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ie의 '내 여행을 바꾼 전 세계 호텔' 세번째 이야기
싱가포르의 새로운 면이 압축된 공간, 호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동남아시아 여행지 Top 3, 싱가포르는 도시국가 특유의 완벽한 편의시설과 대중교통 덕분에, 여행 난이도를 레벨로 매긴다면 홍콩과 함께 '가장 쉬운' 여행지에 속한다. 그러다 보니 여행 패턴도 상당히 정형화되어 있다. 도심의 체인호텔이나 센토사 리조트에 묵으면서 낮에는 오차드로드에서 쇼핑하고 저녁에 클락키에서 바가지 쓰며 칠리크랩 먹고 돌아오는 일정이 가장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금의 싱가포르를 식도락과 쇼핑몰만 넘쳐나는 도시로만 향유한다면 다소 아쉽다.
지금의 싱가포르는 2년마다 국제 아트 비엔날레를 열고 홍콩과 상하이를 넘어 아시아 최대의 아트 시티로 거듭나려는 국가적인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찌감치 관광산업의 선진국으로 부상한 싱가포르는 이러한 예술친화적인 이미지를 호텔에도 적용하고 있고, 그 결과 세계적인 수준의 디자인 호텔이 속속 생겨나 여행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시작점이 된 호텔이 바로 완더러스트(Wanderlust)다.
여행자의 감성을 담은 빈티지 디자인 호텔, 싱가포르의 완더러스트 Wanderlust
2010년 8월 오픈한 후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디자인 호텔로 부상한 완더러스트는, 지금은 꽤 유명해져서 한국의 매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하지만 2011년 초 당시엔 국내에 단 하나의 후기도 없어서 "꼭 가봐야겠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행사 초대로 싱가포르를 방문하게 된 탓에 첫 이틀은 주최측에서 마련해 준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에서 머물렀는데, 크고 화려하지만 사람 냄새는 안 나는 '백화점' 같은 호텔 서비스에 크게 실망을 한 뒤여서 더욱 선명하게 대비되는 경험이기도 했다.
Wanderlust : 방랑벽, 호기심이 많고 모험을 사랑하는 성향
완더러스트는 1920년대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을 개조해 만들어진 빈티지한 디자인 호텔이다. 총 29개의 객실을다섯 가지의 디자인 테마로 나누고, 싱가포르의 디자인 관련 상을 수상한 젊고 혁신적인 디자인 에이전시들이각 테마를 맡아 차별화된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좁디 좁은 인도 풍의 낡은 골목 한 가운데에 묘하게 자리잡은 흰색 건물은, 처음에는 코 앞에서 지나칠 정도로 주변과 완벽하게 블렌딩되어 있다. 완더러스트 호텔이 위치한 리틀 인디아(Little India)는 싱가포르에서도 가장 이국적인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어서, 호텔 로비에 들어서니 인도의 에스닉한 거리 분위기에서 순식간에 유럽의 빈티지로 절묘하게 넘어오는 독특한 반전이재미있다. 로비의 세련된 바 코코테(Cocotte) 옆에는망가진 로봇 같은 형체를 한 특이한 디자인 의자들이 이리저리 놓여 있다.
체크인 시간보다 다소 이르게 호텔을 찾았는데, 친절한 직원들이 알아서 짐을 보관해주고 체크인도 빠르게 처리해 주어서 오후 내내 기분좋게 여행을 즐기고 호텔로 돌아왔다. 체크인을 하면 여권(Passport)이라는제목이 달린, 진짜 여권과 똑같은 사이즈의 수첩을 준다. 호텔이 위치한 리틀 인디아의 간략한 약도와 주요 볼거리가 깔끔한 디자인으로 소개되어 있고, 호텔을 알차게 이용할수 있도록 주요 부대시설에 대한 안내가 수록되어 있다. 리틀 인디아에 머무는 동안에는 별다른 가이드북없이 이 수첩만 가지고 다녔을 정도로 여행자에게 꼭 필요한 내용만 실려 있었다.
내가 예약한 객실은 완더러스트에서 가장 작은 더블룸인 팬톤(Pantone)이다. 벽과 천정이 온통 밝은 핑크 톤으로 뒤덮인 객실은 호텔이라기 보다는 어느 프랑스 소녀의 로맨틱한 다락방 같은 느낌을 준다. 널찍한 객실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다소 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아늑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내게는 나지막한 천정과 아기자기한 장식들이 더없이 안정감 있게 느껴진다. 입구부터 미니바, 세면대, 욕실, 가장 안쪽에 침실이 일렬로 위치한 구조가 앞서 소개했던 네덜란드 시티즌 엠과도 비슷하다. 세면대에는 특유의 에어 메일 로고가 새겨진 패키지의 세면도구가 키엘의 바디제품과 함께 나란히 놓여있다.
세련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하룻밤 자고 일어나,
요리 잘하는 주인장한테 따뜻한 아침 한 끼 얻어먹는 기분
다음날 아침 1층 바에 내려가니 나지막한 아침 햇살이 비치는 프렌치퀴진 레스토랑에 아침식사가 준비되어 있다. 르크루제의 빈티지한 냄비에 담겨 아직도 따뜻하게 김을 뿜어내는 베이컨과 팬케이크, 신선한 빵과 과일을 담아 자리에 앉으니, 곧이어 갓 만들어 내온 에그 스크램블이 따로 곁들여진다. 홈메이드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낸 아침 메뉴 세팅은 다른 호텔에서는 볼 수 없는 세심한 정성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아침을 먹은 후 체크아웃 전에 야외 자쿠지에서 마지막 여유를 누리기로 한다.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근 채 물마사지까지 하고 나니 더운 여름 나라에서 쌓인 여행의 피로가 한결 풀리는 느낌이다.
완더러스트의 객실료는 Pantone이 SG 180$부터 시작하며 아침식사가 포함된다.
nonie's TIP | 호텔 예약 & 숨겨진 시설 이용팁
완더러스트의 센스 넘치는 홈페이지 www.wanderlusthotel.com 에서 직접 예약했다. 수영장이 없어서 부티크 호텔을 선호하지 않는 여행자도 많은데, 완더러스트는 수영장 대신 하루 종일 운영하는 야외 자쿠지가 있어서 가볍게 워터스파를 즐길 수 있으니 꼭 체크해 보자. 그리고 아침식사 장소로 소개한 로비의 코코떼 레스토랑은 투숙하지 않아도 따로 이용할 수 있으며, 맛있는 프렌치 퀴진을 즐길 수 있으니 근처에 묵는다면 식사를 즐겨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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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백화점 아카데미에 여행작가 정규 과정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전직 AB-ROAD 여행 기자, '취향의 여행'을 제안하는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 8년째 운영 중.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에서 묵고, 함께 일도 합니다. 여행 전자출판사 히치하이커 Found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