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만엔 원년의 풋볼

반복 재생되는 혐오감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by 마나스타나스

내 방에 테트리스 쌓듯 욱여넣어진 세 개의 책장에는 겹겹이 책들이 꽂혀 있다. 집에 책이 많은 편이라 어쩔 수 없다. 그 빽빽한 책무리 속에 『만엔원년의 풋볼』도 수 년째 꽂혀 있었지만, 꺼내볼 생각은 없었다.

그러다가—

일본문학하면 오에 겐자부로, 제목은 재미있어 보이고, 젊은이들의 풋볼팀 구성 이야기라니 활력 넘치는 청년들의 모험 성공기쯤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그렇게 작년 말 도쿄 여행에 이 소설을 챙겨 갔다. 설마 책 한 권이 그때 가져간 짐가방보다 더 무거울 줄은 몰랐다. 그래서 두 번을 읽었고, 계속 머리 안에서 헛도는 감상들을 모아 키보드 위에 헛도는 글로 남겨본다.


오에 겐자부로는 전작 『개인적인 체험』에 이어 이 소설에서도 '혐오감'이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한다.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혐오감은 주인공의 상세한 묘사를 거치며, 해부가 끝난 실험실 개구리처럼 내장을 드러낸 채 단어로만 남는다.


『개인적인 체험』과 『만엔원년의 풋볼』은 모두 뇌에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기를 마주한 아버지의 내면을 다룬다. 『개인적인 체험』은 주인공 버드가 괴물로 인지하는 아기로부터 도망치려는 시도—폭력, 술, 여자—그리고 그때마다 스스로에게 느끼는 혐오의 감정을, 제목 그대로 '개인적인 체험'을 담았다. 그래서 읽기가 오히려 단순했다.


『만엔원년의 풋볼』을 읽는 동안에는 생물 수업 시간이 떠올랐다. 비참하게 맞아 죽은 S형의 쪼그라든 시신, 벌어진 가슴속을 드러낸 내 죽은 동생에 대한 묘사들은 핀에 꽂힌 곤충 표본처럼 생명의 흔적이 사라진 관찰 대상으로 그려진다.


소설 안팎의 존재들이 "들여다보기를 피했던 무언가"를 오에는 굳이 보여준다. 메스로 가르고 찢은 끝에 혐오감으로 응축된 진실을 독자에게 꺼내 보인다. 회피하면 할수록 반복 재생되는, 어쩔 수 없이 들여다보게 되는 감정.


특별히 괴로운 마음으로 읽은 것은 아니지만, 책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생각하게 했다. 오에는 왜 혐오감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가. 처음의 무거움은 사라지고, 남은 것은 글로 갈라놓은 틈 속에서 뭔가를 찾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개인적인 체험』과 『만엔원년의 풋볼』 사이에는 3년의 간극이 있다. 오에는 그 사이, 허세가 섞여 있던 전작의 인물들을 더 참혹하고 비극적인 존재들로 대체했다. 그래서 처음엔 이 소설을 쓸 당시 젊은 아빠였던 소설가는 본인에게 발생한 개인적인 충격과 극복의 경험을 다수의 경험으로, 과거로부터 현재로 확장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나는 그가 아니기에, 그 상황을 겪어본 적 없기에) 추정할 수밖에 없지만, 오에 겐자부로의 마음속 절망이나 죄책감은 3년 사이에도 해소되지 않았던 것 같다.


주인공 미쓰는 어떤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을 실험실의 표본 보듯 관찰할 뿐, 이해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 그는 혼자 있기를 고집하며, 아내와 동생 무리와도 떨어져 독채에 머문다. 정화조 구덩이에서, 조상이 자책하던 공간에서, 죽음을 기다린다. 그리고 그 구덩이 속에서 자신을 포함한 존재들을 관찰하며 불가해한 그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그가 관찰한 존재들은 다음과 같다:

뇌가 기형인 아기를 기관에 맡기고 알코올 중독이 된 아내

기괴한 몰골로 자살한 친구

예민한 귀를 가졌던, 어린 나이에 자살한 여동생

일본에서 가장 거대한 여성으로 소개된, 어린 시절의 식모

가족을 떠나 죽은 채로 돌아온 아버지

전쟁에서 죽은 형과 조선인들과 싸움 중 여럿에게 맞아 죽은 S형

남편과 두 아들, 딸을 잃고 미쳐버린 채 죽은 어머니

농민 봉기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미국으로 도망간 증조부의 동생

그 동생의 현신이 되고자 했지만 석류처럼 벌어진 가슴을 드러낸 채 자살을 선택한 그의 동생


이야기는 다양한 형태의 장애와 죽음을 겪은 인물들의 혐오와 죄책감에 대한 관찰을 통해 오에 그 자신이 그 3년을 어떻게 견뎠는지, 왜 그 개인적인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어떻게 벗어나려 했는지를 드러낸다—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수십 번을 고쳐 썼는데도 글이 헛돈다. 어쩔 수 없다. 헛도는 글도, 헛도는 생각들도 계속 고쳐야만 한다면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 오에는 이 소설 이후 그 내면의 해소되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 위해 히로시마와 오키나와를 여러 차례 방문한 후 두 권의 르포를 남긴다 -『히로시마 노트』와 『오키나와 노트』가 그것이다. 이 책들을 통해 그제야 개인의 체험은 다수로, 과거에서 현재로 확장된다. 구덩이에서 비로소 벗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 구덩이에 몸을 숨긴 채 죽어가길 원하던 미쓰. 헤어질 결심의 서래는 스스로 판 모래 구덩이에서 죽기를 기다리다 사라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모던 키친 농장-공장-주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