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언젠가는 지울 것 같아요

by 마나스타나스

곰곰이 생각한 지 1년이 넘었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

그렇다고 필연이라는 생각도 딱히 하지는 않는다.
그냥 어떤 일은 그렇게 생기고, 또 어떤 일은 그렇게 지나갈 뿐이다.

— 너무도 나스러운 생각이다.
이러려고 한 것도, 저러려고 한 것도 아닌 채 지내다 보니 오늘이 된다.


곰곰이 생각하게 된 계기는 작년 초, 한참 추운 겨울날이었다.
2024년 1월, 추위가 매일같이 몰아치던 시기에 나는 몇 가지 인상적인 일들을 겪었다.
8만 원도 뜯겨 보고, 재미있는 사람도, 흥미로운 사람도 만났다.
겪어본 적 없는 신비로운 경험들.


어떤 일들은 그저 지나가게 놔두는 게 좋다.
이를테면 8만원을 사기 당하는 것처럼, 악랄한 상사를 만나는 일처럼.
그런 건 한 번이면 족하다.


반면, 경험이 그다음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렇다.
재미있는 사람, 웃기는 사람, 흥미로운 사람,
그리고 같이 있으면 나를 숨기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사람— 바로 이 지점이, 내가 곰곰이 1년 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나는 실행력이 매우 떨어지는 사람이다.
예전에 『도쿄타워』였나, 어떤 소설에서
“실행력이 좋다는 건 머리가 좋다는 뜻이다”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는 머리가 아둔하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살아왔으니, 이보다 조금 더 나은 나를 기대하며 사는 수밖에.)


그래서 생각만 거듭하고 있다.
그 지점의 어디쯤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하지만 왜 그렇게 되지 못하는가—

그 끝에는 내가 좋아하는 모습이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동경’의 또 다른 형태,
좋아함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를 드러내는 데 두려움은 없느냐고.

그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다.
두렵다고. 그래도 가야 하는 길이니 어쩔 수 없다고.
(뉘앙스는 대략 그랬다.)


나도 늘 같은 걸 묻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물을 수 없었다.
뭐랄까… 뭔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나는 겉으로는 대범한 척하지만, 사실 굉장히 소심한 사람이다.


드러내지 않으려 해도, 결국 드러나게 되는 것

- 낭중지추라고 한다.

이를 숨기려 하지도, 굳이 드러내려 하지도 않는 사람
곰곰이 생각하는 끝은 언제나 이 지점에 머문다.
동경의 또 다른 형태- 그렇게 조용히 머무는 마음.


여전히 곰곰이 생각한다.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묘하게 눈에 잘 들어오고
쉽게 곁을 내주지는 않지만, 친절하고
눈은 마주치지만, 마음은 감추는 데 익숙한 것.


조용히 계속 머무는 건 바람직한 것인가.


내가 그 무엇도 아니라서 이런 글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이토록 안심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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