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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nonie Dec 26. 2017

혼자여도 괜찮아, 하와이

가끔은 우울한, 하와이 혼자여행을 위한 레시피

혼자 떠난 하와이 첫 여행은 관광지가 아닌 주거지에서, 허름한 아파트를 빌려 시작했다. 알라모아나 북쪽의 일반인 거주지 두 곳에서 묵었던 첫 1주일은, '하와이=와이키키=휴양지'라는 오랜 고정관념을 버리기에 충분했다. 사실, 신이 내린 휴양지를 굳이 '로컬 여행'으로 밋밋하게 즐겨야 할 마땅한 이유는 없었다. 휴양지에서 품는 설렘 대신, 매일의 끼니를 걱정하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보냈으니까. 


가끔은 집 앞의 맛있는 햄버거에 감탄하기도 하고, 중고숍에서 다리가 아플 만큼 옷을 뒤적이기도 하고, 파머스 마켓에서 현지인 틈에 섞여 먹거리 쇼핑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풀장과 비치가 없는 하와이 동네 여행이, 이후 와이키키에서 즐겼던 호텔여행보다 좋았을까? '살아보는 여행'이, 언제나 정답일까? 하와이가 미국 저편의 시골 섬동네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현실감각을 일깨워준 쪽에 가까웠다. 적어도 내게는.

첫번째로 묵었던 에어비앤비에 대해서는, 뭐라고 생각을 정리해야 좋을 지 난감하다.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할 수 없어서다. 첫 날 인사한 걸 빼면 3박 내내 호스트인 줄리를 만날 수가 없었다. 홈스테이인데도 아닌 것 같은 애매함이랄까? 바로 옆 방에 묵는데도 그녀의 얼굴을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다. 방음이 안되어 전화로 언쟁을 하는 듯한 소리가 간간히 들리긴 했다. 얼마전 이혼했다고 했는데 그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집의 분위기가 주인을 따라가는 듯 우울했다. 무려 3개월만에 슈퍼호스트를 달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이 집은, 특히나 그녀의 적극적인 호스팅을 칭찬하는 후기가 많아서 선택했던 것이다. 물론 호스트 일신상의 이유도 있겠지만, 에어비앤비에 매번 속는다는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 없다. 


줄리의 에어비앤비


거실은 꽤 넓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이탈리안인 그녀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인테리어 소품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내 침실은 사진과는 너무나 달랐다. 사진 상으로는 무척 예쁜 방이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어둡고 습도 조절도 부족했다. 잦은 호스팅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일부러 꽃아놓은 전기 디퓨저에서는, 머리가 아플 정도의 과도한 인공향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그녀는 매일, 24시간 현관문을 활짝 열어놓았다. 나는 혼자 여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언제나 안전이 최우선이다. 그렇다고 집주인에게 문을 닫으라고 충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컵이나 그릇을 가져다 쓰기 위해 붉은 조명의 음울한 거실을 조심조심 오갈 때마다, 그동안 서른 번이 넘는 에어비앤비 게스트 경험 중에 홈스테이(개인실) 방식으로는 단 한 번도 만족했던 적이 없었던 것을 문득 떠올렸다. 호텔 여행을 테마로 다니는 나에게, 주인의 눈치를 봐야 하는 공간 공유방식의 숙박은 역시 이번에도 맞지 않았다. 

이태리 베니스가 고향이라는 호스트 줄리는 미국인과 결혼해 하와이에 10년 정도 정착했다가, 이혼하고 현재 미국 본토로 돌아갈 준비 중이었다. 실은 이 숙소를 소개할 수 조차 없는 것이, 다음 달이면 호스팅도 그만하고 이 집도 정리한다고 했다. 그녀는 내게, 하와이가 지긋지긋하다고 했다. '안 살아봐서 모르지?'라는 그녀의 말에, 왠지 알듯 모를듯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미국 전체에서 보면 하와이는 외진 시골에 불과하다. 하와이를 처음부터 아예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건, 어쨌든 이 스테이 덕분이긴 하다.

불과 15~20분의 짧은 대화에서, 하와이 사람도 미국 사람도 아닌 이방인이 낯선 섬에서 지난 10년간 어떤 일을 겪었는지는 쉽게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살아가는 방식에서는, 지난 시간의 축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중요해 보이는 차키나 핸드백 등을 내가 머물고 있는데도 소파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문도 다 열어놓는 그녀의 모습에서는, 하와이에 어떠한 미련도 남아있는 것 같지 않았다. 호스팅을 그만 두면 뭘 할거냐는 내 물음에, 시애틀에 가서 원래 종사하던 게임 개발 쪽 일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잘 안되면 고향인 베니스로 돌아가서 민박이나 월세 대여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그녀가 어디로 가든, 부디 하와이에서보다는 행복하게 잘 지내길. 



마델레인의 에어비앤비


그녀와 대화를 마치고, 우버를 불러 두번째 숙소로 향했다. 이 때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쾌활한 성격의 호스트, 마델레인은 남자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는 중이었다. 내게 열쇠만 건네곤 별다른 설명도 없이 '모르는 거 있음 연락해!'라며 쿨하게 가버렸다. 

첫번째 숙소가 알라모아나 센터에서 걸어서 5분 거리라면, 여긴 북쪽으로 15분 정도 더 올라간 완전 주거지다. 길가에 늘어선 수많은 아파트 중 하나인데, 무척 오래되고 허름해 슈퍼호스트의 집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하필 이전에 묵은 게스트가 체크아웃한 날이라, 시간을 맞추느라 급하게 청소한 흔적이 역력했다. 소파와 침대의 수많은 쿠션을 세탁했을 리가 만무하니 말이다. 하긴, 청소를 하든 안하든 그닥 티가 나지 않을 집이라, 주방이랑 욕실 있고 물 잘 나오면 됐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일반인 숙소엔 이제 아무런 기대도 감흥도 없다. 

마델레인의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많이 해먹은 아침식사는 아보카도 에그 토스트. 나를 위한 아침식사를 차리는 동안에는, 에어비앤비에서의 쓸쓸함과 우울함을 어느 정도 잊을 수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요리는 삶의 의지를 확인하는 행위라고. 숙소 앞 세이프웨이에서 잔뜩 사온 식재료를 다듬고 커피를 내리면서, 폭풍처럼 내리는 소나기를 구경하는 하와이에서의 어느 날. 



nonie의 아보카도 에그 토스트 레시피

1.전자렌지로 1분만에 수란 만들기: 머그컵에 물을 약간 붓고 계란을 조심스럽게 깨뜨려 넣는다. 젓가락으로 노른자에 3~4회 구멍을 낸 뒤, 랩을 느슨하게 덮어 전자렌지에 1분 돌리면 깔끔하고 완벽한 베네딕트용 수란(poached egg)이 만들어진다. 물 끓이고 식초 부어서 젓고 건질 필요가 없는 간단한 비법. 여행다니며 요리하는 이들에게 널리 전파하고 싶다.
 
2.사워도우 빵은 적당히 썰어 양면에 올리브 오일을 발라 노릇하게 굽는다.

3.빵 위에 도톰하게 썬 아보카도와 토마토, 수란을 올리고 후추 소금으로 간을 하면 완성. 하와이는 특히 로컬에서 수확한 아보카도가 싸고 맛있으니, 머무는 동안 많이 맛보기를 추천.





# 이 글은 저의 전자책 저서인 '여행놀이 vol.2 하와이(2017)'의 에피소드를 발췌하였습니다. 
http://www.yes24.com/24/Goods/49864609?Acod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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