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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Jul 25. 2017

1년에 11달을 여행하는, 그와 나눈 대화

여행 박람회에서 만난 글로벌 노마드 2편. 항공블로거 조쉬




1편(위 글)은 올 초에 핀란드에 초청되었을 때, 중국의 여행 인플루언서 친구와 공항에서 헤어지기 전에 나눈 짧은 대화를 옮긴 것이다. 이 만남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을 나누고 있는데, 그녀는 올해 들어 더더욱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전 세계에서 그녀에게 보내오는 수많은 러브콜은, 현재 중국이 세계 여행업계에서 갖는 위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녀는 이제 더이상 1년에 11달을 여행하는 단순한 여행 블로거가 아니라, 중국의 자유여행자를 대변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마침 취재를 위해 참관 신청을 한  ITB CHINA 컨퍼런스에서, 그녀가 무려 스피커로 무대에 선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내가 상하이에 간다고 하자 뛸듯이 기뻐하며, 이미 다 호텔이 섭외된 내게 한사코 자기 집에서 묵으라며 반겨 주었다. 그녀 덕분에, 컨퍼런스 첫날 저녁식사에서 또다른 친구 조쉬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친구도 만만치 않은 글로벌 노마드였기에, 우연찮은 행운이었던 셈이다. 


세계적인 항공 전문 블로거 조쉬는, 나처럼 컨퍼런스 참가를 위해 일부러 상하이로 왔단다.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역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진로와 직업을 갖는 사회적 환경에서 자란 내게는, 유러피언 친구들이 직업과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방식이 참으로 신선하게 다가왔다. 정식 인터뷰는 아니었지만, 그와 나눈 대화 중에 인상깊은 부분을 소개해 본다.  

 

                    

지난 5월, 상하이 하이디라오에서 뜨거운 훠궈를 먹으며 나눈 얘기들.


nonie: 우리, 핀란드에서 만날 수도 있었던 거네?  

J: 응 맞아. 나도 그 행사 때 거기 있었는데? 왜 못 만난건지 이상하네. 그땐 너무 사람들이 많았어. 


nonie: 항공(aviation)만 전문으로 다루는 블로그라니 세상에, 너무 멋진걸. 생각해보니 나 말야, 이미 너 블로그 RSS로 구독하고 있는 것 같다.

 J: 나한테 시집오면 평생 비행기는 원없이 탈 수 있음. (다들 폭소. 나 역시 질세라 '나한테 장가오면 평생 특급 호텔은 원없이 재워준다'며 응수함ㅎㅎ) 그나저나 내 블로그를 구독하고 있었다니 신기한데? 말 나온 김에 너 블로그도 알려줘. 아. 영어가 아니고 한국어라고? 번역기로 보지 뭐. 


nonie: 근데, 왜 유럽을 떠나 베이징으로 이주하게 된거야? 요즘 공기 상태가 숨도 못 쉰다던데? 혹시 중국어는 잘해?   

J: 글쎄. 그냥 중국에서 살아보고 싶었어. 유럽은 다이나믹한 삶을 추구하는 내게는 좀 재미가 없었달까. 또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전 세계 항공사와 많이 엮이다 보니, 그쪽(북유럽)보다 아시아로 나와서 사는 게 훨씬 더 일거리가 많아. 이제 2년 정도 되어 가는데, 중국어는 아직 초보도 안돼. 잘했으면 좋겠다. 근데 사실, 베이징에 거주하는 실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아.  


nonie: 그럼,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거야? 올해 계획은 어떻게 돼?

J: 항공에 원래부터 관심이 많았고, 모험여행을 많이 했어. 그런데 아무래도 영어 블로그이다 보니 검색도 잘되는 편이고, 세계적으로 빠르게 주목을 받게 되면서 많은 항공사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게 된 거지. 지금은 비즈니스 클래스 시승이 많아. 신기종이나 새로운 취항 노선이 나오면 제일 먼저 타보고 리뷰를 하는데, 아무래도 내가 현재 베이징에 있다 보니 중국 항공사들과 일을 많이 해. 올해도 이미 연말까지는 모든 항공 스케줄이 거의 정해져 있어. 중국 여러 지역 및 유럽, 미주, 아시아...일일이 세기도 어렵네. 아참, 나 북한에 갈지도 몰라. 하하. 


nonie: 와. 1년 12달이 모자랄 정도인데? 혹시 한국 항공사와도 일해본 적 있어? 

J: 사실 난, 베이징보다 서울에서 살고 싶었거든. 난 진짜 한국 너무 좋아해. (그래??) 그런데 결정적으로 한국에 거주지를 정하지 않은 건, 한국 항공사에 몇 년 째 먼저 제안을 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컨택 포인트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라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기가 어려웠어. 항공사 규모나 인지도에 비해 글로벌 마케팅에는 크게 주력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더라. 그리고 한국 회사들은 너무 '스마트'하달까. 대부분 잘 제안하면 통 크게 기회를 주는 외국 항공사에 비해, 한국과 일본 항공사는 나같은 영미권 미디어에게는 장벽이 굉장히 높게 느껴져. 아마 주력 시장이 아닌 이유가 크겠지.  


nonie: 직업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때?

J: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자신만의 직업을 직접 만들어서(create) 할 수 있다고 믿는 편이야. 심지어 나 역시 영어권에서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영어로 미디어를 운영하는 일은 내게도 큰 도전이거든. 하지만 그 덕분에 전 세계와 소통할 수 있고, 이 친구(상하이의 그녀) 역시 탁월한 영어실력 덕분에 내일 컨퍼런스 무대의 주인공이 된 거고. (우리 모두 영미권 출신이 아닌데 이렇게 중국 땅에서 영어로 떠드는 것도 신기하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일 역시, 비즈니스 감각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중국에 베이스캠프를 두고 있고, 업계 동향을 보기 위해 멀리 상하이까지 온 거거든. 조만간 꼭 한국에 한번 갈께. 베이징 오면 연락해!  




어느덧 칭다오 병은 비워지고, 맵싸한 향내 폴폴 나는 훠궈도 이제 빈 접시만 남았다. 짧은 저녁식사에서 처음 만난 그이지만, 마치 예전부터 알았던 친구처럼 편하게 수다를 떨면서 나는 또 많은 것을 배웠다. 세계적으로 큰 명성을 가진 친구들은,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해보면 반드시 그들만의 특별한 노력이 숨어 있었다. 그 덕분에 조쉬는 거주지도 마음대로 정하고, 땅보다 하늘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항공 전문 모험여행가가 되었다. 


사실 나는 요즘 한국에 유행하는 욜로나 노마드라는 키워드가 못내 불편한 사람 중 하나다. '여행하며 일하는 삶'에서 내가 제일 강조하고 싶은 건, '지속가능한' 일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체불가능한 전문 영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전문성을 집중적으로 쏟아내기 위해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은 조쉬처럼, 사회가 필요로 하는 나만의 영역을 지금부터 조금씩 넓혀나가며 좁고 깊게 준비해야 할 시기다. 사실 굳이 노마드처럼 살고 싶지 않더라도, 이젠 누구라도 직장 이후의 직업은 준비해야 하는 세상이니까.  



하반기 첫 여행 커리어 워크숍은, 아직 일정은 미정. 혹시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포스팅에 이메일과 함께 비밀댓글 남겨주시길.:)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과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전문 강의합니다. 한국 및 글로벌 여행 트렌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해외: 호텔여행 전문가.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한국 시장에 알립니다. 또한 독보적인 private itinerary를 기반으로, 개인과 기업의 여행을 디자인합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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