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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담 Mar 21. 2023

처음이자 마지막 생일 파티

Prologue


세상에는 태생이 그리 반갑지 않게 여겨지는 사람도 있다. 

아들이길 간절히 바랐으나 아쉽게도 딸이었다는 사람. 너무 흔하디 흔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내 모든 이야기의 출발이 여기에 있다.


-


우리 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에 맺히는 억울함과 슬픔이 항상 있다.

내 기억 속의 엄마는 집안일로, 생계형 일자리로 늘 바빴고, 내 기억 속의 아빠는 집안일을 포함한 가정사는 엄마에게 전적으로 맡긴 채 차 운전과 돈 벌어오는 경제적 부양의 의무만 수행했다.

내가 가족을 생각할 때 억울하고 슬픈 느낌을 갖고 살아가게 된 것은 가족 안에서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님께 어쩌면 귀찮은 아이처럼 대우를 받았던 것 같다.   


성장기 때 내가 기억하는 나의 생일 축하는 딱 두 번이다. 

첫번째 생일 축하는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당시에 엄마는 내가 원하는 것에 무관심하거나 무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원하는 장난감 하나 갖지 못하고, 장난감이라고 해봐야 늘 누군가에게 얻어온 것을 받아 써야 했던 나에게 남들처럼 하는 생일 파티는 당시 내가 꿀 수 있는 가장 큰 꿈에 가까웠다. 

엄마에게 생일 파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일주일을 넘게 졸랐던 것 같다. 

엄마는 결국 열명 남짓한 친구들을 불러 우리 집에서 놀 수 있게 허락해주었다. 

그 당시 친구들이 하는 수준의 생일 파티다운 파티를 처음 해보았다.

하루 종일 친구들과 집 마당을 뛰어다니며 놀이를 하고 몹시 즐거운 생일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 파티는 내게 심적으로 처음이자 마지막인 생일파티가 되었다.  


두번째 생일 축하라고 하면, 중학생 쯤이었을까. 그 때도 케익을 사주지 않으려는 엄마를 하루종일 졸라서 케익에 촛불을 붙이고 끄는 간단한 일을 해달라고 졸랐던 것 같다. 마지 못해 저녁에 케익을 사서 가족들과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초를 부는 일을 해주었던 것 같다. 내 기억 속에는 기쁜 마음보다도 어떤 부끄러운 마음으로 초를 불었던 나의 모습만 남아 있다. 마지못해 해주는 생일 축하라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에 기쁘게 여겨지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돌아보니 태어난 것을 기념하는 일이 나에게 꽤 중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중요한 일 같다.

남들 만큼 대접 받는 것, 세상에 태어난 소중한 생명으로 여겨지는 것을 원했는데 이루어지지 않아서 슬펐다. 

매번 생일 때만이라도 기꺼이 진심이 담긴 축하를 해줬으면 좋았을 것 같다. 


물론 엄마는 생일 때마다 미역국을 끓이는 것을 거의 빼먹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엄마의 생일 축하 방식이었고, 내가 원하는 생일 축하 방식과는 달랐다.

사실은 생일 파티가 문제였다기 보다 가정 안에서 나를 향한 사랑이 없다고 느껴졌던 것,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받았던 소외감이 문제였다. 

'세상에 태어나줘서 고맙다' 혹은 '태어난 걸 진심으로 축하한다'라는 따뜻한 말이 있었다면 어쩌면 미역국 먹는 날로 퉁쳐지는 생일도 그런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것만 같다. 


이러한 성장 배경은 나를 냉철하고 고독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나는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을 하는 법을 잘 모르는 아이로 자랐다. 

상대방과 대화 속에서 말을 고르고, 관계를 맺는데 서툴렀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일이 쉽지 않고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남에게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도 상처를 주는 말을 쏟아냈던 때도 많았다. 


이제는 그게 옳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려 애쓰며 나 스스로를 많이 고쳐내고 있다. 부모로부터 받고 배웠다기 보다 자립하며 터득한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나의 성장기였던 10대, 20대는 몹시 거칠고 고되었다. 


또다른 차원의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이제는 생일 축하의 말을 들어도 크게 고맙게 느껴지지 않는 둔한 성인이 된 것만 같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들어도 한편으론 고맙지만 또 한편으로는 의례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선물을 받으면 다음에 시간 맞추어 되돌려 주어야 하는 빚을 지는 것만 같아 솔직히 말하면 불편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나의 모습을 이제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살아가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때 내 생일에는 꼭 휴가를 내었다. 이제는 내가 나를 사랑해주고 성장시켜야 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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