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차장은 매사 개경정 때문에 불안했다. 그간 금차장은 개경정의 이상한 태도와 요청을 계속 피해 다니고 있었다. 오후 2시쯤 금차장이 화장실에서 나오니 복도에서 개경정이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개경정의 시선을 피해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지문을 찍어야 사무실 문이 열리게 되는 상황이어서 개경정을 맞닥드릴까봐 금차장은 초조해졌다.
지문을 찍는 사이, 금차장 뒤에 어느새 개경정이 따라붙었다. 개경정은 금차장 뒤에 바싹 붙어 금차장을 따라 사무실로 들어왔다. 금차장은 개경정이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들고 서둘러 다시 복도로 나왔다. 그러자 개경정도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귀에 휴대폰을 대면서 천천히 금차장을 따라 나왔다.
금차장은 재빠르게 그 길로 2층에서 3층으로 걸어 올라가 A사 직원들이 상주하고 있는 좁은 프로젝트룸에 피신했다. 피신하는 동안 A사 상주 직원들에게 거품을 물고 개경정 욕을 했다. 2시 20분이 되어 금차장은 다시 금차장 자리가 있는 2층으로 내려갔다. 이때 개경정은 없었다.
30분쯤 후, 개경정에게 카톡이 왔다.
개경정 : 어디 가셨어요? 자리에 안 계시네. 메일 하나 보냈는데 잠시 검토만 해 주세요.
금차장 : 저 자리에 있었는데요. 네, 보겠습니다.
개경정 : 좀 전에 없었는데;;; 빠르시네요.
카톡을 보냈으면서 이번엔 금차장에게 사무실 전화로 전화를 했다.
금차장 : "경정님, 메일 없는데요?"
개경정 : "아, 차장님 개인 메일로 보냈어요."
금차장 : "네, 확인할게요."
개인 메일함에서 메일 제목을 확인한 금차장은 깜짝 놀랐다.
"어떤 부분에 삽입하는 게 좋을까요?"
민감한 건지 모르겠지만 '삽입'이란 문구가 금차장에게 확 눈에 띄었다. 이것이 어떻게 업무 메일의 제목일 수 있을까? 그리고 메일에 내용은 없고 제목과 첨부만 있다. 그래서 더 기분이 나빴다.
개경정 : "어디에 삽입할까요? 어디에 할까~?"
개경정은 금차장의 반응을 떠보기나 하는 듯 전화를 끊지 않고 의견을 물었다. 금차장은 서서히 이것이 고의적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메일에 알맹이가 없다는 것에 더 화가 났다. 개경정의 농간에 점점 당황스럽고 속이 끓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대응했다. 개경정은 문구에 대해 검토 요청을 하며 문구와 상관없는 '삽입'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전화를 끊고 카톡은 계속 이어졌다.
개경정 : 어디 갔다 왔어요?
금차장 : 아까 잠깐 (A사 사람들에게) 물어볼 게 있어서 올라갔다 왔어요.
개경정 : 뭐요?
금차장 : 오늘 본사에 가야 해서요.
개경정 : 오늘 본사 몇 시에 들어가세요?
금차장 : 원래는 7시 회의인데 좀 더 당기려고요.
개경정 : 저녁 7시에 무슨 회의를...
금차장 : 그러니까요.
개경정 : 인권침해가 심각한데? 누가 하는 건가요? 상무님? 전무님?
금차장 : (너나 잘해라, 새끼야) 그런 분들은 그 시간에 회의 안 하세요.
개경정 : 진단장님?
금차장 : 대외비입니다.
개경정 : 최부장님께 물어봐야지
개경정이 이야기한 영문 문구는 어디에선가 베껴서 가져다 붙인 것임이 뻔했고, 별로 필요 없는 내용이었다. 금차장에게 또 쓸데없이 말을 붙이고 시비를 거는 것으로 생각하며, 별 필요 없는 내용이라고 우회적으로 말했다.
개경정 : 저도 그런데 그래도 넣는 게 좋다고 해서,, 다들...
개경정 : 어디에 삽입할까?
개경정은 이것과 관련하여 또 4층 휴게실에서 보자고 했다. 금차장은 알겠다고 했다.
금차장은 개경정과 대화를 하는 중간에 메일 사진을 찍어 A사 여직원들 단톡방에 공유했다. 금차장은 지금 성희롱을 당하고 있는 느낌인데 본인이 이상한 거냐고 물었다. 다른 여직원들도 메일을 보고 모두 깜짝 놀라 했다. 이것은 성희롱이 맞다고 했다.
잠시 후 금차장은 개경정이 부른 4층에 갔다. 금차장을 4층에 불러놓고 개경정이 물어본 것은 영문 내용 검토 건이 아니었다. 아까 3층에 금차장이 왜 갔는지를 확인하는 건이었다.
개경정 : 아까 3층에서 뭐했어요?
금차장 : 오후 회의 건에 대해 논의했어요.
개경정 : 혹시 경찰 정보연계나 해시에 대해 아는 거 있어요?
금차장 : (그건 니가 더 잘 알아야지, 새끼야) 아뇨, 전혀 모릅니다.
개경정 : A사에서 근무하는데 왜 몰라요?
금차장 : 전 A사 대신 업무를 하지만 A사에서 근무하지 않는데요.
개경정 : 정보연계 업무랑 관련하여 궁금한 게 있는데 누구에게 물어보면 될까요?
금차장 : 기술 공무원인 윤계장님께 여쭤보시죠. 업무 담당자시잖아요.
(지난번에 개경정이 2층에서도 물어보아 금차장은 윤계장 있는 자리에서 똑같이 말해준 바 있다)
개경정 : 지난번에 윤계장님 한테 물어봤는데 잘 모르더라고요. A사 담당자는 누구예요?
금차장 : 강차장님이요.
개경정 : 강차장은 몇 층에 있어요?
금차장 : 2층이요.
개경정 : 아, 보안 담당자는 김차장님이시죠? 그분은 몇 층에 계세요?
금차장 : 3층이요.
개경정 : 아, 그럼 3층에 가봐야겠네요. 금차장님은 먼저 내려가 보세요.
개경정은 3층에 금차장이 간 것을 확인하러 가보았던 것 같다. 금차장은 개경정이 진정 미친놈에 똘아이라고 생각했다.
이 일이 있은 후 금차장의 태도는 모두에게 난폭해졌다. 개경정을 미친 또라이 개새끼라고 욕하며 A사의 이팀장에게 지금 이 상태로 두면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할지 모르겠으니 조치를 취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이팀장은 차라리 본인에게 쌍욕을 해도 좋으니 참으라는 식으로 금차장을 진정시키고, 개경정의 금차장에 대한 또라이 행동을 그저 그런 해프닝으로 무마시키려고 했다.