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다영 nonie Mar 10. 2016

모험과 창조를 두려워하지 않는, 베를린의 호텔

nonie의 '내 여행을 바꾼 전 세계 호텔' 두번째 이야기

한 로컬 호텔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Creativity와 디테일을 갖춘 미셸베르거 호텔은 베를린 부티크 호텔 업계의 선두주자이자 가장 먼저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인 호텔로 유명하다. 저서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원고를 시작하던 2011년, 가본 적도 없는 독일의 미셸베르거 호텔을 책에 꼭 소개하고 싶어서 컨택을 했는데, 놀랍게도 한국어(!)로 답장이 왔다. 호텔 창업멤버 5인 중 한 명인 한국인 스탭 현지씨의 도움으로, 나는 프레스 사진을 책에 무사히 실을 수 있었다.


미셸베르거의 한국인 창업 멤버와 만나다


그런데 꿈은 이루어진다 했던가. 결국 3년 후 진짜 베를린에 와서 이 호텔에 묵는 인연까지 이어졌으니 세상 일은 참 알 수 없다. 체크인 이튿 날, 로비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대접해 주는 그녀와 짧은 담소를 나누었다.

스위스에서 호텔학을 전공한 그녀가 어쩌다 베를린에 와서 이 놀라운 호텔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미셸베르거가 지난 5년간 이루어낸 흥미진진한 모험과 앞으로의 도전 과제는 무엇인지 듣다 보니 1시간이 훌쩍 흐른다. 이어서 그녀의 소개로 호텔 곳곳을 둘러보았다. 실제로 와보니 내 책에 실린 사진 속 로비보다 백만배는 더 멋지다. 특히 미셸베르거의 시그니처인 LP판 빈티지 샹들리에는 감동 그 자체다. 이 전등갓은 호텔의 전담 디자인팀에서 직접 제작한다고 한다. 그 전날 묵었던 25 Hours 비키니 호텔에도 거의 똑같은 게 걸려 있는데, 이곳의 샹들리에를 모방한 작품이라고 한다. 오리지널리티가 얼마나 뛰어난지 짐작된다.  



LP로 만든 샹들리에가 걸린, 빈티지한 호텔 로비.


가장 작은 기본 객실인 코지 룸이 이틀 간의 내 방이었다. 방이 좁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포근하고 넉넉하다. 게다가 다락방같은 키치함이 느껴져서 마음에 쏙 든다. 코지 룸 기준으로 비수기에는 조식 포함 70유로 선에서 머물 수 있어, 가성비로는 유럽 최고 수준이다. 직접 핸드메이드로 만든다는 조명들은 밤이 되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벽지의 재기발랄한 무늬 조차도 자체 디자인팀에서 직접 디자인한 패턴이라고 한다. 낮엔 밝고 환하며, 밤엔 아늑해서 참 편안했다. 침구도 무척 깨끗하고 산뜻한 촉감이 느껴졌다.


미셸베르거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밤이다. 거창한 클럽이나 스카이바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미셸베르거의 밤은 그보다 훨씬 자유롭고 멋지다. 로비에는 낮이나 밤이나 젊은이들이 책을 읽고 대화를 하며, 아침에 카페였던 레스토랑은 밤이 되면 맥주 한 잔을 즐기려는 이들로 붐빈다. 미셸베르거를 상징하는 이 공간은 처음 디자인할 때부터 여행자가 어디 앉더라도 혼자만의 사색이나 개인적인 시간을 느긋하게 보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한편, 미셸베르거에서의 아침은 잔잔하고 평화롭다. 뒷뜰에서 레스토랑으로 이어지는 작은 마당을 사뿐히 걸어, 채광이 은은하게 비치는 빈티지한 레스토랑에서 천천히 즐기는 홈메이드 뷔페. 작은 것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아 손으로 만드는 각종 소스와 따뜻한 요리들은 우리가 아침에 간절히 원하는 바로 그것들.    



레스토랑의 조식 쿠폰. 깜찍한 미니어처 컷팅보드에서 특유의 재치가 빛난다. 


체크인할 때 손에 쥐어주는 예쁜 미니어처 컷팅보드. 이틀치 조식이니 두 개.:) 디테일이 강한 호텔일수록, 그 디테일은 참으로 호텔을 쏙 빼닮았다. 특유의 장난기와 귀여움이 마음에 쏙 든다. 

잠이 채 덜깬 부시시한 차림으로 찾아온 레스토랑은 이미 아침의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예쁜 꽃 한송이가 놓인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따뜻한 차 한 잔의 티타임부터. 바닐라 슈가, 데몬 슈가, 플라워 슈가, 그 뒤엔 꿀이 또 종류 별로 조르르 늘어선 풍경에 괜시리 바보같은 미소가 입가에 흐른다. 이 사람들, 홍차 한 잔 마실 때도 취향을 아는구나. 설탕과 꿀 셀렉션만 봐도 호텔의 섬세함을 감지할 수 있다.


빵 바구니 옆에는 매일 아침 이웃의 빵집에서 직접 구운 빵을 가져온다는 문구가 놓여 있다. 딱딱한 호밀빵에 홈메이드 호박 처트니와 소야 버터를 발라 입안에 넣으니 환상이다. 직접 주방에서 만드는 그라놀라와 퓨레도 정성이 가득 느껴진다. 포트 째 가져다주는 따뜻한 커피, 이런저런 홈메이드 소스와 시큼한 독일식 빵, 푸짐한 계란 요리에 햄과 치즈를 곁들이는 아침은 여행의 작은 호사다.


현지인인 듯한 몇몇 이들은 이 곳에서 신문을 보고 차를 마시며 오랫동안 머무른다. 나도 여느 때같으면 하루 일정에 쫓겨서 허둥지둥 식사를 마치고 일어났겠지만, 베를린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이나 시간에 쫓기는 미팅도 잡지 않았고, 그저 내키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는 여행이니까. 그저 와보고 싶었던, 좋아하는 호텔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니까.



nonie's TIP | 호텔 예약, 어디서 했나?

내 여행인생을 바꾼 미셸베르거의 홈페이지 http://www.michelbergerhotel.com  탄성이 절로 나오는 엄청난 미디어 아트를 만날 수 있으니 꼭 체크해볼 것. 예약은 아고다에서 진행했다. 한국어 리뷰에 꽤 유용한 정보가 있으니 리뷰도 참고하자.  




# 이 콘텐츠는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위한 샘플입니다. 저작권이 있으므로 콘텐츠 인용 시에는 반드시 링크와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 '나를 여행하게 만든 전 세계 호텔'은 총 30편이며, 브런치에는 1~9회까지 연재합니다.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백화점 아카데미에 여행작가 정규 과정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바쁘게 싸돌아 다닙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전직 AB-ROAD 여행 기자, '취향의 여행'을 제안하는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 8년째 운영 중.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에서 묵고, 함께 일도 합니다. 여행 전자출판사 히치하이커 Founder. 


매거진의 이전글 자판기에서 카드키가? 호텔의 미래를 체험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