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은 모두 너와 일 하는 것을 싫어한다. 다른 팀 사람들도 다 너와 일하는 걸 싫어한다. 그러니 혼자 일하라.
하지만 나는 너를 팀에서 먼저 내보낼 생각은 없다.
팀장에게 이 말을 들은 뒤 나는 멘탈이 나갔다.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고, 또 굳이 내가 스스로 일을 찾아 할 필요도 없어진 것 같았다.
팀원으로서 나는 자격미달이니 알아서 나가라는 건가?
팀원들이랑 일을 하지도 못하고, 함께 일도 하지 말라니, 나는 팀원이 아닌가?
그러니 자기 팀원 괴롭히지 말라는 건가?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지?
남아 있되 시키는 일이나 입 닥치고 하라는 건가?
지금 다른 팀으로 옮겨야 하나?
이렇게 된 거, 연말까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있을까?
팀장의 모습도, 팀원들의 모습도 가식적으로 보여지고 점점 나는 위축됐다.
급히 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녀왔지만, 피곤함만 가중되었을 뿐 나아지지 않았다.
사내 심리상담사를 찾았다.
나는 상담사에게 눈물 콧물 쏟아내며 현재의 상황을 말했다.
상담사는 말한다.
"아마도 본인이 생각했던 자신의 모습이 팀장님에게서 다르게 비춰진데서 온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상담사는 묻는다.
"그래서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 싶으세요?"
나는 온전히 직장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팀을 떠나는 것은 기정사실이나, 그 시기가 언제가 됐든 내 이런 감정과 상황은 팀원 중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고, 오로지 팀장만 알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 내 안에 분노가 크고 가끔 올라오는 우울감에 책상에 앉아 있을 수도 없고 책상에 앉아 있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 팀장이 곁에만 와도 너무 싫다고 했다. 또 지금 팀에 있어야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상담사는 말한다.
"이런 걸 트라우마라고 해요. 지금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 감정을 잘 들여다봐야 해요. 자꾸 이야기하고 되새김질해 보고,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마치 남 이야기하듯 아무렇지 않아 질 때가 올 거예요."
글쓰기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약 90여 분의 상담이 끝나고 나는 퉁퉁 부은 눈으로 당장의 걱정에 대해 물었다.
"책상 앞에서 눈물이 나려고 할 때 눈물을 멈추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담사는 눈물이 날 것 같으면 잠시 고개를 들어 흰색으로 된 물건 5개를 찾아보라고 했다.
자리로 돌아와 눈물이 날 것 같을 때마다 상담사가 시키는 대로 했다.
효과가 있었다.
상담을 받은 지는 2주가 되어가지만, 나는 아직도 팀장에게 들은 말을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팀장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지지 않는다.
팀장의 찌질한 모습을 볼 때마다 꼴보기가 싫고, 혼자 있으면 내가 너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