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했습니다.
몇 년 전 알랭 드 보통이 한국의 한 매체와 가졌던 인터뷰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사람들은 종종 파리에 갈 거야!라고 외치지만 파리에서 원하는 게 뭔지, 깊은 바람이 무엇인지, 어떤 꿈과 환상이 있는지 자신에게 질문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왜 여행하는지의 개념부터 다시 디자인해야 한다.".
한 때는 여행을 직업으로 삼았던 기자였고, 그 후 직장인 시절에도 블로그를 운영해 왔으니 삶과 직업에서 여행을 뗄레야 뗄 수는 없었지만, 처음부터 '호텔'이 중요한 요소였던 건 아니었다. 네덜란드 자유여행 당시 시티즌 엠 암스테르담 호텔에서 셀프 체크인 기기를 처음 마주한 순간은, 단순히 놀라움을 넘어 호텔에 대한 본격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킨 시작이었다. 2018년 현재에도 대부분의 호텔이 여전히 프런트 데스크에서 체크인을 하는데 말이다. 단지 자동화 시스템이 놀라웠다기보다는, 호텔이 가진 전형성을 깨는 호텔 서비스는 '호텔은 잠만 자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크게 무너뜨렸다. 그 후 극도로 미니멀한 디자인의 호텔부터 귀족식 우아함을 추구하는 호텔까지, 크지 않은 유럽의 한 나라에서 8박 9일간 호텔을 6곳이나 옮겨 다녔다. 그 과정은 자연스럽게 네덜란드를 한 바퀴 도는 루트이기도 했다. 호텔이 여행을 리드한 셈이다.
네덜란드 여행 이후, 나는 '왜 여행하는가'에 대한 첫 번째 답을 호텔로 결정했다. 단지 나를 설레게 하는 호텔을 좇아 다니다 보니, 저절로 전 세계의 새로운 곳을 발견하며 내 세계를 구축하는 여행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그 5년간의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며 다니다 보니, 쌓인 것은 단지 콘텐츠뿐만이 아니었다. 호텔을 바라보는 안목도 생기고, 호텔을 만들어가는 이들과의 다채로운 네트워크도 생겼고, 이 모든 과정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에게 내 경험을 이야기하는 자리도 점점 늘어간다. 그리고 오늘은 내 책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가 전국의 서점에 출간되는 날이다. 난 단지, '왜 여행하는가'에 대한 답을 하나 만들어 두기만 했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아직도 여행지보다 호텔에 먼저 마음이 설레고 동한다. 가고 싶은 호텔 리스트가 많이 쌓여있는 여행지가, 자연스레 나의 다음 행선지가 되는 것도 그래서다. 평소 호텔을 선정할 때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지역과 상생하며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호텔을 좋아했다. 그렇게 매 여행마다 신중하게 고른 루앙프라방 변두리의 작고 소박한 호텔부터 매 시즌마다 객실 디자인을 바꾸는 타이베이의 이색 호텔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진 여행에서 큰 역할을 해준 28곳의 호텔을 어렵게 뽑았다. 그리고 그 호텔을 베이스캠프 삼아 어떤 여행을 했는지를 지난 6개월간 열심히 곱씹으며 다시 써 내려갔다.
그런데 집필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깨달았다. 꼭 거창한 철학이나 브랜딩이 없이도 내 여행을 위로해준 호텔은 많았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기존의 여행서와는 달리, 가격대나 등급으로 호텔을 분류하거나 걸러내지 않았다. 1박에 10만 원짜리든 100만 원짜리든, 여행에서 호텔이 이런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행의 1/3은 잠자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잠만 자는' 시간은 아니라는 걸, 그 시간이 우리가 호텔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나 여행의 질감을 바꾸어놓을 수도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는 제목은, 2016년에 이미 써놓았던 출간기획서의 타이틀이었다. 많은 출판사에 보냈고, 퇴짜를 맞았다. 그러다 작년 상반기에 브런치팀과 포커스 인터뷰 형식의 미팅을 했었는데, 당시의 간절했던 진심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작가가 브런치에 바라는 점을 건의하라길래, '출판사와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라고 여러 차례 말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작가들의 바람을 실제로 이루어주는 서비스는 흔치 않다. 위클리 매거진 연재를 양보하면서까지 이 출간 기획을 흔쾌히 출판사로 넘겨준 브런치에게, 이 지면을 통해서나마 뜬금없는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기념 강연 소식!
현재 온오프믹스에서 선착순 50분 사전 신청받고 있으며, 무료 입장입니다. 평소 스마트 여행강의에서 소개하는 호텔 예약 관련 꿀팁들, 대량 방출 예정:)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합니다. 2018년 7월, '나는 호텔을 여행한다' 출간.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