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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Oct 18. 2021

일상에 내재하는 공포, 매혹적인 이야기

35. 엄성용 -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25매)

야심한 새벽, 어느 아파트 단지 내 산책로에서 벌어지는 짧고 강렬한 추격전입니다. 저는 이야기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김이환의 단편 「바나나 껍질」이 떠올랐어요. 「바나나 껍질」에서 주인공 민서가 어두운 귀갓길에 정체불명의 남성으로부터 쫓기는 장면은 두 번 읽고 싶지 않을 정도로 공포스러운데,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에서도 부분적으로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대 시민의 가장 큰 두려움은 평범한 일상 속에 잠재합니다. 우리가 겹겹의 안전장치를 달고 살면서도 끝내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한 뼘 짜리 보금자리에서 벗어난 순간 바로 옆의 어둠 속에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끔찍한 비극은 대부분 평범한 인간의 예측 범위 너머에 있습니다. 결국 이런 이야기가 사람들의 공포심을 자극하는 포인트는, 나의 일상도 비극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어떤 확신에 찬 위기의식에서 기인하는 듯합니다. 작가는 「고속버스」에서 비슷한 주제를 다음과 같은 문장을 통해 인상적으로 표현해낸 바 있죠.


기억하셔야 합니다.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곳도 충분히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을.


이 말의 위력은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에서도 여전히 건재합니다. 이야기의 앞부분에서 서술자가 새벽에 혼자 아파트 단지를 산책하다 재수 없게 맞닥뜨리는 일은 현실의 어느 아파트 단지에서 똑같이 일어나도 다 말이 되거든요. 가장 일상적이고 사소하게 여겨왔던 공간이 비극의 무대로 재구성되는 순간, 독자는 무의식적으로 이것이 나의 일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지 가늠해보게 됩니다. 더군다나 주인공은 지금 20대 여성이니까요. 무섭지 않다면 그게 더 이상한 거죠. 그런데 이 이야기는 거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 소설과 리뷰 전문은 아래 링크를 이용해주세요.



소설 -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냐면」

리뷰 - 「일상에 내재하는 공포, 매혹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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