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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Aug 25. 2024

직장 동료가 빌려간 내 돈 470만 원 구하기

직장동료 J는 내게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어머니가 아프신데 간병인에게 급히 돈을 부쳐줘야 한다며 470만 원을 빌려갔다.

https://brunch.co.kr/@noon/193


이후에는 아버지가 아프시다며 350만 원을 더 빌려가려 했다.

https://brunch.co.kr/@noon/194


J가 350만 원을 더 빌려달라고 한 날, 나는 이미 빌려 준 내 돈 470만 원을 못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돈을 무사히 내 통장으로 귀가시킬 플랜이 필요했다.

일명 '내 돈 470만 원 구하기' 대작전.






6월 24일.

다음 날은 그가 돈을 갚겠다고 한 6월 25일, 월급날이다.  

나는 미리 J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부장님, 안녕하세요.

 내일 월급날이라 연락드려요!!

 XXX-XXXX-XXXXX  섀도우.

 이곳으로 잊지 말고 부탁드립니다!"


그는 내 카카오톡 메시지에 회신하지 않았다.





6월 25일.

J가 돈을 갚기로 한 월급날이다.

그가 나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회신하지 않았으니 나는 일부러 사내 메신저로 말을 걸었다.

"부장님, 오늘 입금해 주시나요?"


그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다.

하지만 나는 업무 메신저를 보낸 거여서 전화를 받을 수 없었다.

J는 전화 좀 부탁한다는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J와 통화를 했다.

J는 본인이 살고 있는 집은 시세보다 1억 이상 더 깎아서 내놨고, 상황이 더 안 좋아져서 부모님 살고 계신 집도 내놨다고 했다.

집을 시세보다 낮게 내놓았기 때문에 곧 집은 팔릴 거고, 집 팔리고 관련한 수속 절차를 밟고 돈을 회수하려면 4주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내게 4주의 시간을 더 달라고 했다.  

7월 말 정도에는 반드시 갚을 수 있다고 했다.


내게서 그의 신용등급은 최하위가 되었다.

그간 J가 보여준 행동과 말 때문에 나는 그의 말을 하나도 믿을 없었다.

"부장님, 부장님 말씀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월급날 갚겠다고 하셨고, 월급날 못 갚으셨고요.

 부모님이 아프셔서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는다고 하셨지만, 그러신 것 같지도 않아요.

 집을 내놓으셨다고 했지만, 그 말도 저는 믿을 수가 없어요.

 우리 회사에 저처럼 이렇게 돈을 빌려가신 후에 못 갚고 계신 분도 꽤 될 것 같아요.

 제가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저 같은 사람은 계속 늘어날 것 같아요.

 저는 이제 더 이상 못 참아요."


그는 참으로 죄송하다며, 이번 한 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다.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했다.

나는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그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죄송한데요, 사내 메신저로 말씀하신 것 삭제 부탁드립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회사 사람한테 돈을 빌리고 갚지는 않으면서, 사내 메신저에 기록 남기는 것은 굉장히 꺼려한다.

어쨌든 채무관계에 대한 기록이 회사 시스템에 남는 것이 그의 아킬레스건임을 알게 됐다.


"삭제했고요. 7월 말까지 해결 안 해주시면 저 인사팀 갑니다."

지금의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협박이자 애원이었다.






7월 25일.

또다시 월급날이 되었다.

내가 먼저 사내 메신저로 연락했다.

사내 메신저로 말을 걸면 바로 카카오톡으로 회신을 한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J는 카카오톡으로 7월 31일 수요일에 갚을 있다고 했다.






7월 31일.

내가 또 먼저 연락을 했다.


오늘 120만 원 정도 마련했는데 먼저 부쳐주고 다음 주까지 나머지를 부쳐준다고 한다.

그러면서 계좌번호를 달란다.


이전 카카오톡 메시지 찾아보면 있을 텐데..

다시 계좌번호를 알려준다.


휴우. 일말의 희망이 보인다.

120만 원이 입금되었다.

이제 350만 원이 남았다.






8월 7일.

일주일이 지났다.

내가 또 먼저 연락해서 나머지 금액에 대한 송금요청을 했다.


금요일에 준다고 했다.

하지만 금요일에도, 토요일에도 그는 연락하지 않았다.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빚을 진 그가 아닌 빌려준 내가 항상 먼저 연락을 한다는 사실에 J가 점점 더 괘씸해졌다.






8월 19일.  

내가 다시 그가 꺼려하는 사내 메신저로 한방을 날렸다.

"부장님, 저 이제 못 참아요."


그는 다시 카카오톡으로 사정을 남겼다.

4일 동안 휴가를 내고 돈을 구해봤지만 돈을 구할 수 없었다고 했다.  

휴가철이라 집 보러 오는 사람이 없는데, 다음 주면 계약을 할 것 같다고 했다.

지금 너무 돈이 없어서 휴대폰비도 연체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번주에 200만 원, 이반달 말일에 150만 원을 반드시 갚겠다고 했다.


나는 다시 물었다.

"이번주는 며칠이고, 다음 주는 며칠인가요?"


"8월 24일 토요일에 200만 원, 8월 31일 토요일에 150만 원 갚겠습니다.

 이번에도 약속 못 지키면 어떠한 상황도 감수하겠습니다.

 인사팀이나 감사팀에 이야기가 들어가면 잘릴 것 같아서..."


왜 하필 토요일이야...

나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8월 24일 토요일 점심.

최초로 그가 먼저 연락을 했다. 다시 계좌번호를 물었다.


그리고 200만 원을 부쳤다.

이제 150만 원이 남았다.





친하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신뢰가 있었던 지인에게 돈을 빌려준 일의 결과가 이렇게 징글징글할지 몰랐다.


돈을 빌려줄 때만 해도 나는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그 돈은 너무나도 쉽게 다시 내게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회사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말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경솔한 행동을 나무랐다.

나무란 사람들은 대부분 돈을 빌려준 사람에게서 돈을 못 받은 경험이 있었다.

수시로 연락해서 귀찮게 하고, 무섭게 대하라고도 말해줬다.

일부 쪼개서라도 꼭 모두 받아내라는 충고도 들었다.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설마 J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첫 번째 약속을 어겼을 때도 나는 J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J는 내가 들었던, 수많은 채무자들의 패턴을 반복하고 있었다.

약속을 수차례 어겼고, 연락은 늘 내가 먼저 해야했고, 카톡 회신은 늦었으며, 심지어 지금 돈을 조금씩 쪼개서 주고 있다.

어쩜 이렇게 똑같을까!


이제 나는 J에게 그 어떤 연민도 안타까움도 느끼지 않는다.  

다만, 어떤 상황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너무 몰아붙이면 혹시라도 J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염려한다.


이제 150만 원만이 남아있다.

이달 말 나는 470만 원을 모두 회수할 수 있을까.


나는 J가 최근 200만 원을 갚음으로 인해 내게 아주 조금의 신용을 회복했다고 판단하고 나머지 150만 원에 대한 상환을 미룰 거로 예상하고 있다. 인사팀에게는 아직 말하지 말아달라면서...

그럼에도 정말로 J가 8월 31일에 돈을 갚는다면, J를 완전히 용서하겠다.

하지만 J가 깨뜨린 신뢰는 영원히 회복할 수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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