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병원에서 배우다

병원에서 마케팅 생각

by shadow

어깨, 허리, 목 등 몸이 골골한데 마땅히 찾을 병원이 없다.

하여 한의원에 자주 침을 맞으러 간다.




침대에 누우려고 신발을 벗고 있는데 벽에 붙은 광고들이 눈에 보인다.

아니 이곳은!

마케팅의 온상이로군!


"어버이날 기념 할인! 공진단!"

"우리 아이 건강도 챙기고 머리도 맑게 하는 한약"

"멀리 가지 마세요~ 도수치료도 시작했습니다."


침을 놓으면서 의사는 말한다.

"아이고, 아프실 텐데 평소에 어떻게 참으셨어요? 더 자주 오셔야겠어요."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오셔야 할 것 같은데?"

"내일 오실 수 있으세요?"


간호사는 쑥뜸을 올려놓으며 손에 알람 버튼을 쥐어준다.

"혹시 뜨거우면 버튼을 눌러주세요~"

계속 나의 안전 상태를 확인한다.

"온도 괜찮으세요?"

"다른데 침 맞으신 곳 없으시죠?"

치료를 받고 나오는 길에도 상냥하게 인사해 준다.


이 병원을 자주 오지는 않지만 꽤 오래 다녔다.

집 앞에 있고, 바가지를 씌운다는 느낌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광고는 많지만 한 번도 무언가를 권한 적은 없다. 병원을 자주 오라는 선생님의 의견만 있었다.

여자 선생님이 있어서, 같은 여자로서 침을 맞기에 편한 점도 있었다.

빠르지는 않지만 느릿느릿, 개선의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병원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이 병원에서는 엑스레이를 찍을 수 없어 다른 큰 한의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도수치료와 중장기 치료 프로그램 패키지 등을 만들어놓고 할인을 빙자하여 비싸고 쓸데없는 것을 많이 권했다.

교통사고로 입원한 환자들의 보험으로 돈을 벌어먹는, 환자를 호구로 보는 병원 같았다.

엑스레이로 이상 없음만 확인하고 다시는 그 병원을 찾지 않았다.


계산을 하러 나왔다.

"언제로 예약해 드릴까요?"

새로운 마케팅 문구들이 보인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쉬지 않고 근무합니다."

"네이버 영수증 리뷰하면 선물드려요!"

"카카오 친구 추가하고 예약하면 선물드려요!"

테이블 위에는 네이버 영수증 리뷰하면 준다는 경옥고가 투명 비닐에 곱게 포장되어 있다.




이 병원을 이용하면서도 아쉬운 경험 세 가지를 했다.


하나는, 고객의 시간을 소중히 하지 않은 경험이다.

12시에 예약을 해서 갔으면 12시에 입실을 시켜야 할 텐데, 12시 10분, 심지어는 12시 20분까지 기다려야 한 적이 있었다.

또 한참을 침대에서 누워있었던 적이 있다.

침대의 회전율을 고려하지 않고 손님을 받아서 그런 것 같다.


둘째는, 집에 와서 보니 얼굴에 침이 박혀 있었던 경험이다.

간호사들이 침을 빼면서 내 얼굴에 박혀 있는 침을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나도 몰랐고 간호사도 몰랐다.

의사와 간호사의 커뮤니케이션이 있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마지막으로는, 앞으로 있을 일이다. 곧 확장 이전을 한다.

토요일도, 일요일도 진료를 해서 돈을 많이 벌었는지

아니면 더 큰 동네에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인지

더 큰 동네로 이사를 간다.

멀리 위치하게 될 한의원에서 받는 서비스의 크기가 나의 심리적 보상과 위안을 채우지는 못하는 것 같다. 나는 이 병원에서 침을 맞기 위해 조금 더 멀리까지 갈 마음이 없다.

그리하여 이 병원은 돈은 크게 쓰지는 않아도 충성도가 높은 고객 한 명을 잃었다.




피부과, 성형외과, 한의원, 치과 등 크게 아프지 않아도 방문할 수 있는 병원은 방문자를 환자가 아닌 고객으로 보는 것 같다.

환자가 아닌 고객으로 보는 병원들을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은 의사와 만나기 전 상담을 하는 코디네이터의 존재 여부가 아닌가 한다. 코디네이터가 있는 병원에서는 곳곳에 마케팅적 요소가 많다. SNS 마케팅도 활발하다.

고객의 반응을 살피며 빨리 시스템을 개선하든, 어떻게든 집요하게 영업을 해서 대어 호구 고객을 한 명 낚든, 전략을 잘 선택하여 이행하는 것 역시 병원의 몫이다. 안타까운 점은 병원이 너무 드러내 놓고 병원임을 포기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러한 병원에 명의는 없겠지만... 이 역시 누군가의 니즈가 많기 때문에 발생한,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결과이기도 하겠지만서도 말이다.


확장 이전을 하고 나서의 이 병원의 변신이 궁금하기는 하다. 코디네이터가 생길지가 가장 궁금하다.

몸이 너무 안 좋은 주말 어느 날, 마음이 내킨다면 한번 방문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