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셔닝, 참 어렵다

업무보다 나이 때문에 어려운 포지셔닝

by shadow

어디를 가도 새롭게 자리 잡는 것은 참 어렵다.

새롭게 직장을 옮겨서 내 자리를 잡는 것도, 새 팀에서 내 자리를 잡는 것도 참 어렵다.


어릴 때는 새로운 곳에서 포지셔닝하는 것에 대한 큰 두려움은 없었다.

새로운 것에 적응을 잘하는 터라 내 나름대로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새롭게 팀을 옮겨도 마찬가지였다.

똑같고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 위치를 잡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지긴 했지만, 새로운 것에 아이디어를 내고 빠르게 뭔가를 구체화해 가면서 나는 빠르게 포지셔닝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에서 어쨌든 나는 내 역할을 찾아가며 사회생활에서의 입지를 다져왔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나이로 인한 포지셔닝이 참 어렵다고 느껴진다.

나이가 어린데 나도 하기 어려운 일을 나보다 훨씬 빠르게 척척 해내는 아랫사람들을 보며 내가 서야 할 곳을 잃는 기분이다.

리더 욕심이 전혀 없는 나인데, 리더를 너무 하고 싶어서 득달같이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려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굳이 저렇게 열심히 할 필요가 있을지를 고민하며 내가 할 일도 선뜻 내어준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나는 너무나도 '지원' 셩격의 일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빠릿빠릿하게 구체화해야 하는 전략적인 업무는 나보다 어린 과장급 사람들이 잘 해내고 있으니 내가 굳이 거기 참여해 숟가락을 얹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 알아서 잘하니까. 내게 할당된 무엇 하나, 그것만 잘 채워 나가면 그것으로 다행으로 생각한다.

리더가 되어보겠다고 도드라지는 업무에 앞다투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의 일에도 굳이 내가 참여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 뭐 그렇게 해서라도 리더가 되고 싶다면, 박수치며 떠나보낼 일 아닌가.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남들이 싸 놓은 똥을 치우거나, 찌끄러기 업무를 하게 되니 내 입장에서는 이게 옳은 일인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퇴물이 되어가는 건가...

때로는 업무 분배를 제대로 해주지 않고, 명확하게 설명도 해 주지 않는 나의 리더를 탓해보기도 한다.




나의 이런 고민을 또래 동료에게 털어놨다.

그들의 대답은 의외로 심플했다.

"그럼 뭐 어때. 그동안 고생도 많이 했는데.

그냥 유유자적 즐기다가 연말에 다른데로 옮기면 되는 거 아냐?"


그럴까? 그냥 지금 이 상태로 버티다가, 혹은 가능하면 즐기다가...

다른 곳으로 가서 새롭게 포지셔닝하면 될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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