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부 시리즈를 보고 남긴 글
20년 가까이 된 일이다. 주말 밤이었던 것 같은데, EBS 명화극장에서 <대부 2>를 방영하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영화였지만 그전까지는 볼 일도, 볼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그날 우연히 보게 된 젊은 로버트 드 니로의 모습에 탄성을 지르며 잠깐 본다는 게 끝까지 보게 되었고 긍정적인 의미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흡입력이 대단하다. 도파민 터지는 사건 없이도, 겹치고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긴장감이 엄청나다. 이제는 파파할배가 되어 버린 두 배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의 압도적인 존재감 — 잘생긴 외모를 넘어서는 연기 실력에 감탄했다.
로버트 드 니로는 원래 〈대부 1〉에서 제임스 칸이 맡았던 소니 콜레오네 역에 지원했었다. 하지만 코폴라 감독은 그가 소니 역에는 지나치게 냉정해 보인다고 판단해 떨어뜨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드 니로의 연기는 깊은 인상을 남겼고, 결국 〈대부 2〉에서 젊은 비토 콜레오네 역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이 역할로 그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게 된다.
20세기 영화사의 대표 명작으로 꼽히는 <대부> 시리즈는 마리오 푸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책과 영화를 모두 본 분의 말에 따르면, 영화가 오히려 책 보다 더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마리오 푸조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과 함께 시리즈 전체의 공동 각본을 맡았다. 소설이 지닌 서사의 한계를, 영화는 “범죄로 일가를 이룬 이들의 결국은 헛된 삶”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문학을 넘어서는 서사적 깊이를 증명했다.
시리즈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20세기 초, 시칠리아에서 비극을 겪고 마피아의 복수를 피해 미국으로 도망친 한 소년 비토 안돌리니는 뉴욕에 정착하며, 자신의 고향 마을 이름을 따서 비토 콜레오네로 성을 바꾼다. 가족과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범죄의 길을 택한 그는 부와 권력을 쌓아 마침내 ‘대부’가 된다. 그러나 그가 만든 범죄의 제국은 끝내 가족을 지켜내지 못했고, 그가 쌓은 업보는 대를 이어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대부 1>은 새로운 마피아 세력과 대립하게 된 비토 콜레오네의 노년을 그린다. 마피아, 범죄자 집단의 배신과 복수, 그리고 충성이 뒤섞여 이야기가 전개된다. 비토 콜레오네가 일군 제국은 가족을 지켜내지 못했다. 사랑하는 아들을 범죄의 세계에 들이지 않으려 했던 그의 꿈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미 더럽혀진 손은 씻고 또 씻어도 영원히 깨끗해질 수 없다. 그 짙은 피의 얼룩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대부의 자리에 오른 막내아들, 마이클 콜레오네의 본격적인 사업 확장이 <대부 2>의 큰 줄기를 이룬다. 첫째 소니는 총에 맞아 비참하게 죽었고, 둘째 프레도는 유약했다. 냉철하고 똑똑한 마이클을 비토는 사랑했고, 그래서 그를 범죄와 멀리 두려 했다 - 그러나 마이클은 대부가 되기를 선택했고, 그렇게 대부가 되었다. 그는 실망하고, 좌절하며, 배신당하고, 단죄한다. 분노와 복수에 눈이 먼 마이클 콜레오네가 무엇을 희생시키며, 그로 인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가는 <대부 3>로 이어진다.
<대부 3>는 두 가지 버전으로 제작되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은 비슷하지만 마이클의 죽음을 다루는 마지막 장면에서 차이가 있다. 노년의 마이클은 자신이 벌인 불법 사업을 합법화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더욱 수렁에 빠지게 된다. 비토로부터 시작된 업보는 마이클에 이르러 완성되고, 그렇게 시리즈는 '죄와 속죄, 권력과 파멸'의 서사를 마무리한다.
대부 시리즈는 각 편 자체로도 완벽하지만, 시리즈 전체의 구성에 있어서도 거의 완전한 완벽함을 보여준다 - '시리즈 영화가 이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마도 처음이자 마지막 예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반지의 제왕도 있구나)
대부 연작은 한 편의 러닝타임이 거의 세 시간에 이르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순간도 집중력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원작자 마리오 푸조가 각본에 참여함으로써 영화의 서사에 입체적 밀도가 더해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얘기하기도 한다 - 범죄자 일가의 얘기 따위에 완벽? 뭐라고? - 그럴 수 있다. 모두의 의견은 중요하다. 모두의 의견은 경청되어야 한다 - 그렇다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는 왜 마피아 집안을 영화의 소재로, 그것도 20년에 걸쳐 속편의 속편으로까지 다루기로 마음먹었을까.
충성과 단결로 위장한,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배신이라는 인간 본성의 밑바닥을 드러내기에는 범죄자들의 이야기가 완벽한 소재였을 것이다. 죄를 짓는 것, 사회의 규칙인 법을 어긴다는 것은 결국 자신이 "생각과 말과 행위로" 저지른 일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또한, 부자가 된 비토와 마이클이 '대부'의 자리를 얻고 지키기 위해 가장 소중한 것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은, 죄의 대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되돌아온다는 단순하지만 보편적인 진리를 일깨운다.
그들이 돈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제국은 아래가 보이지 않을 만큼 높고 깊지만, 결국 그들의 결말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복수와 배신과 희생으로 점철된 그들 인생의 마지막은 결국 덧없다는 사실을, 이토록 긴 이야기의 호흡으로 전달한다.
분노와 복수는 끝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그저 덧없이사라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