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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커피가 날 마시고 있었다

익숙해서 몰랐던 씁쓸한 진실. 커피 향이 아닌 피로의 냄새가 난다.

by 누리

이제는 아침이 시작되기도 전에 손이 먼저 향한다. 출근길, 정신을 깨우기 위해 익숙한 카페에 들러 습관처럼 따뜻한 라테를 주문한다. 역시 커피는 라테지. 우유가 있어 왠지 속이 든든한 느낌. 쏟아질 것 같은 졸음을 깨우기 위해 한 모금, 두 모금, 목을 타고 흐르는 쓴맛이 나를 일으켜 세운다. 출근길의 피곤함도, 업무 시작 전의 나른함도, 그렇게 커피 한 잔에 묻어 흘러간다.


점심을 먹고 나면 다시 커피를 찾는다. 이제 몸에 배었다. 배가 부르면 졸음이 밀려오고, 졸음이 오면 또 커피가 필요하다. 동료들과의 대화 속에서도, 혼자만의 여유 속에서도, 어느새 손에는 커피가 들려 있다. 따뜻한 향이 코끝을 스치고, 부드러운 쓴맛이 입안에 퍼진다. 이렇게라도 해야 버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nick-hillier-m6cRdOBdWWo-unsplash.jpg Unsplash의 nick-hillier


오후의 업무가 길어지면 다시 한번 커피가 필요하다. 머리가 무거워질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커피를 찾는다. 카페인은 어느새 내 몸에 익숙해졌고, 더 이상 커피 없이 집중하기가 어렵다. 모니터를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손에 쥔 채 깊은 한숨을 내쉰다. 이게 과연 내게 필요한 휴식일까, 아니면 그저 커피에 길들여진 습관일까.

하루의 끝,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문득 깨닫는다. 내가 커피를 마시는 게 아니구나. 커피가 나를 마시고 있구나. 처음에는 입이 심심해서 마시거나, 잠시의 각성을 위해 의지했지만 이제는 없으면 견딜 수 없게 되어버렸다. 커피 없이는 피로가 더 크게 느껴지고, 집중력이 쉽게 흐트러진다.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찾은 커피가 오히려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정말 내가 필요해서 마시는 것일까, 아니면 피로를 잊기 위한 도피일까. 어느새 당연해져 버린 이 습관을 조금은 내려놓아야 하지 않을까. 과연 커피 없이도 온전한 하루를 보낼 수 있을까. 마음의 여유를 찾으려다 건강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 1인 연간 커피 소비량 405잔.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찾은 커피, 그 끝은 괜찮을까? 아래처럼 커피를 마시다가는 몸이 완전히 상할지도 모른다.


jayden-sim-pQmlo0juG50-unsplash.jpg Unsplash의 jayden-sim


오후 늦게 마시기

카페인은 피로물질을 차단하고 흥분과 각성 작용을 일으킨다. 오후 2시 이후에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이 수면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카페인 성분이 소변으로 배출되기까지는 8시간이 넘게 걸린다.


뜨거운 커피

카페에서 갓 나온 커피잔은 손으로 잡기 어려울 정도로 뜨겁다. 이때 온도가 약 70도 정도. 2016년 세계보건기구는 뜨거운 음료가 식도암의 위험성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특히 60도 이상 뜨거운 커피를 매일 마시면 암 발병 위험이 90%나 올라간다고. 뜨거운 커피를 건강하게 마시려면 뚜껑을 열어서 김을 식힌 뒤 입술에 댔을 때 따뜻한 느낌이 들 때 마시면 된다.


식후에 믹스커피

아쉽다. 이 맛있는 걸 참아야 한다니. 식후 높아진 혈당수치에 믹스커피가 더해지면 더 요동칠 수밖에 없다. 특히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는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위험하다. 달달한 라테종류와 믹스커피는 식후 3시간 이후 먹는 게 좋다.


담배 피우고 커피 마시기

담배의 니코틴은 도파민을 자극한다. 단 커피 역시 도파민을 분비해서 흥분된 신경을 더욱 흥분하게 만든다. 카페인도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키는 요소 중 하나.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두통, 어지러움을 유발할 수 있고 습관이 되면 당류를 과잉 섭취하는 버릇이 된다. 또 담배를 피우면서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이 니코틴과 체내에 머무는 시간도 길어진다.


물 대신 커피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이뇨 작용을 해 몸속의 수분을 빼앗아 간다. 실제로 물대신 커피를 마실 경우 마신 양의 2배가 넘는 수분이 배출된다고. 이런 상태로 계속 커피를 마신다면 탈수로 인해 불안, 수면장애, 두통이 발생할 수 있다.


얼음 씹어먹기

국제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치아의 표면을 덮고 있는 범랑질은 생각보다 내구성이 약하다. 얼음을 깨물다가 균열이 생기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균열이 심해지면 치아가 부러질 수 있고 충치 발생 위험을 높인다.


공복에 커피

공복에 커피가 좋지 않다는 건 우리 할머니도 안다. 커피에 함유된 산성 물질로 인해 위장 내벽을 자극하여 속 쓰림, 위염 등을 유발한다. 커피를 마시면 에너지 조절을 도와주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한다. 이에 따라 혈당이 증가하고 인슐린 분비 증가, 체중 증가 등의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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