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SF 단편을 소개하겠습니다. 웹진 거울의 필진이기도 한 노말시티 남세오 작가의 「마야」입니다.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분량은 142매로 모바일로 읽기엔 좀 버겁게 느껴질 수 있으니 태블릿이나 노트북으로 읽는 걸 추천드립니다.
문장과 서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섬세하고, 중간중간 뭉클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개발팀 직원 ‘주미’와 인공지능 ‘케이트’의 소통이 서사의 큰 줄기고요. 이야기는 아마도 존재를 이루는 본질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가벼운 주제가 아님에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는데, 그건 작품 속 세계관이 다분히 서정적인 데다가 화자의 스토리텔링과 인물 간 대화가 친절하고 다정하기 때문일 겁니다.
인공지능 케이트는 자기 존재의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합니다. 인간이 자기 존재의 기원을 고민하고 과학적으로 탐구하면서 성장해 가듯이요. 어쩔 수 없이 한편으론 오싹해집니다. 인공지능이 완전한 자율권을 획득했을 때 파국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우리는 그동안 많이 봐왔으니까요. 이 작품의 결말은 어느 쪽일까 하는 불안한 이분법에 사로잡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하지만 이 이야기의 중심은 전혀 다른 방향을 향해 갑니다. 제가 느낀 대로 표현하자면 중반 이후 이야기의 중심은 ‘인공지능으로부터의 역산’에 있어요. ‘인간이 뭔지도 모르면서 인간을 닮은 인공 지능을 만들려고 했다’는 주인공의 자조는, 불완전한 인공지능에 의해 역으로 인간 존재성에 대한 탐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