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잠깐 같이 일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본 J의 모습은 고객사 고객으로부터 온갖 모욕적인 말을 듣고 결국 쫓겨 나가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욕적인 언사 속에서도 늘 웃고 있어서 '저 사람 바보인가' 생각했었다.
최근 J와 TF성 업무를 하긴 했다. J는 여전히 어리바리한 모습이었고, 나는 예전에 잠깐 일한 J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배려하며 일했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J는 이렇다 할 친분이 없는 내게 왜 돈을 빌린 걸까?
혹은 나와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한 것일까?
내가 설마 입이 엄청 무겁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J는 사정상 주변 가까운 직장 동료에게는 돈을 빌릴 수 없을 정도로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고, 또 재정적으로도 어려웠던 것 같다. J를 무시하고 있는 사람들도 주변에 많을 텐데 여기에 이런 상황까지 노출되면 이미지는 더 안 좋아질 수 있다. 반면 나는 어느 정도 물리적 거리도 있고, 이제 업무적으로 겹칠 일도 없어서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한마디로 나를 조금 만만하게 본 것이다.
그리고 그는 목적을 달성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영악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돈을 부치고 나서 부모님께 470만 원 빌려준 이야기를 했다.
부모님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자린고비인 내가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결론이 돈을 빌려주었음으로 끝나자 매우 놀라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돈 빌려주고 못 받은 이야기들을 늘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