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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Mar 21. 2017

여행상품이 크리에이터와 만났을 때

콘텐츠 콜라보레이션 사례 2. 마이리얼트립

여행 콘텐츠 일을 '직업으로' 하면서 가장 어렵고도 흥미로운 지점은 '나다운 여행을 디자인하는 일'이다. 세상에 나라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으므로, 여행 자체가 나의 고유성을 담고 있어야 차별화된 콘텐츠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릴 때 음악을 했고, 요리를 사랑하며, 호텔에 전문성이 있다. 이런 취향을 여행일정에 모두 반영하고, 블로그/강의 콘텐츠를 제작할 때는 여행기자와 블로거, 홍보담당자로 일했던 강점을 살려서 만든다. 한동안 여행 콘텐츠의 트렌드가 '사진'에 방점이 찍혀있을 때도, 내 콘텐츠의 무게는 언제나 글에 있었다. 


재미있는 건, 현재 여행업계에서 암암리에 찾아다니는 능력이 있으니 바로 '글발'이라는 사실이다. 디지털 마케팅의 방식이 수시로 변화하다 보니, 보편적인 콘텐츠나 단발 이벤트로는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 좋은 콘텐츠의 본질을 따지다 보면, 사람들을 집중하게 만들고 구독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힘은 '글' 한 줄에 들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아무리 좋은 에이전시를 고용하든, 어떤 블로거 마케팅을 펼치든 사실 이 부분은 단기간에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얼마전 마이리얼트립과 함께 했던 콜라보레이션은 그런 관점에서 흥미로운 작업이었다. 마이리얼트립은 2030의 젊은 세대가 주로 이용하는 여행 서비스인만큼, 투어 상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상품 소개 콘텐츠는 매출로 직결될 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체험 투어의 종류를 대거 늘리다 보니, 외부에서 제휴한 여행상품의 상세 소개를 내부 인력이 일일이 작업하기는 쉽지 않았던 듯 했다. 그래서 원래 이야기가 오갔던 협업은 상세 페이지에 들어갈 콘텐츠를 대행 제작하는 일이었다. 이는 내부 사정으로 최종 컨펌이 무산되고, 대신 일반적인 콘텐츠 콜라보 형태로 투어 리뷰를 작성하기로 협의했다. 평소 해보고 싶었던 상하이의 쿠킹 클래스를 선택한 후, 크리에이터로서 가장 먼저 눈길이 갔던 지점은 해당 투어를 소개하는 페이지였다. 




일단 낮은 해상도의 상품 사진은 둘째치고, 여행자가 이 투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생생한 즐거움과 베네핏이 어디에도 반영되어 있지 않다. 이건 특정 서비스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 수많은 여행사 홈페이지와 호텔예약 사이트의 개별 상품 소개가 대략 이 수준이다. 그래서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은 상품 소개만 보고는 선뜻 구매 버튼을 누르기가 힘들다. 이 쿠킹클래스를 직접 경험해 본 후, 내가 블로그에 올린 리뷰는 아래와 같다. 




상품 소개 페이지에는 전혀 드러나지 않은, 쿠킹스쿨의 빈티지한 공간을 먼저 소개했다. 이 곳은 프라이빗 쿠킹스쿨로, 상하이에서 가장 트렌디한 골목인 헝산루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작지만 아름다운 마당이 있는, 통유리의 탁트인 공간에서 중식칼을 들고 요리를 배우는 자체가 너무나 모던하면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내가 느낀 투어의 감동을, 독자들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글이다. 만약 이 후기를 좀더 다듬고 정제해서 해당 상품 페이지에 단계별로 소개한다면? 아마도 기존의 페이지보다는 구매 버튼이 더 많이 눌리지 않을까?

  

그래서 요즘 B2C 여행업체가 전문 크리에이터나 작가에게 상품 소개 콘텐츠를 맡기는 건 이유가 있다. 여행처럼 경험이 중심축을 차지하는 콘텐츠는, '누가' '어떻게' 이 경험을 했는가에 따라 구매 결정이 좌우된다. 또한 '나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콘텐츠의 조건은, 결국 '독자의 마음 속에 저절로 그림을 그려주는 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본다. 물론 전직 여행기자이자 10년차 여행 블로거인 내게도, 콘텐츠는 여전히 어렵고 미묘한 숙제다. 



콘텐츠 콜라보레이션 사례 1 -  카카오스토리 x 홍콩 IFC MALL




Who is nonie?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과 공공기관, 직장인 아카데미에 여행영어 및 스마트 여행법 출강으로, 휴일도 없이 싸돌아 다닙니다. 호텔 컬럼니스트. 연간 60일 이상 세계 최고의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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