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 그녀

Her와 리들리 스콧과 Shape of water

by 마나스타나스

2024년 2월 20일 작성했다. 과거를 캐와서 브런치에 채우는 중이다. 새 글을 쓰려면 큰 마음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

날씨가 따뜻해지니 새벽에 자주 깬다. 그리고 잠을 다시 들기가 어렵다. 그래서 내친김에 Her를 다시 봤다.


영화 Her는 2013년 Spike Jonez의 네 번째 영화로 다음 해 오스카 4개 부분에 노미네이션 됐지만 각본상만 수상한,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명작이라고 생각한다.

(수상이 전부는 아니니까)


따뜻한 색감의 불투명 필터를 덧댄 것마냥 뿌연 영상 속 미래의 도시에서 사람이 사랑하고 헤어지고 누군가를 다시 만나고 상처받고 싸우며 화해하고 이해하며 위로하는, 일련의 사람의 감정은 꿈처럼 생겨나고 사라진다.


사랑의 형태나 사랑의 존재를 다룬다는 점에서 선배 격인 Her는 오스카 작품상 수상에는 실패하지만 5년 뒤, 또 다른 방식의 사랑의 형태를 다룬 Shape of water는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다. 내 수준에 영화 속 사랑받는 존재의 표현은 징그러웠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상징적인 수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사랑의 대상이 점차 확장되고 있음을 영화계가 받아들였다는 선언처럼 느껴졌다.


1982년 Blade runner에서 복제인간과 사랑에 빠진 인간을 주인공 삼았던 리들리 스콧은 이후 2017년 Blade runner 2049에서는 AI와 사랑에 빠진 복제인간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사랑의 주체와 객체는 점점 더 인간의 정의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 영화들은 사랑에 빠진, 일시적으로 미친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방법만 달랐지 전하고자 하는 바는 같음을 이야기한다. 사랑의 형태는 진화하며, 사랑에 빠진 모든 순간은 미쳐있기 마련이기에 뭐든지 할 수 있다. 그 미친 상태에서 우리는 어떤 선택도 할 수 있다. 사랑의 형태는 진화하지만, 감정의 본질은 반복된다


«I think anybody who falls in love is a freak. It’s a crazy thing to do. It‘s kind of like a form of socially acceptable insanity.»

사랑이라는 감정의 비이성과 광기, 그것은 우리 삶에 어떻게 뿌리내리는가.


* Her를 대변하는 한 장면을 꼽으라면 사진의 장면이다. 다가올 상실을 담은 설렘.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라라랜드 La La 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