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북유럽 여행 박람회를 다녀와서 - Prologue
세계적인 여행 콘텐츠 메이커들의 노하우를 배우고 오다
얼마전, 전 세계 여행 인플루언서들이 한데 모이는 업계 행사에 한국 대표로 초청되어, 헬싱키에 다녀왔다. 특히 많은 일정 중에서도 스스로가 크게 성장했던 시간은 2017년의 여행 콘텐츠 트렌드를 미리 살펴보는 다양한 강연과 워크숍이다.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모인 70명이 넘는 글로벌 여행 인플루언서와의 교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대단한 충격과 자극의 시간이었다.
한국에서는 '여행블로거' '콘텐츠 크리에이터'라고 하면 부수적인 직업이나 잠깐 한 때 반짝하는 유행 정도로 치부하기 일쑤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블로거나 여행작가 출신이 탄탄한 수익모델을 직업적으로 구축한 케이스는 거의 없다. 하지만 이미 영미권과 유럽에서는 여행 콘텐츠 메이커들이 어엿한 미디어 파워를 가진 직업군으로 자리잡았으며 실제 업계도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고 있다.
사실 나는 글로벌 인플루언서 몇몇과 인터뷰나 대화를 하면서, 이들이야말로 일반인이 알 수 없는 행복과 혜택을 온전히 누리면서 다른 세상을 사는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이들은 그냥 전 세계를 '다니기만' 하는 게 아니라, 다니면서 실제로 돈도 많이 번다. 한국에서 디지털 노마드, 혹은 여행하며 일하는 삶의 형태가 아직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는 건, 눈에 띄는 국내 성공사례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 이들을 눈앞에서 만나고 대화를 나누면서, 앞으로 삶과 직업에 대한 방향성을 다시 한번 점검할 수 있었다.
'여행 콘텐츠'에 한정해서, 이들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몇 가지 발견했다.
1. 글로벌 인플루언서들에겐 직업적 자부심이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소셜 플랫폼으로서의 블로그는 one of them일 뿐이다. 대세는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이며, 동영상이 완전한 메인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우리처럼 네이버가 확고한 독점시장을 이룬 구조에서는, 블로그의 이웃과 트래픽 규모로 여행 협찬받는 데 만족하는 게 현실이다. 문제는 돈을 버는 규모나 방법, 직업적 만족감도 현저히 다르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파워블로거or여행작가와 블로그를 겸하는 이들의 경우, 애드버토리얼(광고기사)을 포스팅해주는 트래픽 기반 수익과 출판, 여행사 협업 등이 주요 수입원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익구조는 전문 직업으로 발전하기 어렵고, 플랫폼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도태될 위험이 크다.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건, 한국에선 단지 협찬으로 공짜 여행만 남들보다 많이 가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특유의 분위기다. 해외 블로거들이 철저히 비즈니스 마인드를 가지고 자신만의 수익모델을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시각차가 존재한다. 여행을 양적으로 많이 다니는 건 여행자로서의 만족은 클지 몰라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로 발전하긴 어렵다. 그래서인지, 한국에 여행 블로그가 본격 활성화된 게 10년이 넘었는데도, 이를 직업적으로 성공시킨 개인의 사례는 전무하다. 이와는 달리, 해외에는 프로젝트 당 수백~수천만원 대 업계 예산을 쥐락펴락하는 1인 미디어가 많았다. 우리와는 달리 이들은 모여서 문제를 공유하고 함께 목소리를 낸다. '여행'에 대한 목적 역시 매우 확실하다.
2. 글로벌 인플루언서들에겐 제각기 다른 '나'라는 필터링이 있다.
세계적인 여행 블로거들과 우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브랜딩'이다. 이들은 자신을 '정의'하는 것으로부터 미디어를 출범시킨다. 캐릭터도 확실하고, 타겟도 좁고 뚜렷하며, 협업을 위해 방대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그러니 같은 지역을 여행해도 제각기 만들어내는 생산물은 모두 다르다. 마치 모든 노래를 자신만의 보이스와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가수처럼, 이들 역시 제각기 독창적인 콘텐츠 스타일이 있다. 그들은 여행 속에서 내가 주인공이라는 것을, 또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한국의 여행 블로그 신에는 '나'는 없고 '데스티네이션'만 있다. 특히 한국에선 협찬 여행으로 여행 콘텐츠가 생산되는 구조 때문에, 대부분의 블로그 콘텐츠 내용이 동일하다. 스폰서 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가이드라인 안에서 포스팅하기 때문이다. 특히 누가 이 글을 썼는지 딱히 궁금하지 않은 단순 여행사진+정보성 코멘트가 많은데, 이는 내가 3년간 여행작가 입문 수업을 하면서도 느꼈던 것이다. 많은 수강생이 자기 이야기를 하지 않고 여행지 감상을 건조하게 늘어놓는다. 문제는 자기 생각을 글로 풀어내기 위해서는 독서와 작문 훈련이 필요한데, 우리의 교육 과정에는 이를 훈련할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여행 콘텐츠 이전에, '생각하는 힘'에서부터 차이가 난다는 게 더 정확하다. 에세이에 비해 정보성 가이드북이 압도적으로 잘 팔리는 한국의 여행서 현실만 봐도 알 수 있다.
3. 가장 중요한 건 또, '언어'
내가 네덜란드에 살든 아프리카에 살든 중국에 살든, 영어로 블로깅을 한다면 전 세계의 구글에 검색된다. 사실상 영어 베이스의 블로그는 전 세계의 여행업체와 일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영어 블로깅이라는 것이 과연 생각만큼 쉬운 일일까? 이것은 네이티브들만의 특권이라고 봐야 한다. 영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할 수 없다면, 영어 블로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스피킹에 큰 지장이 없는 내게도, 블로그 포스팅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그렇다면, 한국의 로컬 블로거로서 우리만의 강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 이번에 참가한 북유럽 여행 박람회는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 30개국의 여행 관련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큰 연례 행사다. 첫 키노트의 주제는 '여행 블로깅의 미래(테크놀로지)'였으며, 내가 참가한 개별 워크숍 주제는 '유튜브/비디오 스토리텔링 방법'과 '여행 기업과 인플루언서의 협업/비즈니스 사례 연구' 등이다. 한국에서는 절대로 접할 수 없는 귀중한 컨텐츠여서, 9년간 블로그를 해왔고 여행기자 출신인 내게도 큰 자극이 된 시간이었다. 본 행사 내용은 '2017 글로벌 여행 콘텐츠 트렌드'라는 주제로, 비공개 강연/리포트로 공유할 예정이다. 관련 기관/업계의 출강 의뢰는 따로 연락 주시길. 특별히 우리 관광공사에 드릴 말씀이 참 많은데 쩝.:)
# 이 글에는 전 세계의 '여행하며 일하는 삶'을 실현하는 이들의 구체적 사례는 명시하지 않았다. 이번 행사에서 직접 만나서 인터뷰한 글로벌 노마드의 다양한 수익모델과 콘텐츠 사례는 2월에 열리는 'work & travel 여행 커리어 워크숍' 참가자 분들께 상세히 공유할 예정이다. 워크숍의 상세한 내용은 아래 포스팅 참조.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도 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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