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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Mar 07. 2016

자판기에서 카드키가? 호텔의 미래를 체험하다

nonie의 '내 여행을 바꾼 전 세계 호텔' 첫번째 이야기

"체크인 하시나요? 화면을 눌러주세요"


무거운 가방을 질질 끌고 로비에 도착했을 때, 적잖이 당황하고 말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고압적인 미소를 띤 제복 차림의 호텔 직원이나 프론트 데스크가 눈에 띄질 않는 것이다. 이때 빨간 티셔츠 차림의 발랄한 여직원이 다가와, 자판기처럼 생긴 컴퓨터에서 셀프 체크인을 안내해 준다. 몇 개의 온라인 예약번호를  입력했더니, 허무할 정도로 간단하게 체크인이 끝났다. 여권을 미처 꺼낼 새도 없이.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곧이어 컴퓨터와 연결된 자판기에서 내 이름이 새겨진 예쁜 카드키가 툭, 하고 튀어나왔다. 자신들의 '시민(Citizen)'이 되었음을 환영하는 메시지가 자동으로 미소를 자아낸다. 이 카드키는 기념으로 가져갈 수 있고, 여행가방의 러기지 택으로 쓸 수 있도록 윗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다. 이런 깜찍함이라니!


암스테르담을 여행한다면, 당신은 어떤 호텔을 선택하겠는가? 중앙역에서 가깝고 가격도 적당한 호텔, 혹은 익숙한 체인 호텔을 선택할 것이다. 만약 시내에서 세 정거장이나 떨어진 데다, 관광지가 없는 삭막한 비즈니스 지구에 위치한 호텔이라면? 한국인 여행자의 십중팔구는 고개를 내저을 것이다. 하지만 나를 여행하게 만든 호텔은 바로 그 곳에 있다. 2010년 오픈 직후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호텔(Trendiest Hotel in the World)'로 두 차례 연속 선정한 호텔, '시티즌 엠(Citizen M)'이다. 



객실을 판매하지 않고, 콘텐츠로 고객을 불러들이는 호텔 


시티즌 엠의 홈페이지에서 CitizenMag이라는 메뉴를 클릭하니 놀랍게도 호텔 홍보 기사가 아닌, 여행자에게 필요한 여행 콘텐츠를 멋진 디자인으로 구성한 웹진이 나온다. 한참을 넋놓고 읽다가 마음을 굳히고 객실 가격 조회를 해보니, 중심가의 허름한 3~4성급 호텔보다도 저렴한 100유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졸지에 아까 체크해둔 다른 호텔은 싹 잊고, 내친 김에 여행 일정까지 송두리째 바꿔 버렸다. 


 


"어떤 객실 분위기를 원하세요?"


인터넷 예약을 할 때, 원하는 객실 분위기(비즈니스, 로맨스, 심지어 휴양지도 있음)를 미리 고르는 옵션이 있어서 이게 뭘까 의아했다. 객실에 들어서서 전원을 켜자마자, 선택했던 분위기 그대로 조명과 방 온도가 자동으로 세팅되는 광경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물론 비치된 리모콘을 통해 다른 분위기로 바꿀 수도 있다. 이 리모콘은 방 분위기는 물론 TV나 전기를 함께 조절할 수 있는 통합적 기능을 제공한다. 여행에서 호텔이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 '휴식'의 본질적인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경험한 대부분의 부티크 호텔은 인테리어나 서비스에서 개성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반면 시티즌 엠은 예약부터 체크인, 객실까지 현대 기술과 디자인이 인간의 여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총체적으로 차원이 다른 호텔이었다. 오픈 직후 머물렀던 이 호텔 이후 5년간 전 세계 수많은 호텔을 거쳤지만, '스타일리시한 혁신'이라는 키워드로 시티즌 엠을 넘어선 호텔은 아직까지 나에겐 없다.  


이 호텔은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과 도심에 이어 로테르담, 글래스고, 런던과 뉴욕, 파리에도 체인이 연이어 오픈했다. 나아가 중국과 유럽 다른 도시에도 신축 부지를 검토 중이라니 세계적인 호텔 브랜드로 거듭날 준비가 한창이다. 아쉽게도 네덜란드 외에는 현지 물가 수준을 고려해 객실료가 좀더 비싸졌다. 시티즌엠 암스테르담은 싱글룸 기준 100유로 선(로테르담은 70유로)였는데, 얼마전 뉴욕 시티즌엠에 묵으려고 했더니 200불을 훌쩍 넘긴다. 게다가 풀 부킹이라 그 마저도 예약 실패. 뉴요커의 마음도 단숨에 사로잡을 만한 호텔임을 알기에,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해 본다. 


시티즌 엠으로 시작한 2010년 네덜란드 호텔여행 3년 후, 나는 평범한 직장인에서 '호텔'을 여행하는 여행작가이자 전문 강사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해마다 더 많은 호텔의 반가운 초대를 받고 있으니, 아마도 이 여행은 평생 끝나지 않을 것 같다. 


nonie's TIP | 호텔 예약, 어디서 했나?

시티즌엠은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했다. 2박 이상 머무른다면 타 사이트 경유보다는 직접 예약하기를 추천한다. 때에 따라 할인이나 프로모션 패키지 예약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식 포함 여부는 예약 시에 직접 선택해야 한다. 시티즌엠이 발행하는 온라인 매거진을 받아보려면 이메일 구독을 해두면 좋다. 호텔이 위치한 도시의 여행 정보가 멋지게 실려 메일로 배달된다. 홈페이지 http://www.citizenm.com




# 이 콘텐츠는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위한 샘플입니다. 저작권이 있으므로 콘텐츠 인용 시에는 반드시 링크와 출처를 표기해 주세요. '나를 여행하게 만든 전 세계 호텔'은 총 30편이며, 브런치에는 1~9회까지 연재합니다.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백화점 아카데미에 여행작가 정규 과정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바쁘게 싸돌아 다닙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전직 AB-ROAD 여행 기자, '취향의 여행'을 제안하는 블로그  'nonie의 로망여행가방' 8년째 운영 중.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에서 묵고, 함께 일도 합니다. 여행 전자출판사 히치하이커 Fou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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