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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Aug 12. 2018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아이

아이들의 감각을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은 그 시간 동안 뭘 하는 걸까. 물어보면 대답은 다양하다. SNS, 음악, 게임, 유튜브, 웹툰. 그렇다면 우리는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보고 듣고 경험하는 세계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확실한 것은 많은 어른들이 아이들의 스마트폰 세계를 '중독'이란 일관된 프레임으로 읽는다는 점이다.



"넌 어떻게 된 애가 하루 종일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니? 시간이 아깝지도 않아? 그걸로 뭘 하는데? 게임? 유튜브? 매일 그런 것만 보고 있으니 발전이 없지. 그렇게 자제력이 없어서 어쩔래? 웬만하면 잔소리 안 하려고 했는데 해도해도 너무 하잖아."


나는 요즘 아이들을 스마트세대라 부른다. 아이들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어른들 눈에 전부 고만고만해 보이는 기기들의 디테일을 캐치하여 구별하는 능력도 탁월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겁이 없어서, 어른들이 설명서를 보고도 쉬 익히지 못할 새로운 스마트 기기 사용법을 과감한 탐색으로 혼자 알아낸다. 스마트 기기에 한해서라면, 부모에게 사용법을 물어보는 아이들은 별로 없다. 물어보기 전에 먼저 빠져든다.


'어른들은 내가 게임, SNS, 유튜브를 좋아하는 걸 한심하게만 생각한다. 여기에 내 꿈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 걸까. 좋아하고 잘하는 일에 집중하라고 하면서, 내가 이렇게나 좋아하는 스마트폰은 왜 한심하게만 바라보는 걸까.'


내가 아이들을 스마트세대라 부르는 건, 지금 아이들이 겪는 세상과 내가 어릴 적 겪은 세상의 핵심적 차이가 '스마트'란 용어에 다 녹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단순히 스마트 기기의 보급과 원활한 사용 환경의 구축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세계의 공간 활용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본질에 가깝다. 물리적 공간의 중요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고, 데이터를 축적하고 인출하는 저장 공간의 효율성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조금 더 있으면 사람들의 공간 개념 자체가 획기적으로 전복될 것이다. 시간도 마찬가지. 과거의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이루었던 과업은 하나둘 사라지고, 남은 시간은 더 잘게 쪼개져 더 효율적으로 사용될 것이다. 개인 데이터를 저장하고 관리하는 시스템이 생활공간으로서 거주지 개념을 대체할 것이고,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던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상당량이 알고리즘으로 이전될 것이다.


결국 지금의 아이들(그리고 미래의 아이들)이 지각하고 경험해나갈 세계는 더 이상 우리가 어릴 적 겪었던 그 세계가 아니다. 세계는 명백히, 극적으로 확장되었다. 그걸 의식적 노력으로 겨우 자각할 수 있는 어른과 무의식적 탐색으로 내면화하는 아이의 간극은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어른들은 아이들의 감각을 결코 따라잡지 못하게 될 것이다.


허구한 날 게임이나 하는 아이들을 합리화하기 위한 궤변에 불과하다고?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자신의 좁은 세계관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생각해보라. 게임을 하거나 음식을 배 터지게 먹는 1인 방송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고 그로 인한 광고 수익이 달에 몇 천, 몇 억이 되는 현실을 우리는 상상이나 할 수 있었나. 과거에 상상하는 건 무리였다 치고, 그럼 지금은 이해할 수 있는가. 대중이 열광하는 포인트와 어마어마한 수익구조가 갖는 연결 고리, 그리고 미래의 대중을 사로잡을만한 콘텐츠와 트렌드를 말이다. 아마 아직까지도 혼란스러운 사람이 많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 목록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직업으로 BJ와 유튜버가 있다. 통칭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1인 창작자)에 속하는 직군이다. 유명한 크리에이터는 어린이, 청소년부터 2-30대에 이르기까지 넓은 팬층을 거느리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최근 어린이, 청소년으로부터 우상화되는 인물들을 찾아보면 아이돌이나 스포츠 스타에 비해 유튜버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많은 어른들이 1인 창작자라는 직업군에 대해 전혀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건 정말 큰일인데, 심지어 유튜브 채널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무조건 아이들에게 유해한 것으로 오해하고 금지하는 어른들도 많다. 세대 격차를 넘어 일종의 지체 현상이다. 본인이 이해할 수 없는 문화를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것이다.


"큰일이야. 애들 하루 종일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보는 것 좀 어떻게 제재를 해야 하는데. 하루 종일 그것만 보고 있으니 이제는 아주 중독이 됐나 봐. 그런 방송 만드는 사람들, 법적 기준을 더 강하게 적용해야 하는 거 아냐? 일차원적인 재미만 추구하니까 요즘 애들이 생각이란 걸 깊게 못하잖아. 애들 다 망가지는데 돈만 잘 벌면 마냥 떠받드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야."


스마트 세대가 향유하는 문화는 더 이상 기성세대의 하위문화나 반문화로 기능하지 않는다. 지금까지는 청소년기의 문화가 기성세대의 문화를 모방하거나 그에 종속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플랫폼이 분리된다는 뜻이다. 당연하다. 이렇게 다채롭고 빠르게 변하는 사회에서 아이들의 문화가 굳이 어른들의 문화를 모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세대 간 이해의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예컨대 게임과 유튜브는 그저 또래와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플랫폼일 뿐 그 자체로 해악을 미친다고 규정할 근거는 전혀 없다. 그걸 그렇게 규정하는 것은 스마트세대의 감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의 일방적 오해일 뿐이다.


'어른들은 내가 즐기는 문화 콘텐츠를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나쁘다고만 한다. 판단을 하려면 그 대상에 대해 먼저 알아야 하는 게 기본인데, 어른들은 그런 기본적 예의도 지키지 않는다. 내가 경험하는 세계 안에서 충분히 실현 가능한 아이디어도 그들의 경직된 틀 안에서는 곧잘 가치 없는 것으로 간주된다. 나만의 생각은 지워지고, 나는 다시 남들처럼 공부나 열심히 해야 하는 학생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이 즐기는 문화는 어차피 이해 범위 밖에 있으니 방치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중독의 위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위험을 과장해서는 된다. 아이들의 문화를 맹목적으로 배척해서도 된다. 방치하지 말고 존중해야 한다. 그들의 문화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수용할 알아야 한다. 모르면 배울 줄도 알아야 한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들의 문화를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세대 격차가 얼마나 벌어져있는지만 어렴풋이 이해해도 커다란 수확이다.



모두 알다시피 스마트폰은 단순한 게임기나 전화기가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세상에 아이폰을 처음 내어 놓은 얼마 뒤에, 그것은 기술 혁명의 상징이 되어 전 세계를 장악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으리라 미리 짐작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앞으로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미래는 점점 더 철저히 미지의 영역으로 변해갈 것이다. 그리고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는 일은 어른보다 아이가 잘한다. 새로운 대상대한 반감이나 편견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아이들의 생각과 선택을 판단하기에 앞서 대화로 소통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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