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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 Oct 25. 2021

기본에 충실한 좀비물

36. 양예지 - 「어느 날 갑자기」(603매, 연재중)

제목 그대로 기본에 충실한 좀비물입니다. 리뷰를 쓰는 시점에 전 23회까지 읽었는데, 독자적인 장치나 설정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충분히 몰입감 있는 스토리라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장르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작품의 기반을 단단하게 지탱하고 있는 것 같죠. 그만큼 전개가 안정적이고, 버릴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분명 기존 좀비물에서 많이 보아온 것들임에도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좀비는 그렇게까지 무지막지한 괴물은 아닙니다. 특히 시간이 지나 사체가 부패한 좀비는 적당한 무기와 요령이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게 처치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좀비들이 만만한 상대가 되는 건 아니죠. 상황은 이미 절망적이고, 그 안에서 생존자들이 갖는 선택지의 폭이 아주 조금 늘어났을 뿐입니다. 이 차이는 꽤 중요합니다. 인물들이 희망을 갖고 힘을 합쳐서 무언가를 능동적으로 해나갈 수 있게 만들어 주니까요. 


이야기는 계곡에서 발견된 붉은색 이끼와 한 남성의 시신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좀비 바이러스의 발생 원인에 맞추어졌던 초점은 점차 주인공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로 옮겨갑니다. 이들은 재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양식을 구하기 위해 팀을 꾸려 좀비들의 세계로 발을 내딛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름을 가진 인물이 아주 많이 등장하는데, 비중 있는 몇몇을 제외하면 그리 오래 머물지는 않습니다. 많은 인물들이 나타났다가 금세 사라지고, 그 빈자리를 또 다른 인물이 채워주죠. 이야기 속에서 생존자들의 모임은 늘 일정한 규모와 형태를 유지합니다. 주요 인물 간 관계도 어렵지 않게 파악되고요. 이렇게 인물들을 균형감 있게 배치하면서 서사를 전개해 나가는 것은 이 이야기가 좀비물로서 갖는 뚜렷한 장점 중 하나입니다. 비중이 크지 않은 인물의 죽음도 결코 사소하지 않게 묘사함으로써 디스토피아적인 뉘앙스를 성공적으로 연출해내죠.


* 소설과 리뷰 전문은 아래 링크를 이용해주세요.



소설 - 「어느 날 갑자기」

리뷰 - 「기본에 충실한 좀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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