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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Aug 22. 2021

여행의 미래, 크리에이터가 주도한다

여행을 만들고 공급하는 주체가 달라진다

최근 한국문화관광연구원(문화체육관광부의 국책 연구기관)의 간행물 '한국관광정책'에 기고를 했다. 처음엔  '여행업 유통 구조의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망설여져서, 기존 유통 구조 내 관계자(여행사)가 쓰는게 맞지 않냐고 물었다. 하지만 전통적 구조를 넘어 훨씬 넓은 변화를 짚고자 한다는 취지를 듣고 기고를 하게 됐다. 간행물 풀 버전은 여기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84호 여름호)


이 글을 통해서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여행에서 '경험'을 공급하는 주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메시지에 해당하는 부분을 하단에 소개해 보고, 이어서 이 현상의 원인을 추적하면서 발견한, 앞으로 다루고 싶은 이야기를 공유하고자 한다.




2021년 미국인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도시, 서울. 하지만 이들이 원하는 경험은 과거의 '관광산업' 내에는 없다. 



"여행업 유통 구조의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 중에서

(앞부분 생략)


이들 여행경험 플랫폼에 나타나는 주된 흐름은, 전통적인 여행업에 종사하지 않았던 새로운 공급자의 출현이다. 여행업의 범주에 속하지 않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여행 경험을 제공하는 공급자를 의미한다.


현재 관광진흥법은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증을 갖춘 사람만이 외국인에게 투어를 제공하도록 허용한다. 하지만 에어비앤비의 체험 상품은 외국인 뿐 아니라 내국인의 예약에도 사실상 제한이 없다. 역사 유적처럼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한 투어만 제외하면, 플랫폼에 누구나 여행 상품을 기획, 유통하고 판매할 수 있다. 


여행 플랫폼에는 이미 자신의 투어를 기획하고 판매하는 '투어 크리에이터’가 생겨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에서는 기존의 여행이 범주화할 수 없는 '체험' 상품이 여행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관광통역안내사와 여행사 종사자 대상 '뉴노멀 관광 트렌드' 교육을 2년째 하면서, 산업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직무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여행상품이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거래된다는 자체가, 여행업 종사자에게는 매우 낯선 변화이기에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전국 각지에서 공간이나 숙박,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들은 이미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역 기반의 경험을 제공하는 공급자다. 하지만 로컬 크리에이터가 모두 여행과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로컬 크리에이터와는 별도로, 여행 경험을 공급하는 크리에이터와 스타트업을 새롭게 정의하고 육성해야 한다.


(후략)



노동 시장의 변화, 크리에이터 경제의 출현

긴 기고문 중에서, 여행의 새로운 공급자를 언급한 부분만 발췌했다. 그렇다면 창의적인 지역 기반의 경험과 공간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는, 왜 생겨나고 있는 것일까? 이는 여행 소비의 변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이는 MZ세대, 그 중에서도 Z세대가 '일과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 졸업 예정자 중 29%가 창작자(크리에이터)가 되기를 희망하는 반면, 11%만이 전통적인 커리어 패스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코로나로 심화된 고용 위기, 밀레니얼 세대가 학자금 빚으로 허덕이며 평생의 임금을 저당 잡히는 모습을 본 Z세대는 직업에 대해 완전히 다른 생각을 갖게 된 것이다. '퇴사 경제(Quitting economy)'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업을 둘러싼 패러다임은 크게 바뀌고 있다. 



지금의 경제활동 주체인 Z세대는 대학 진학보다는 온라인 학습을 통해 빠른 변화에 적응하고, 좋아하는 일로 수입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또한 삶과 일 모두에서 완전한 자율성을 원한다. 최근 '크리에이터 경제(Creator economy)'가 붐을 이루게 된 이유다.

 


Z세대에게 여행은?

이전 세대가 소비해온 '일상 탈출' 용도가 아니다. 일종의 '삶의 방식'이다. 이들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일하기를 원하고, 일상 경험의 60~70%를 실시간으로 촬영한다. 이들에게 여행은 군침 도는 콘텐츠 소재다. 다시 말해 '좋아하는 일 하면서 돈 벌 수 있는' 수많은 분야 중 하나다. 공급자에 도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단지, 소위 '여행사'로 대표되는 예전 방식의 창업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진 것 뿐이다. 


여기에 '자격증이 직업을 만들어 주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관광산업의 인력을 배출하는 국가 공인 자격증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존재의 의미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반면 플랫폼 경제 하에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유통한다면, 거창한 창업 절차 없이도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다.


Z세대가 이끄는 창작자 경제의 도래는, 다른 여러 산업과 함께 여행업의 구조 역시 근본적으로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이 현상은 꾸준히 다룰 예정이지만, 지금까지의 생각과 취재를 정리한 칼럼은 아웃스탠딩에 기고했다. 아웃스탠딩(유료)이나 리디셀렉트 회원이라면 지금 바로 읽어볼 수 있다. 



트래블 테크와 새로운 여행 비즈니스 연재 (총 5부) 

1부. 메타버스는 여행과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

2부. 크리에이터 경제, 그리고 여행 공급자의 변화







김다영 | nonie 강사 소개 홈페이지 

- 책 <여행의 미래>,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저자

- 현 여행 교육 회사 '히치하이커' 대표

- 한국과학기술인력개발원 등 100여개 기업 출강, 2019년 Best Teaching Award 수상


지난 10년간 전 세계를 돌며 여행산업의 변화를 여행으로 직접 탐구하고, 가장 나다운 직업을 만들었다. 일반 기업에서는 임직원의 스마트한 여행을 책임지는 강사로, 여행업계에서는 산업 칼럼니스트와 트렌드 분석가로 일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자신의 삶과 일을 '나답게' 찾아가는 과정을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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