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B CHINA 컨퍼런스 취재를 다녀오다
여행 기자에서 블로거, 그리고 강사로
내가 처음 여행업계에 발을 디딘 것은 여러 번 언급한 대로 여행 월간지 AB-ROAD에서 취재 기자를 시작한 10여 년 전이다. 대학 졸업 이후 첫 직장이었던 만큼, 업계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신입으로 기자 일을 시작했다. 매달 관광청과 여행사, 항공사를 다니며 미디어로서 좋은 관계를 맺어, 지면 취재로 연결해 좋은 기사를 내는 것은 기자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책무였다. 아직 어렸고 외국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던 나는, 매달 반복되는 출장이나 행사 취재가 그저 힘들기 보단 즐거웠고 열정적으로 일했다.
하지만 주한 관광청이 각국의 매력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지면에 옮기면서, 문득 내가 하는 일의 직업적인 역할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외국을 포장해서 한국에 알리는 일은 결과적으로 무엇에 이익이 될까 하는 순진하지만 당연한 물음표 말이다. 실제로 취재를 가보면, 거창한 홍보에 비해 별볼일 없는 외국 여행지도 허다하다. 결국 나의 의구심은 당시 불어닥친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와 맞닿았다. 지면 광고수입에만 의존하는 올드 미디어는, 한때 웹진을 창업할 할 정도로 디지털 키드 1세대였던 내게는 더 이상 매력적인 매체가 아니었다. 결국 IT업계 홍보 담당자로 이직하면서, 공식적으로 여행업계에서 발을 뺐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보니, 나는 돌고 돌아 다시 제 자리로 와 있었다. 영향력을 전달하는 주 매체가 블로그에서 강의로 달라졌을 뿐, 지난 10년간 본질적으로 추구해온 건 아직도 비슷했다. 이 지점에 나는 항상 뭔지 모를 마음의 짐이 있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영향력과 경험치를 단지 '해외 여행지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한국인에게 홍보하는, 단순한 역할로만 소모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여행 시장, 그리고 중국에 눈을 뜨다
글로벌 여행업계의 최대 화두는 '중국'이다. 앞으로 중국인이 어떤 패턴으로 어떻게 여행을 다니느냐에 따라, 전 세계 여행업계는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이다. 하물며 바로 옆에 붙어있는 한국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인, 사드 역풍으로 순식간에 인적이 뜸해진 명동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전 세계가 중국인에게 관광 비자를 완화하면, 더 이상 중국인들은 여행사를 거치지 않고 항공과 호텔을 직접 예약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은 더이상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혹은 문화와 쇼핑 목적만으로는 선택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모바일-차이나에서 살아가는 중국인들은, 한국산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굳이 여행을 올 필요조차 없다. 세계 각국은 급변하는 중국인의 여행 트렌드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국내 여행업계에 인사이트를 나누고 싶었다.
전 세계 여행업계는 중국 시장만 궁금해하는 게 아니다. 아직까지 FIT 여행시장은 중국보다 한국이 더 크고 안정적이다.(물론 곧 추월당하겠지만) 이번 ITB차이나에서는 나의 친구이자 중국을 대표하는 여행블로거 매기가 '중국의 자유여행자 시장 현황과 마케팅 전략'을 주제로 훌륭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녀가 중국의 자유여행 시장을 알리는 민간인 전문가 역할을 하고 있다면, 나는 한국인의 해외여행 트렌드를 업계에 전달하고 교류할 준비가 되어있다. 마침 6월에 동남아시아 여행업계 포럼에 초청을 받았기 때문에, 중국 인플루언서의 활약상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재정립하는데 큰 참고가 되었다.
3일간의 컨퍼런스는 모두 사진과 필기로 기록하였으며, 아직까지 유통 채널은 조금 고민이 된다. 리포트 분량이기 때문에 단독으로 출판하는 건 무리일 듯 하고, 브런치 POD 출판을 하거나 펀딩 플랫폼과의 협업도 고려 중이다. 공식 연재 전에도 좋은 제안이나 강연 문의는 언제든 환영이니 연락 주시길.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개인과 기업의 여행을 컨설팅합니다. 관련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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