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 위와 14살 아래 사이에서

by shadow

[14살 위]


내가 처음 입사했을 때는 나보다 14살 위의 상사분들이 참 많았다.


14세 위의 그분들은 고객을 리딩하고 어린 우리들을 이끌며 팀과 사업을 잘 이끌어갔다.

소위말해 '한창'이었다.


14세 위의 그분들은 회사를 떠나 임원이 되기도 하고, 회사 내에서 임원이 되기도 했다.

임원이 되었던 사람들은 모두 직책을 내려놓고 현재는 소식이 끊긴 분들도 있다.

일부는 아직까지 회사에 남아 가늘고 길게 버티고 있기도 하다.


가늘고 길게 회사에 남아 있던 14세 위의 사람들은 이제 회사를 떠날 때가 되었다.

정년은 남았겠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 회사에서는 고용보장보다는 노동생산성이 훨씬 더 중요한 법.

회사에서는 나이도 많은데 연봉도 높은 이들을 별도로 스크린해 그에 합당하는 책임을 부여한다.

그래서 버텨내면 조금씩 직장인으로서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낮은 평가를 받았거나 역량에 비해 높은 기대사항에 부합하지 못하면 스스로가 버텨낼 힘을 잃게 된다.

그런 이들 중 일부는 게시판이나 이메일을 통해 마지막 인사를 남기며 회사를 떠난다.





[14살 아래]


지금 내 주위를 둘러보면 14살 아래가 참 많다.

회사에 갓 입사에 어느 정도 수련 과정과 경험을 거쳐 회사의 허리가 되어가고 있는 이들.


생각해 보면 나는 이때 일도 참 열심히 하고 인정도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윗분들에게 사랑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스스로도 "내가 일을 잘한다"는 다소 발칙한 자부심을 가졌던 때인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이들을 보면 한편으로는 고맙다.

나는 이때 14살 위를 참 어려워했는데, 이들은 언제나 14살 위인 내게 살갑다.

내게 아주 정중하게 모르는 것을 질문하고,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것이 있다고 해도 태연하게 알려준다.

그때의 나보다 성숙하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도 든다.

이들도 속으로는 그때의 나처럼 내가 나이가 많다고 어렵다고 느낄까.

내가 눈치 없이 끼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내가 필요없다고 느끼는 것은 아닐까.





[그 사이에 있는 나]


지난 4~5년은 중간에 낀 세대로 억울한 것들이 많았다.

업무도 제일 많은 것 같고, 윗사람은 나보다 일도 못하는 것 같은데 지시만 하는 것 같았다.

게다가 윗사람 케어까지 해야 하다니! 피곤했다.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은 Z세대라며 일 많이 하는 걸 싫어한단다.

일도 못하고, 야근도 안 하려고 하고, 근데 육성을 하라고 하니...

중간에서 업무는 4배가 된 것 같았다.


4~5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이제 나보다 14세 위의 사람들처럼 내 위치가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윗사람들이 퇴직인사를 하면 그게 곧 내 모습인 것 같아 우울감에 빠진다.

아랫사람들이 나보다 퍼포먼스가 좋으면 멘붕에 빠져 한동안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겠다.

요즘 나의 고민. 나는 당분간 어떤 모습으로 포지셔닝해 가는 것이 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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