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가 우주를 구하리

하신하, 『별별수사대』, 문학동네, 2025

by 달리

* 쪽수: 1권 140쪽, 2권 136쪽



지난주에 이어 <사사주아 78회 - 별별수사대 1, 2> 편에도 객원 패널로 출연했어요. (다음 주에 한 번 더 나옵니다.) 이번 작품은 제가 골랐어요. 꽤 강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오늘 소개할 작품은 올여름에 나온 하신하의 『별별수사대』입니다.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동시 출간되었고, 각 권의 부제는 '수상한 쌍둥이가 나타났다'와 '귀신수사대의 등장'입니다.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코지 미스터리라고 하는 장르의 틀을 따라 전개되는데, 이때 탐정에 해당하는 역할을 맡는 박준하와 이호이가 주인공이 됩니다. 재미있는 건 이 두 주인공이 각 권의 1인칭 서술자를 번갈아 맡고 있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1권의 이야기는 박준하의 시점에서, 2권의 이야기는 이호이의 시점에서 각각 펼쳐지는 것이죠. 사실 연작이나 시리즈에서 시점을 변경하는 것 자체는 그렇게까지 드문 일은 아닌데, 그런 평범한 특징이 이 작품에서 새삼 눈에 띄는 것은 그만큼 캐릭터 디자인이 잘 되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이 작품에서 준하와 호이는 정말로 사랑스러운 어린이들입니다. 어째서 그런지 차차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준하와 호이가 수사대까지 꾸려가면서 추적하고자 하는 존재는 다름 아닌 외계인입니다. 일단 외계인을 추적하기 위해 두 친구가 모여 수사대를 꾸렸다는 것부터 굉장히 사랑스럽죠. 처음에 이 외계인 수사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평범한 호기심 수준에서 이루어지다가, 설마설마했던 외계인의 실체를 점차 구체적으로 마주하게 되면서 보다 흥미진진하게 흘러가지요. 이런 대강의 얼개를 고려하고 보면 '별별수사대'라는 제목이 좀 더 절묘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서 '별별'은 머나먼 외계, 또는 SF적 상상이 뻗어나갈 수 있는 어떤 미지의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하고, '수사대'는 이 이야기가 미스터리 장르의 자장 안에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 같죠. 결국 이 작품의 장르적 정체성이 미스터리와 SF의 결합에 있다는 점을 제목에서부터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고, 이는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서 보다 뚜렷해집니다.


그런데 사실 전 앞부분을 읽을 때만 해도 여기에 진짜 외계인이 나올 줄 몰랐어요. 외계인이 나올 것처럼 분위기만 몰아가다가 적당한 지점에서 돌아 나와 마무리는 두 천방지축 아이들의 좌충우돌 무용담 정도로 매듭짓게 될 거라고 예상했죠. 그렇게 예상하다가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제 상상력의 스케일이 좀 작은 것 같아서 반성을 했어요. 제가 예상한 것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어쨌거나 미스터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범인을 잡는 일이고, 이 작품에서도 그건 예외가 아닙니다. 다만 그 범인이, 그러니까 수사의 타깃이 되는 존재가 외계인이라는 전제 하에 수사를 전개해 나간다는 데에서 이 이야기의 독창적인 매력을 찾아볼 수 있을 텐데요. 여기에서 준하와 호이가 갖고 있는 외계인에 대한 기대치가 서로 다른 것도 재미있습니다. 두 아이는 모두 외계인의 존재를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품고 있는 이미지는 정반대거든요. 준하는 외계인이 우주 평화를 위해 지구에 방문할 거라고 생각하고, 호이는 외계인이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지구를 침략할 거라고 생각하죠. 이 두 견해는 각각 평범한 지구인이 외계인에 대해 품고 있는 막연한 스테레오타입을 대변하면서, 동시에 두 아이디어 중 어느 것이 더 타당한지 서사적으로 겨뤄보게 하는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구석이 있습니다. 준하와 호이가 외계인에 대해 품고 있는 서로 다른 견해를 드러낼 때 독자는 자연스럽게 둘 중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 저울질을 해보게 되거든요. 그러면서 이 이야기에 나오는 외계인은 또 어떨지 궁금증을 갖게 되고요. 그런 점에서 전 이게 아주 간단하면서 영리한 설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미스터리 장르에서 수사가 시작되려면 용의자가 필요한데, 사실 1권에 용의자가 많이 등장하지는 않아요. 준하와 호이를 제외하면 용의자라고 할 만한 인물은 제목에도 등장하는 수상한 쌍둥이와 안전지킴이, 그리고 담임선생님 정도가 다거든요. 그러다가 2권에선 용의자가 좀 더 많아집니다. 은하수라는 이름의 독특한 전학생, 과거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 같은 분위기의 댕기동자 방비룡, 학교 앞 새로 생긴 편의점 주인아저씨,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교장선생님까지 저마다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서 상황을 알쏭달쏭하게 몰아갑니다. 미스터리의 장르적 관점에서 본다면 1권보다는 2권이 일단은 더 재미있는 판을 깔아놨다고 볼 수 있겠죠.


더 재미있는 건 이 좁은 용의자 풀에서 범인이 하나가 아니라는 거예요. 두 권 모두 후반부에 이르면 착한 외계인도 나오고, 나쁜 외계인도 나오거든요. 결국 준하와 호이가 갖고 있던 상반된 믿음이 모두 참으로 밝혀지게 되는 거죠. 어쨌거나 이 좁은 용의자 풀에서 범인에 해당하는 외계인이 둘씩이나 나온다는 건 저로선 굉장히 참신한 경험이었어요. 특히 1권은 미스터리의 도식으로만 본다면 사실상 용의자 전원이 범인인 거나 다름없거든요.


그리고 이렇게 복수의 외계인이 등장하면서 별별수사대의 임무도 처음과는 상당히 다른 성격을 띠게 됩니다. 처음에 동네를 돌아다니며 외계인과 UFO에 관한 시시콜콜한 증거를 탐색하던 두 평범한 초등학생은 어느덧 우주 악당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사도가 되어 있지요. 싸움 끝에 승리하고 난 뒤에는 그토록 원하던 외계인과의 근접조우를 하게 되고요. 이야기에도 짧게 언급되는 분류 방식에 따르면, 준하와 호이는 1권의 결말에서 제4종 근접조우(외계인의 우주선에 탑승해서 내부를 구경하고 외계인과 접촉하는 것)를 하게 됩니다. 준하와 호이에게 최고의 보상이라고 생각했어요.


미스터리에서 탐정이 범인을 찾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범인의 사연입니다. 여기까지 해야 이야기가 비로소 끝이 나죠. 이 작품은 범인의 사연을 풀어나갈 때 특별한 오브젝트를 이용하는데, 전 이것도 영리하게 느껴졌어요. 1권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오브젝트는 구슬입니다. 외계인들이 지구에 온 이유가 바로 이 구슬 때문이죠. 구슬의 정체는 착한 외계인이 타고 온 우주선의 축소판인데, 그걸 잃어버리는 바람에 착한 외계인은 우주 미아 신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쁜 외계인은 그 우주선을 훔쳐 비싼 값에 팔려다 별별수사대에게 덜미를 잡히게 되죠. 2권에서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오브젝트가 등장합니다. 이번에 지구에 온 외계인들이 찾는 물체는 정체불명의 날아다니는 빛이고, 이 빛의 정체는 외계 행성의 생명 에너지입니다. 나쁜 외계인은 그 에너지를 빼앗아 그 행성을 지배하려 하고요. 준하와 호이는 호전적인 외계 악당에 맞서 생명의 빛을 지켜내고, 결과적으로 우주 평화에도 기여하게 되지요.


곰곰 생각해 보면 작중 일어나는 사건들의 규모와 임팩트가 어마어마하죠. UFO 덕후들의 동아리 활동이 어이없게도 우주 평화 수호와 정의 구현으로 귀결되는 거란 말이에요. 심지어 그 모든 어마어마하고 위대한 일들이 시종 경쾌하고 발랄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데, 이건 두 주인공이 가진 끝없이 사랑스러운 에너지를 빼놓고는 설명되지 않죠. 저로서는 읽는 내내 뭔가 즐거운 감탄을 계속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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