드 CEO에게 질의를 던져 답을 받아내기도 했다. (그의 행동은 '개미들의 속을 풀어준 해결사 vs. 부자를 공격하며 인기를 얻는 영악한 부자'로 또 다른 계급 논쟁이 되고 있다.)


이렇게 유명인을 포함한 사람들과 끊임없이(그리고 형식상으로나마 수평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기분을 주는 만족감은 클럽하우스 열풍의 중요한 이유다. 특히 내가 주목하는 지점은 '여행과 외부활동의 부재'로 인한 정서적 상실감을 기존의 소셜미디어가 메워주지 못했고, 이를 클럽하우스가 일시적으로나마 대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내용은 2월 4일 자 팟캐스트에 담았는데, 방송 나가기 전 칼럼으로도 정리해둔다. 방송 바로 듣기



출처: independent, 2021.1.21


락다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정서적 상실감의 원인

우선 영미권에서 사회적 활동을 통제하는 '락다운'이 개개인에게 끼친 정신적 영향은, 한국에서 코로나를 겪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며칠 전 인디펜던트에는 '락다운으로 광장공포증에 걸린 여행 작가가 된다는 것' 칼럼이 실렸다.


영국 기반의 여행 작가로 활발히 활동했던 시안 윌리엄스는 코로나 이후 락다운으로 인한 충격과 불안감으로 공황장애가 생겼다. 그녀는 주된 증상인 광장공포증으로 인해, 탈출 경로나 출구가 없는 곳에 갇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겪으며 지난 몇 달간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또한 '락다운은 나에게서 독립성, 호기심, 정체성의 일부를 빼앗아갔다'라고 이야기한다. 세상을 만나고 이를 글로 쓰는 일이 직업인 여행 작가에게, 락다운은 이토록 깊은 정신적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


칼럼에서는 한 연구 결과를 인용해 16,000 명의 영국인 중 3/2가 락다운 동안 정신 건강이 악화됐다고 이야기한다. 100명 중 2명이 공황장애를 앓고 있으며, 그중 1/3이 광장공포증을 얻는다. 특히 이 질환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2배나 더 발생하며, 18~35세 사이의 여성이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사실 이 계층은 코로나 이전 여행산업의 소비를 이끌었던 밀레니얼 소비자와도 정확히 겹친다. 삶과 일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직접 경험에 큰 가치를 두는 젊은이들이, 코로나 이후 변화된 환경에서 정체성을 잃고 감정적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감정적, 시간적 부재를 파고드는 비즈니스 중에는 '소셜미디어'도 있다.



 


여가시간의 점유율 관점에서 보는 클럽하우스

유럽 스타트업 매체인 시프트는 1월 27일 '클럽하우스가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라고 보도하며 여러 사용자 인터뷰를 소개했다. 네덜란드의 여행 & 테크 작가 로렌 라자비는 "화상으로 노출되는 부담이 없이 잠옷 차림으로도 소통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는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나 역시 초대받아서 며칠간 사용해 보면서 느낀 점이다. 대화방에 자유롭게 입장과 퇴장을 할 수 있고, 굳이 떠들어야 할 의무 없이 남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을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10대들의 라디오라는 한국의 '스푼 라디오'와도 비슷하게 다가오지만, 상호 간 오디오 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스푼과도 차별화된다.

 

로렌은 '네덜란드의 락다운이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클럽하우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겠지만, 지금은 매일 밤마다 습관처럼 들어간다'라고 이야기한다. 락다운 환경에서 클럽하우스 사용이 저녁 시간 루틴이 되었다는 얘기다. 최근 열풍인 일본에서도 '클럽하우스가 어느새  저녁시간을  가져간다'는 사용자 리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여행과 외부 활동이 제한된 지금, 정서적인 만족과 소속감을 주는 '집콕 전용' 소셜미디어가 생겨난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기존의 소셜미디어가 수행하지 못하는 빈틈이 생겨난 것은 아닐까? 페북이나 인스타 피드는 나만 빼고 다들 잘 나가는 이들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정서적 고립감을 해소하지 못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클럽하우스는 누군가에게는 동경하던 셀러브리티(유명한 테크 구루 등)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만족감, 누군가에게는 락다운으로 고립된 상태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을 주는 플랫폼으로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리크루팅, 창업 등 비즈니스 성 목적으로 쓰는 이들도 많다지만, '중독성'을 유발하는 근본적 이유는 단순히 일적인 목적 때문만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는 게 내가 직관적으로 느낀 첫인상이었다.


시범 서비스 중인 클럽하우스가 정식 출시 후 새로운 글로벌 소셜미디어가 될지, 한 때의 해프닝에 그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지금은 희소성 때문에 '인싸들의 플랫폼'이라 불리지만, 되려 많은 이들이 몰려들면 시들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소셜미디어의 출현으로 인해  세계인의 거대한 여가 시간이 '가용 상태' 떠돌고 있으며 이것은 관심 경제 하에서는 명백한 '상품'이라는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클럽하우스는 막대한 초기 투자를 받고 있다) 이 시장에서 헤게모니를 쥐지 못한 기존의 여가 활동이 시간 점유율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종류의 심적 방어감을 넘어야만 할 것이다.


가상의 서비스가 정서적 만족에서 더 나아가 의존감을 형성한다면, 능동적 여가에 대한 장벽이 좀 더 높아지거나 아예 여가의 형태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주된 여가로 삼는 수동적 여가 소비자에게 능동적 여가(숙박, 액티비티) 상품을 어필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야놀자가 애초에 서비스를 여행이 아닌 '여가' 앱으로 포지셔닝한 내용은 내 책 <여행의 미래>에서도 설명한 바 있다. 물론, 운 좋게 여행이 재활성화된다면 클럽하우스는 특정 국가나 도시, 여행 테마 별 모임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는 관광청 등 관광 마케팅 분야에서 미리 눈여겨봐야 할 지점이다.


아직까지 클럽하우스를 개인 채널로 활용할 생각은 없지만, 조만간 오픈할 '여행의 미래 스쿨(4주 독서모임)' 참여자 한정으로 초대해 소통 용으로 활용해볼 생각이다. 직접 써보고 난 장단점도 추후 분석해 보기로.

하나 더, 뭐든 너무 많은 의존이나 쏠림은 위험하다. 나를 포함해 우리 모두가 소중한 시간을 점유할 것들을 스스로 신중히 선택하고 조직할 수 있는 한 해로 함께 만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쓴 글이다.



2021 여행의 미래 스쿨 예고는 아래 뉴스레터에. :)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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