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몇 년 전 고등학교 친구에게 100만 원 빌려줬거든요. 그런데 지금 완전 연락 끊고 잠적했어요. 정말 기분 나쁜 건 친구 사이임에도 엄격하게 '언제까지 돈 얼마 갚겠다'라고 차용증 쓰게 한 친구한테만 돈 값았더라고요."
그러면서 한마디 위로의 말을 덧붙였다.
"그런데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알면 경찰서에 신고할 수 있대요. 회사 사람이니까 그 점은 다행인 것 같아요."
나는 J가 그래도 돈을 갚을 거라고 장담하며 내가 돈을 모두 받았을 7월 초에 A와 B에게 점심을 쏘기로 했다. 그러나 A도 B도 내가 470만 원을 다음 날 월급날까지 못 받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A는 월급날 J가 또 돈을 못 주겠다고 할 확률이 높으니, 그런 상황이 오면 100만 원 씩이라도 차곡차곡 받아내라고 조언했다.
오늘 후속 업무를 위해 J의 팀장과 미팅이 있었다.
회의를 마치고 나오는데 J가 유유히 걸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눈이 마주쳤다.
그가 '온라인'으로 내게 돈을 빌려가고 '오프라인'으로는 처음 봤다.
나는 눈으로 J에게 '월급날 전까지는 꼭 돈 갚으라'라고 외쳤다.
나의 고요한 외침을 J는 들었을까.
조금 전 J에게 카톡이 왔다.
주절주절 본인의 사정을 말하며 돈을 못 갚아서 미안하고 집도 내놨고 퇴직연금도 중간정산을 받을 거라 갚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달에는 꼭 갚겠다고 한다.
지난번에는 어머니가 아프시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아버지가 아프시다는 사정을 말하니 뭔가 미심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