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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adow May 12. 2024

직장 동료가 470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어버이날 퇴근길, A에게서 카카오톡이 왔다.

"부모님과 식사 중이실 텐데 죄송해요.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


내가 전화를 걸자 A는 가장 먼저 업무 때문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아, 이거 너무 창피하고 죄송스럽고 한데....

혹시 현금을 보내주실 수 있나요?"

나는 의미 파악이 안 되어 되물었다.

"그 말씀은 대출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A는 그렇다고 했다.

A는 어머니가 아프셔서 간병인을 구했는데 돈을 부쳐줘야 한다고 했다.

그 돈이 470만 원 이란다.


음...

나는 예금이 만료되는 내일모레 부치는 건 안 되냐고 물었다.

A는 무조건 오늘 부쳐야 된다고 했다.


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적지도 않은 돈 470만 원.

오랜 직장생활을 했던, 나보다 나이도 많은 A는 왜 470만 원도 없는 것일까.


A는 월급날 갚겠다고 했다.


예금 하나를 깨서 470만 원을 만들어 A에게 부쳤다.

은행에서는 보이스피싱인 것 같다며 당사자와 확인해 볼 것을 재차 묻는다.

나 역시 보이스피싱이라고 의심되었지만, 당사자와 통화도 했고 카톡도 주고받은 터였다.

설마 보이스피싱일까 A에게 다시 확인 전화를 하자니 그것도 조금 이상해 보였다.

잠시 망설이다가 470만 원을 보냈다.







A가 내게 현금 470만 원을 빌린 것은 의아했다.

A와 나는 이렇다 할 친분이 없기 때문이다.


예전에 잠깐 같이 일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본 A의 모습은 고객사 고객으로부터 온갖 모욕적인 말을 듣고 결국 쫓겨 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욕적인 언사 속에서도 늘 웃고 있어서 '저 사람 바보인가' 생각했었다.


최근 A와 TF성 업무를 하긴 했다. A는 여전히 어리바리한 모습이었고, 나는 예전에 잠깐 일한 A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배려하며 일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A는 이렇다 할 친분이 없는 내게 왜 돈을 빌린 걸까?

혹은 나와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한 것일까?

내가 설마 입이 엄청 무겁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A는 사정상 주변 가까운 직장 동료에게는 돈을 빌릴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고, 또 재정적으로도 어려웠던 것 같다. A를 무시하고 있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텐데 여기에 이런 상황까지 노출되면 이미지는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반면 나는 어느 정도 물리적 거리도 있고, 이제 업무적으로 겹칠 일도 없어서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나를 조금 만만하게 본 것이다.

그리고 그는 목적을 달성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영악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돈을 부치고 나서 부모님께 470만 원  빌려준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자린고비인 내가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결론이 돈을 빌려주었음으로 끝나자 매우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돈 빌려주고 못 받은 이야기들을 늘어놨다.






그날밤. 자려고 침대에 누우니 갑자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과연 나는 내 돈 470만 원을 월급날 받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을 통해 터득한다.

자고로 가까운 그 누구와도 돈거래는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월급날  A는 내게 어떤 깨달음을 주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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