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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Apr 16. 2019

기억 열하나. 누명

돈에 얽힌 짤막한 사연

 5 . 어느 날  3만 원이란  .     내야 하는  .  내 맘대로    ,  몇 날 며칠        .


          .     3만 원이었, 3        큰돈이었다.             .                 .


 그다음부터였다.             .       ,       .  .    확히  (무려 3만 원)    ?      .


  ,    , 정 의심스러우면    말하면 문제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조마조마한 상황 속에 갇힌 초등학생에게 이성적으로 판단할 여유 따윈 없었다. 걸리면 끝이란 생각뿐이었다. 돈은 돈대로 뺏기고, 손버릇 나쁜 거짓말쟁이로 소문날 거란 위기감이 나를 사로잡았다. 골이 서늘하도록 식은땀이 났다. 누가 봤다면 영락없이 범인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 안에 담긴 지폐 몇 장을 있는 힘껏 구겨 쥐었다. 이어서 약간의 텀을 두고 돈을 꺼내 청소도구함 뒤쪽 빈 공간에 슬쩍 흘렸다. 다행히 아무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나를 제외한 모든 친구들이 초집중모드로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방과 책상을 모두 확인한 선생님은 우리 호주머니를 모두 뒤집어 밖으로 꺼내 보이라고 하셨다. 끝끝내 돈은 나오지 않았다. 두려운 시간이 지나간 뒤 나는 떨리는 팔다리를 가까스로 추스르며 생각했다. 정말 죽을 뻔했구나. 아니, 근데 처음부터 내 돈이었는데 도대체 왜? 나는 왜 위험을 무릅쓰고 그 돈을 청소함 뒤에 숨겼을까.


그날 이후로 한동안 나는 학교에 돈을 갖고 다니지 않았다. 아무 죄가 없어도 정황상 유력한 범인으로 몰려 변명 한 마디 못하고 죄를 뒤집어쓰게 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실제로 죄를 짓고 벌을 받는 것보다 몇 배는 더 끔찍한 일이라는 것을 나는 꽤나 어린 나이에 경험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하나 더, 누군가를 함부로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그건 분명 돈 주고도 얻을 수 없는 값비싼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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