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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Aug 12. 2018

결혼, 몰라서 쓰는 이야기

어느 부부가 조금씩 행복해지는 과정에 대한 기록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세 달을 함께 살았다. 그렇다. 나는 결혼한 지 겨우 석 된 새신랑이다. 결혼에 대해 뭘 안다고 말하기엔 민망한 시간이다. 나는 뭘 알아서가 아니라, 아무것도 몰라서 이 글을 쓴다.


나는 사생활에 관해서는 말하기나 글쓰기를 꺼리는 편이다. 이유는 내 사생활이란 것이 워낙 심심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굳이 사람들 앞에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심심한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 별것 아닌 일상들이 내게는 큰 의미를 갖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내 사생활을 털어놓는다면 그건 상대가 나와 매우 가까운 사람이거나, 그 이야기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내가 결혼생활에 대한 글을 쓰기로 결심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내가 결혼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다. 이건 나의 글쓰기 습관에 비추어 조금 독특한 케이스인데, 나는 그동안 내가 조사한 내용이나 직업적 경험, 뚜렷한 주장을 담은 글을 주로 써왔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모른다는 바로 그 이유로 글을 쓰는 건 처음이다. 그만큼 내겐 신선한 시도이기도 하다.


두 번째 이유는 내가 나에 대해 솔직한 글을 써보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글이란 게 결국 남에게 보이기 위해 쓰는 건데, 사람들은 솔직하고 진솔한 글을 읽고 싶어한다. 나도 그렇다. 진정성 없는 글은 쉽게 와닿지 않는다. 글의 진정성은 사람들 앞에서 쉽게 말할 수 없는 내밀한 경험들의 기록에서 오히려 잘 드러나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진솔한 글을 쓰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세 번째 이유는 내겐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여기에 쓰는 글들을 통해 아내를 더 잘 이해하고 싶다. 결혼을 낭만적으로 표현하는 멋진 말들이 많은데, 그런 멋지고 낭만적인 결혼생활은 거저 주어지지 않는다. 적어도 내가 겪은 바로는 그렇다. 그래서 나는 내 결혼생활을 글로 옮기면서, 스스로 돌아보고 아내를 이해하며 둘을 위해 더 나은 방식들을 찾아가고 싶다.


진솔한 글을 쓰다 보면 이따금 진지한 생각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글은 되도록 가볍고 경쾌한 리듬으로 쓸 생각이다. 아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마음에 쓰는 글이지만, 행복에 겨운 신혼생활을 쓰면서 필요 이상으로 무거워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진심을 담아 글을 쓸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더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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