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를 듣고 또 들으며

이제 돌아오셔야죠

by 마나스타나스

A night in Seoul을 떠올린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몇 주 전부터 토이의 음악만 계속 듣고 있다. 1994년 2인 밴드로 출발하여 이후 1인 밴드로 30년을 이어온 토이, 유희열.


토이를 알게 된 것은 2집 때였다. 그 '때'가 언제였는지는 또한 기억이 안 나는데 아마 2집이 발매된 1996년보다 후였던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았던 내 혈육은 토이와 신해철, 그리고 015B를 아주 많이 좋아했다 (지금은 이를 부정한다. 왜일까). 덕분에 이런저런 좋은 음악들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어 행운이라 생각한다. 또한 남의 돈으로 산 음반을 공짜로 줄기차게 들었으니 경제적으로도 이득이었고, 돌이켜 생각해 보니 고맙다.


토이 2집에서는, <내가 잠시 너의 곁에 살았다는 걸>이 상당한 인기가 있었고 (내가 좋아한 노래라), 나는 <그럴 때마다>도 좋아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보면 촌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가사가 낭만적인데, 그 특유의 멜로디까지 어우러져서 시대를 반영하는 완성된 명곡이다!

토이가 몇 명으로 구성되었는지, 유희열이 누군지도 잘 몰랐지만 그의 음악들은 처음 듣는 순간부터 좋았다. 한국식 힙합과 댄스음악이 가요계의 전부나 마찬가지였던 시절에 김연우의 목소리와 유희열이 만들어 낸 소리의 흐름은 (그걸 멜로디로 불러야 하나, 가락이라 불러야 하나) 일종의 반항이나 마찬가지였다. 힙합도 아니고, 그렇다고 발라드로 보기도 애매하고, 재즈풍이 섞인 현대 음악의 돌연변이라고 해야 하나...


+ 조삼희가 객원으로 참여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 다시 들어도 이 또한 명곡이다.


2집이 너무 좋았어서 3집은 크게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내 동생은 3집을 찬양했다. 그중에서도 선물 시리즈를 좋아해서 거의 매일 같이 선물 노래가 너무 좋다며 칭찬이 닳아 없어지게 칭찬을 했다. 아마 기억도 못할 것이다.

그렇게 그저 그렇다고 생각했던 3집도 이제 와서 듣고 또 들으니, 뭐랄까...... 포근하다. 음악이 포근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렵다. 3집은 포근하고 아늑하다.


그리고 유희열은 1999년에 이르러 그 음악 인생의 명반을 내놓는다. A night in Seoul 서울의 어느 밤.


그로부터 수년간 난 이 앨범을 듣고 또 들었다. 요즘으로 치면 '방과 후 교육'을 빌미로 케이블이 깔린 TV를 통해 <여전히 아름다운지>와 <거짓말 같은 시간> 뮤직비디오를 보고 또 봤다. 특히 <거짓말 같은 시간>은 앞으로도 나오기 힘든 음악적 완성도와 감성을 담은 전무후무한 명곡으로 생각한다.

몇 주 전 문득 떠오른 A night in Seoul, 그게 내가 토이의 음반 전부를 다시 듣고 또 듣게 된 이유이다. 이 정교한 악기들과 디지털 사운드의 조합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뭐랄까, 유희열의 음악적 재능과 영감과 그가 하고 싶은 그 모든 음악에 있어서의 욕심과 열망을, 그 몇 분에 응축해 놓은 듯하다. 왜풍의 디지털 사운드와 유로팝, 그 어디 사이에서 길을 잃지도 않고 온전히 구축한 세련된 소리는 한 때 무섭게 놀았다던, 그리고 이제는 없어진 옛 영화관 벽에 기댄 거칠어 보이는 유희열의 모습과 이질적이며 서도 또 묘하게 '서울의 어느 밤'에 적합하게 어울린다.
촌스럽지만, 이 곡을 들을 때면 한 밤의 강변북로를 생각하게 된다 - 서울의 어느 한 밤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한강을 오른쪽에 낀 채, 창문을 열고 함께 달리는 차들을 바라보는 그런 생각"

이라고 얼마 전에 글을 남겼었다.


A night in Seoul이 들리지 않는 이 순간, 이 글을 쓰는 중에도, 그 조합이 귓가에 생생하다. 저 높은 곳 어디선가, 반짝이다 못해 눈부신 넓고 넓은 한강을 달리는 차들을 떠올리면 언뜻 또 그리워진다 - 수많은 것들과 사람들과 사람.


+ 4집은 그 모든 곡들을 좋아한다. 명반이라고.


2001년, Fermata는 이제 토이보다 유희열이 더 자연스럽게 그 앨범에 어울리게 된다. 음악 용어인 Fermata는 그 표시가 음표 위에 있을 경우, 그 음을 길게 늘여 연주하거나 노래하게 된다. 몇 박을 늘리는지는 그 곡을 이끄는 사람 마음이다. 그래서 그런가, 이 앨범의 러닝타임은 77분이 넘는다.

이 앨범의 타이틀곡 <좋은 사람>이다. 청량하게 울리는 김형중의 목소리는 짝사랑의 안타까움이 아니라 그 구슬픔을 산뜻하게 전달한다.


그리고 2007년, 5집으로부터 6년 만에 토이 유희열은 새 앨범으로 돌아온다. 2007년 11월에 앨범이 발매되고 며칠 후, 나는 그 해 7월 연수에서 만난 다른 세 명의 동기들과 여행을 갔었다. 친구들과 함께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되던 때, 침대에 모여 배를 깔고 누워 <뜨거운 안녕>을 들었다. 이별 노래가 이럴 수도 있다. 참 대단한 유희열이다.


6집은 그 전의 앨범들과 확연히 다른 느낌을 준다. 잠깐 쉬어갔던 재즈의 감성이 돌아왔고, 전체적으로 잔잔하게 슬프다. 분명, 그 음 하나씩은 밝은데, 전체적으로 풍기는 느낌은 쓸쓸하다 - 이제 와서 찾아보니, 토이의 활동을 접으려던 앨범이었다고 한다.


+ 5집, 마지막 노래, 그리고 모두 어디로 간 걸까

+ 6집, 프랑지파니, You


하지만, 그로부터 7년이 지나 2014년, 토이는 7집으로 돌아온다. Da Capo. 처음부터 다시- 그는 처음으로 돌아가고자 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때부터는 그의 음악을 자주 듣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것이거나, 그의 처음을 내가 기억하고 싶은 그 소리로 기억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내 기억의 온전함을 위해 Da Capo의 음악들을 멀리 했던 것 같다.

2025년이 이제 하반기로 접어든 지금, 그의 7집을 반복해서 들으며 역시 유희열이구나 한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그는 처음으로 돌아가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의 뮤즈들을 과거에 남기고 젊은 뮤지션들과 함께 하며 서로의 음악적 지평을 넓히는 작업물 - 7집이 담은 의미를 검색을 통해 찾아보기가 귀찮은 이유로 나 혼자 그러려니 추측하며 쓰는 중이다. 예술이란 결국 받아들이는 자의 해석의 영역 아니겠는가


+ 7집, 앨범의 수록곡 모두 - 그러나, 너의 바다에 머무네 그리고, 피아노


2022년, 유희열이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그는 즉시 사과했지만 대중은 술렁였다. 이후 사카모토 류이치가 “존경의 표시인 것 같다”라고 말하며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당시 유희열은 “오랫동안 존경해 온 사카모토 선생님의 음악이 무의식에 남아 있었던 것이지, 고의적 표절은 아니었다”라며 표절을 인정하고 모두에게 사과했다.


나도 그 두 곡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그래서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 이제야 꺼내보는 "안타깝다" 지만, 이처럼 무책임하고 뻔뻔한 단어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안타깝다라......


그리고, 요 몇 주 내내 토이의 전집을 재생하고 또 재생하며 유희열의 변辯은 그 순간을 면피하고자 남긴 것이 아닌, 어쩌면 정말 존경의 의미였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멜로디로만 이어지는 곡들을 듣다 보면 사카모토 류이치의 "무색"의 흔적이 아주 강하게 남아있다.

모두들 한 번씩은 해 보는 경험일 것이다 - 좋아하는 사람의 습관을 따라 하게 되거나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하게 되는 것, 혹은 좋아하는 작가의 말투나 문체를 따라 하게 되는 것처럼, 유희열 또한 그러지 않았을까라 생각했다.


그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즐겁고 행복했으며 설렜다. 그리고 여전히 그렇다.


+ 전집을 듣다 보니 유유상종, 끼리끼리라는 말들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난 그 말들이 어울리는 객원 보컬들의 음악도 좋아한다. 특히 김동률과 이적은...... 그들의 음악에서도 토이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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