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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희 Sep 08. 2020

당당한 자폐 5

자폐 엄마의 미국 유학 일기

한국의 특수학교 vs  Goleta의 공립학교

        나의 경험은 매우 한정적이고, 이 경험에 대한 해석 또한 매우 주관적이다. 게다가 나의 생각이라고 하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바뀌고 있어서, 오늘의 글도 3년 후의 내가 읽는다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을까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미국에 온 지 4년 차, 초등학교 3학년 중반부터 6학년까지를 Goleta라고 하는 남가주 작은 마을에 있는 학교에 보낸 엄마의 시각으로 한국 특수학교의 경험과 미국 공립학교의 경험을 간략하게 비교해 보려고 한다.



    

        나의 아이는 한국의 특수학교인 밀알 학교를 3월부터 7월 여름 방학 전까지, 매우 짧게 다녔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나는 몇 가지 장점은 분명히 알 수가 있었다. 첫 번째 가장 중요한 장점은 밀알학교는 유치원부터 직업반, 아니 직업반 출신의 학생을 고용할 수 있는 직장까지 갖추고 있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일단, 선생님이 초등학교 출신의 자폐 아이들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성장과정을 계속 지켜볼 수 있어서 1학년 선생님이라고 하더라도, 그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면서 교육과정을 계획하고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에서 하는 학부모 모임에는 고등부나 직업 반 부모님들도 계시고 (보통 이 분들이 임원을 하신다) 이 분들의 활동 모습을 보며 배울 것이 정말 많다는 것이다. 

    

    

        이 분들은 좋은 양육자일 뿐 아니라, 투사이자, 개척자 들이다. 법률, 발달센터, 아이를 위한 대처 능력, 정말 모든 면에 있어서 “진정한 선수”들이다. 그러므로 부모인 나도 이 분들을 보며 배울 뿐 아니라 내 아이가 미래에 갖게 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해 보고 미리 해결책을 의논하며 찾아볼 수 있다. 두 번째 장점은, 밀알 학교는  자폐 교육의 메카이기 때문에 이 안에 속해 있으면, 굳이 힘들게 정보를 찾으러 방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필요한 정보가 성교육이건, 법률상의 조언이건 많은 분들이 이런 부분에 대해서 강의를 하러 오시고, 바리스타의 자격증 시험을 보는 곳도 학교 안에 있으며, 학교 안에만 있어도 특수교육 분야나 법안에 대한 최신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세 번째 장점은 학생 6명에 선생님 한 분, 보조 선생님 2분 정도 해서 거의 3분의 교사가 아이들을 봐주시고, 교실마다 화장실이 있다는 점이다. 즉 시설이나 선생님 모두가 발달 장애 교육을 위해서는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장점을 무색하게 만드는 가장 큰 단점은 다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특수학교는 오로지 장애를 가진 사람들만 학교를 다니고, 비장애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점이다. 학교 구조도 밀알 학교의 경우 매우 폐쇄적으로 되어있어서 일반 또래 아이들과 함께 지낼 기회는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특수교육이나 disability study 학계 내에서 여러 관점과 학파가 있고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지만, 그 누구도 분리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다.



         예전에 미국에서 흑백 학교의 분리를 정당화했던 모토가 바로 “separate but equal”이다. 마치 남학교 여학교가 따로 존재하지만 동등한 것처럼 흑인 학교 백인학교가 나 위어 있어도 동등한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separate but equal은 허구라는 것을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사회에서 우리가 어울려 살려고 하면, 우리는 학교에서도 어울려 사는 것을 배워야 하고, 학교에서 분리한다는 것은 사회에서도 분리하겠다고 하는 뜻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국에 있는 켈로그 학교의 첫 번째 장점은 인원수에 비해 매우 넓은 공간이다. 아이들의 교실뿐 아니라 야외 공간이 매우 넓어서, 다른 아이들과 그렇게 크게 부딪힐 일이 없이도 학생들이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는 공간이 일단 보장된다. 가장 놀라웠던 점 중에 하나는 교실마다 책상과 벤치들이 많이 있는데 학생들이 안에서 공부하다가 너무 답답하면 밖에서 공부하는 것을 일대일로 봐주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전통적인 한국 학교에서 성장한 나는 아이들 기분에 맞춰서 실내에서나 실외에서나 공부를 하도록 허락해 준다는 것이 정말 신선하게 다가왔다. 



        두 번째 장점은 아이들의 심리적 상태도 좀 더 존중해 주고 선생님도 아이들의 의사와 취향을 존중해 준다는 점이다. 처음에 나의 아이가 영어를 전혀 못할 때도 당당하게 교실에서 한국말로 “빨리빨리”를 외치면,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이 아이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 주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시던 선생님들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뿐만 아니라 나의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책을 부지런히 파악하고 이용해서 어떻게라도 학습을 시키기 위해 매우 노력한다. 세 번째는 한국보다는 조금 발달한 교육 자료, 커리큘럼, 그리고 다양한 교육 매체들인 것 같다. 일단 한국보다는 다양한 시각자료를 이용하고, 언어치료, 작업치료들을 위한 공간이나 인력이 학교 내에 혹은 근처 district 사무실에 존재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마지막으로는 학교에 다니는 일반 아이들이 발달장애나 신체장애가 있는 아이들과 늘 함께 지냈기 때문에 이런 아이들에 대해 이해도도 깊고, 한국의 아이들보다는 순수하게 받아들여준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당연히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것이 미국의 학교뿐만 아니라 내가 겪었던 미국 사회의 전반에 대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믿을 만한 시스템이 없고, 누구를 만나는가 하는 것이 너무 많은 경험의 차이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내 아이는 3학년에서 6학년 졸업까지 4명의 선생님을 만났고 6학년 후반에는 아예 선생님이 없었다 (원칙적으로 미국의 특수학급은 학년이 올라간다고 해서 선생님이 바뀌지 않는다). 3학년 때 담임선생님 베스는 내 아이의 3학년이 끝나고 내가 다니는 UCSB로 와서 1년 특수교사 자격 프로그램을 마친 후 다시 내 아이의 5학년 담임선생님이 되었고 이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 



        베스가 우리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동안 부임했던 4학년 선생님도 갑자기 그만두게 되어 다른 선생님이 오시게 되었는데, 이런 경우 새로 오시는 선생님은 제대로 교육 과정을 수료하지 않은 선생님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금 부족한 선생님일지라도 그 선생님이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있을 경우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바로 4학년 후반의 선생님이었다. 내 아이가 6학년이 되었을 때는 베스의 출산이 너무 가까워져서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게 되었는데, 이 선생님과의 6학년은 그야말로 악몽이었으며, 나는 학교에서 수시로 미팅을 해야 했고, 결국 이분은 겨울 방학 후에 학교를 그만두시게 된다. 코로나로 3월부터 온라인 수업이 되긴 했지만, 2020년 1월부터 이 학교의 특수 학급 중 3-6학년은 선생님 없이 쭉 생활했었다. 



        또 다른 중요한 점은 미국도 통합교육이 완전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같은 학교의 지붕 아래에서 생활하긴 하지만, 엄격히 활동 구역이 나누어지고, 일반 학급에 들어가는 시간은 미술, 음악, 체육, 조회 시간 정도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일반 학급에 들어갈 때는 보조 선생님 (aid, instructional assistant, paraprofessional 등 이들을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다)을 동반하게 되는데, 우리 아이의 학급은 아이들이 7일 때 보조 선생님이 5명 정도 있었고, (좀 더 인구가 많은 도시의 경우, 이 비율이 훨씬 좋지 않다) 놀라운 사실은, 보조 선생님의 자격요건은 고졸 이상이라는 것이다. 특수학급의 보조선생님은 지역 주민 중 마음이 있는 엄마들이 하기도 하지만, 늘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쉽게 구하지 못하는 이민자들이 영어가 가능하면 쉽게 할 수 있는 직업이기도 하다.



        마지막 단점은, 조용한 차별이다. 장애 아이와 비장애 아이가 한 장소에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 아이들은 늘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미국도 소풍이나 캠프를 갈 때는 장애가 있는 아이들에게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학교가 아직도 많이 있다. 내가 정말 놀란 것은 내 아이가 학교를 다닌 3년 반 동안, 개인으로 앨범에 들어가는 사진 외에, 학교에 걸리거나 학부모에게 보내주는 공지사항을 알리는 앱에는 단 한 번도 내 아이의 사진은 찍힌 적이 없다는 것이다. 내가 한국에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보낼 때, 물론 내 아이는 그 때나 지금이나 다른 아이들과의 활동에 참여하지도, 사진을 찍는데 협조하지도 않지만, 그때는 선생님들이 사진을 올려 주실 때 엄마 마음이 서운할까 봐 따로 라도 내 아이의 사진을 몇 컷은 찍어 주시곤 했다. 나는 미국의 학교에서 졸업 앨범이나, 학교에 사진을 붙여 놓는 곳에, 내 아이뿐 아니라 장애가 있는 아이의 사진이 올라온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일반반 선생님의 태도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에게 장애학급의 아이는 다른 선생님의 관할이며, 내 담당이 아니다. 그러므로 하교 후 합창 발표회 라던지, 무슨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들은 내 눈길을 피해 자기 아이들을 돌보는 척하느라 여념이 없으시다. 한 번 눈 맞춰주면서, 특수학급 선생님이 교실에 기다리고 계시니까 가서 만나시면 된다고 말 한마디 하면 될 것을 그게 그렇게 어려운지 한 번 눈 맞춰 주는 걸 본 적이 없다. 




        세상에 차별이 없는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다만 4년간 내가 미국에 있으면서 느낀 것은 한국과 미국의 절대적 장단점을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느끼기 어려웠던 이해심을 느낄 때도 있지만, 너무나 당연하던 것이 지켜지지 않아서 황당한 일도 많이 있었다. 앞으로 나누게 될 조금 더 구체적이고 자잘한 이야기 들에 담긴 나의 경험들이 조금이라도 더 이러한 다양한 차이를 잘 설명할 수 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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