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며 살 빼는 사람의 하루 기록.
출근길, 지하철 창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생각한다.
‘살이 조금 빠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무심코 배에 힘을 줘본다.
마시멜로우처럼 말랑한 살이 잡힌다.
주말 아침마다 동네를 뛰었던 러닝이,
저녁마다 헬스장에서 땀으로 씻어낸 내 하루가, 몸 어디쯤엔가는 남아 있겠지.
회사에 다니면서 다이어트를 한다는 건 사실 무모한 도전에 가깝다.
의지가 꺾일 유혹이 다분해서다.
일단 회식이라는 적수가 있다.
“오늘은 소맥 대신 제로콜라를 마시겠습니다!”를 외치지만,
삼겹살 한 점에 미나리, 구운 마늘, 쌈장 한 입에 된장술밥, 냉면까지.
의지가 흐려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적은 간식이다.
오전엔 눈을 뜨기 위해, 오후엔 정신을 붙잡기 위해 마시는 달달한 라테 한 잔.
그 사이사이엔 ‘당이 부족해’라며 꺼내는 초콜릿과 과자들이 있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는 몸은 점점 굳는다.
배에 튜브가 생기며 마음은 스트레스로 무거워진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매운 게 당겼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란 생각이 들기도 전에
이미 손가락은 아귀찜과 곱창, 교촌 치킨을 주문하고 있었다.
이렇게 살다가는 뱃살 두둑한 40대 아저씨가 될 것 같았다.
여기서 머리까지 벗어지면 정말 큰일이었다.
달리기로 했다.
헬스장도 등록했다.
체중계의 숫자가 내 자존감을 눌러버리기 전에, 뭔가 해보자는 심정이었다.
체중감량에 좋다는 천국의 계단을 매일 20분씩 탔다.
러닝머신 위를 터벅터벅 걷던 내가, 점점 뛸 수 있게 되었다.
숨이 턱에 차오르지만, 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릴 때, 머릿속 스트레스도 같이 씻겨 내려갔다.
뛰고 싶어졌다.
주말엔 근처 공원을 돌고, 새벽엔 조용한 길 위를 달렸다.
하루 종일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고, 업무에 치였지만
뛰는 순간만큼은 뭔가 해방되는 느낌이 들었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갔다.
비 오는 밤에도 운동화를 꿰어 신었다.
물론 아직 완벽하진 않다.
여전히 야식을 먹고, 바쁜 업무에 운동을 거르기도 한다.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회사 다니면서 다이어트가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웃으며 대답하려고.
몇 가지 생활 습관만 바꿔도 살이 빠진다.
일반식 먹고 회식하면서도 살을 뺄 수 있다고.
출근길 빨리 걷기,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
하루 10분만 빨리 걸어도 약 50~60kcal를 소모할 수 있다. 이걸 아침에 출근할 때 활용해 보자. 자연스레 살이 빠진다. 내내 책상에 앉아 업무를 한다면 시간이 있을 때 최대한 움직이는 게 좋다. 엘리베이터 말고 계단을 이용하고 여유가 된다면 출근할 때도 한두 정거장 전에 내려서 걷자.
점심, 순서만 바꾸자!
다이어트한다고 매일 닭가슴살 도시락을 싸서 다닐 순 없는 법. 일반식을 먹더라도 음식 섭취 순서를 바꾸면 혈당 상승을 천천히 하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샐러드나 채소 반찬 먼저, 그리고 단백질(고기, 두부, 계란), 이후에 밥을 먹자. 국물은 마지막에, 가능하면 적게 먹는 걸 추천한다.
졸릴 땐 커피 대신 스트레칭
오후에는 식곤증과 졸음이 몰려온다. 커피로 잠을 쫓기보다는 스트레칭을 하자. 혈액순환이 활발해지고 뇌에 산소 공급이 늘어나 집중력까지 향상된다. 먼저 손목을 돌리고, 목 돌리고, 어깨 펴주고, 기지개를 쭈욱!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기를 살짝 숨찰 정도로 10회 해주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수분 채우기
수분이 부족하면 이를 공복감으로 착각해서 배가 고프다. 물을 충분히 마시면 군것질 욕구가 줄어든다. 오전 9시, 11시 / 오후 2시, 4시엔 무조건 물 한 컵을 마시자.
회의 중에 복부 운동하기
회의할 때도 복부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라는 건 아니고. 복부 힘만 줘도 코어 운동이 된다. 등을 등받이에 붙이고 복부에 힘을 주고 10초 유지. 다리를 바닥에 붙인 채 무릎 살짝 들고 5초 유지. 다리 꼬지 말고 골반 정렬도 신경 쓰자.
간식은 단백질 간식으로
단백질은 포만감도 오래가고, 근육 유지에도 필수다. 그래서 어떤 간식이 좋냐고? 삶은 계란, 오이나 당근, 닭가슴살 스낵, 당분이 적은 프로틴바, 두유를 추천한다. 편의점에서도 쉽게 살 수 있다.
회식에서도 살아남기
회식도 전략이 필요하다. 술은 한두 잔, 천천히. 소주는 얼음 물컵에 희석해서 마시자. 메뉴가 고기라면 고기만 굽지 말고 버섯, 마늘 같은 채소도 굽자. 밥이나 냉면 대신 쌈을 많이 먹어서 배를 채우고 튀김이나 전은 최대한 자제해서 맛만 보는 걸로.
퇴근 후 걸어가기
퇴근 후 20~30분 걷기만 해도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칼로리 소모도 크다. 저녁 먹고 바로 눕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일부러 멀리 돌아가도 좋고, 도착하기 세 정거장 전에 미리 내려서 걷는 것도 좋다. 삶이 아무리 팍팍해도 20분 정도 팟캐스트나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산책하는 여유는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