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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은 무죄, 죄가 없다

배달 치킨을 살 안 찌고 건강하게 먹을 순 없을까?

by 누리

늦은 밤, 거실은 조용하고 방 안의 불빛만이 어스름하게 반짝인다. 하루 종일 고단하게 살아낸 몸은 침대에 반쯤 묻혀 있고, 손가락은 습관처럼 스마트폰 화면을 훑는다. 무언가 허전하고, 허기가 진다. 배는 부르지 않은데 속이 텅 빈 느낌. '이건 분명히 배가 고픈 게 아니라 마음이 허한 거야' 라고 애써 합리화하지만 어느새 배달 앱을 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교촌 허니콤보를 시킬까? 짭짤하고 달달한 꿀간장 양념에 바삭한 껍질, 거기에 시원한 펩시제로 라임 한 잔이면 딱일 것 같았다. 아니면, 깐부치킨의 바삭한 식스팩?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육즙이 미각을 자극한다. 이성은 참으라고 속삭이지만, 손가락은 이미 장바구니에 무언가를 담고 있다.


결국 정답은 지코바였다. 숯불향 가득한 매콤 달콤한 양념 치킨을 뜨끈한 햇반에 비벼 먹는 그 쾌감. 탄수화물과 단백질, 그리고 양념의 조화는 마치 잘 짜인 합주곡처럼 나의 야식을 위한 심포니가 된다. 테이블에 앉아 한 입 두 입 퍼먹다 보면, 눈은 반쯤 감기고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해진다. 치킨 앞에서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그냥 본능적인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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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평온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배가 부르기 시작하면서 죄책감이 고개를 든다. "시키지 말걸." "그냥 물 마시고 자면 됐는데." "이러니까 돼지가 되는 거지…" 스스로를 탓하며 남은 치킨 뼈를 치운다. 침대에 누워 후회를 되뇌다 잠든다. 기름진 입안에 치킨무를 욱여넣는 꿈을 꾸며.


그리고 며칠이 흐른다. 오늘은 치킨 안 먹고 참았다며 스스로를 칭찬하던 어느 밤, 다시 그 ‘허기’는 찾아온다. 지난번 그 후회를 떠올리며 애써 배달 앱을 외면하지만, 결국 또다시 나는 교촌과 깐부, 지코바 사이에서 방황한다. 후회와 쾌락은 교대로 찾아오는 손님처럼 내 밤을 들락거린다.


나는 알고 있다. 이게 단순한 야식이 아니라는 걸.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해 줄 무엇인가를 찾는 그 간절함. 허기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감정의 배고픔. 그래서 나는 또 치킨을 시킨다. 그리고 또 후회한다. 그래도 다음번에는 샐러드로 바꿔볼까 하는 마음도 든다. 물론, 그 생각은 치킨을 다 먹고 난 뒤에나 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이런 내 모습을 보며 문득 웃음이 나온다. 나는 여전히 같은 곳에서 맴돌고 있고, 치킨은 여전히 너무 맛있다. 그리고 이 쳇바퀴 같은 야식 루틴이, 이상하게도 내 일상에서 가장 인간적인 순간인지도 모르겠다. 휴, 치킨을 좀 더 건강하게 먹을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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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보다는 오리지널, 구이를 선택할 것

양념치킨이나 간장치킨은 설탕과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다. 반면, 프라이드치킨은 기름에 튀기긴 했지만 소스가 없어 상대적으로 덜 자극적이다. 더 나아가, 오븐구이나 숯불구이 치킨은 기름기가 빠져 열량도 낮고 단백질 함량도 높다. 사실 순살 숯불구이에 샐러드 조합은 건강식에 가깝다.


기름을 줄이려면 닭 껍질은 벗겨서 먹기

치킨의 칼로리는 대부분 껍질과 튀김옷에 있다. 껍질 한 조각은 최대 100kcal 이상을 더한다는 연구도 있다. 껍질을 벗기자. 이 정도만 해도 30~40% 칼로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채소나 통곡물을 곁들이자

치킨만 먹으면 탄수화물과 섬유소가 부족해 혈당이 빠르게 오르고 포만감은 금세 사라진다. 샐러드, 현미밥, 귀리죽, 나물 등을 곁들이면 혈당 조절은 물론, 포만감도 높일 수 있다.


나눠 먹자

치킨 한 마리는 몇 인분일까? 음? 1인 1 닭이 국룰 아닌가? 그래서 한 마리를 혼자 다 먹는 경우가 많다. 아니다. 전문가들은 치킨 한 마리는 2~3인분이라고 정의한다. 혼자 치킨 한 마리를 다 먹는 순간 권장 칼로리를 훌쩍 넘는다는 이야기다. 치킨을 먹을 때 개수를 정해놓고 먹는 습관을 들이자. 앉은 자리에서 박스를 열어 먹기보다는 조각 수를 나눠서 접시에 따로 덜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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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산음료 줄이기

콜라 한 캔(250ml)에 들어있는 당류는 약 27g, 밥 한 공기보다 높다. 치킨과 탄산음료 조합은 칼로리 폭탄이다. 당분 없는 탄산수나, 우롱차, 보리차 등으로 대체하자. 기름기를 잡는 데도 도움이 된다. 에디터는 레몬을 띄운 탄산수를 추천한다. 뒷맛이 깔끔하다.


야식보다는 저녁 식사로

어차피 치킨을 먹을 거라면 차라리 일찍 시켜서 먹자. 밤 10시 이후 섭취한 고지방 음식은 체지방으로 축적될 가능성이 높다. 같은 치킨이라도 저녁 6~7시에 먹으면 신체 활동량이 남아 있어 에너지로 더 잘 소모된다.


다음 날 채소와 수분 늘리기

치킨을 먹은 다음 날도 중요하다. 나트륨과 지방 섭취량이 높아져 몸이 붓거나 무겁기 때문. 이럴 땐 채소 위주로 식사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야식으로 치킨을 먹은 다음 날은 닭가슴살 같은 단백질 섭취도 하루 정도는 쉬어주자. 몸도 휴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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